호남선 KTX 증편…승객들은 “좌석 아직도 부족”
새벽·심야 시간 증편… 출퇴근·주말 열차 ‘허리구간’ 좌석난 계속
광주-수도권 생활권 확장 속도 못 따라…선로 용량 늘려야 ‘해소’
2025년 11월 09일(일) 20:00
9일 오후 광주송정역에 4시 59분 용산행 KTX가 들어오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광주송정으로 들어오는 KTX가 17일부터 하루 두 차례(상·하행 각 1편) 늘어나지만, KTX호남선 승차권 예매 전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번 증편은 새벽 상행과 심야 하행에 집중돼 있어 근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점에서다. 출퇴근·주말 ‘허리 시간대’ 좌석난 가중구간은 그대로 남아 있다.

17일부터 용산~익산 구간 KTX-산천 2회가 광주송정역까지 연장되면서 일부 해소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문가들은 호남선의 근본적인 좌석 부족 문제는 여전하다고 지적한다.

9일 한국철도공사 통계에 따르면 경부선 KTX의 하루 평균 운영 횟수가 115회인데 비해 호남선은 55회에 그치고 있다.

주말 증편 규모에서는 격차가 더욱 두드러진다. 경부선이 주말 21회를 증편하는 반면, 호남선은 단 1회만 증편된다. 명절과 주말마다 광주송정역, 나주역, 순천역 등 호남권 KTX역에서 승차권 매진 사태가 반복되는 근본 원인이다.

전체 좌석 수의 경우에도 경부선의 하루 총 좌석 수는 9만9000여석인 반면, 호남선은 3만7000석으로 2.6배 차이가 난다.

광주지역의 경우 송정역 이용객이 일평균 1만4000여명인 것을 감안하면, 태부족한 실정이다.

KTX 표 구하기 전쟁은 호남선에서는 일상이 된지 오래다. 설 명절과 추석 같은 성수기에 승차율이 급증하면서 예매 시작 수분 만에 전 열차가 매진되는 상황이 반복돼왔다. 주 1~2회 장거리 통근층과 당일 왕복 업무층, 금요일 저녁·일요일 오후 관광·방문 수요가 겹쳐 ‘허리 구간’은 상시 포화상태다.

이런 수요를 감안하면 좌석이 가장 필요한 시간은 대체로 오전 7~8시 상행과 오후 6~8시 하행, 토요일 오전 상행과 일요일 오후 하행이다.

하지만 이 구간은 선로용량과 정차역 처리능력, 차량 회전이 얽혀 간단히 늘리기 어렵다는 것이 국토부의 설명이다. 가족·동행 좌석 연속배정이 어려운 주말, 노트북·서류작업을 해야 하는 평일 저녁 창측 선호 등 ‘선호좌석’ 쏠림이 심해 빠른 매진과 잔여석 미스매치가 반복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호남선의 좌석 부족이 해결되지 않는 것은 단순한 정책 문제가 아니라, 물리적 한계에 부딪혀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선로 용량이다. 충북 오송에서 경기도 평택까지 46.9km 구간이 경부선과 호남선 열차의 병목 지점이다. 이 구간에는 현재 하루 179회(KTX 119회, SRT 60회)의 열차가 운행되고 있는데, 이미 최대 포화 상태다. 한 대의 열차도 더 투입할 수 없다는 의미다.

정부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2019년부터 ‘평택~오송 2복선 건설’ 사업을 추진 중이지만, 올 6월 기준 공정률은 22%에 불과하다. 당초 목표 완공 시점인 2024년은 이미 지났으며, 현재로선 2028년 이내에 완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경부선에 집중된 KTX열차의 호남선 교차 투입, 피크 시간대 KTX-산천 중련열차(기관차가 2대 이상인 차량) 의무 투입 등 단기적인 운영의 묘를 발휘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2028년 병목 현상이 없어져 ‘승차권 대란이 없어질 것’ 이라는 ‘장밋빛 청사진’만 바라보며 시민들의 일상적인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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