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의 과학, 마나베 슈쿠로 외 지음, 김희봉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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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계절이 흐트러지고 있다. 봄은 짧고, 여름은 길다. 폭염과 폭우가 뒤섞이며 기후의 경계가 희미해진다. 기후변화는 이제 체감의 영역이다. 문제는 “왜 이렇게 되었는가”를 놓고 여전히 논쟁이 이어진다는 점이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일본 기상학자 마나베 슈쿠로가 펴낸 ‘기후의 과학’은 그가 60여 년 동안 다듬어온 기후 모형 연구의 결정판이다.
마나베는 산업혁명 이후 증가한 이산화탄소가 지구 온도를 높인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수학적 모형으로 입증한 인물이다. 그는 대기를 하나의 복잡한 물리 시스템으로 보고 온실기체의 농도 변화가 열 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계산했다. 1960년대에는 ‘복사-대류 모형’을 세워 온실효과의 작동 원리를 밝히고, 해양과 대기를 결합한 ‘대순환 모형(GCM)’을 개발해 오늘날 기후 시뮬레이션의 토대를 마련했다. 이 연구는 미국 NOAA가 선정한 ‘200년간 10대 혁신’ 중 하나로 꼽혔다.
책은 이 기후 모형의 발전 과정을 따라간다. 초기 연구자들의 단순한 추정을 과학적 근거로 바꾼 1·2장을 지나, 3·4장에서는 기후를 실험할 수 있는 수치모형의 원리를 설명한다. 중반부에서는 ‘기후 민감도’와 ‘되먹임 효과’ 등 온난화의 메커니즘을 해설하며, 후반부에서는 해양과 물 순환의 변화가 어떻게 지구의 균형을 바꾸는지를 보여준다.
책의 미덕은 주장보다 증거에 있다. 저자는 “탄소를 줄여야 한다”는 윤리적 외침 대신 지구가 왜 지금의 상태로 변했는지를 물리학의 언어로 차분히 풀어낸다. 방대한 수식과 그래프 속에서 드러나는 메시지는 단 하나다. 기후는 인간의 선택에 반응한다.
<사이언스북스·3만3000원>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일본 기상학자 마나베 슈쿠로가 펴낸 ‘기후의 과학’은 그가 60여 년 동안 다듬어온 기후 모형 연구의 결정판이다.
책은 이 기후 모형의 발전 과정을 따라간다. 초기 연구자들의 단순한 추정을 과학적 근거로 바꾼 1·2장을 지나, 3·4장에서는 기후를 실험할 수 있는 수치모형의 원리를 설명한다. 중반부에서는 ‘기후 민감도’와 ‘되먹임 효과’ 등 온난화의 메커니즘을 해설하며, 후반부에서는 해양과 물 순환의 변화가 어떻게 지구의 균형을 바꾸는지를 보여준다.
<사이언스북스·3만3000원>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