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AI 생태계 구축…삶을 위한 AI 광주- 김용덕 빛고을노인건강타운 본부장
2025년 11월 04일(화) 00:20
광주는 최근 국가 AI 컴퓨팅센터 유치 경쟁에서 아쉽게도 고배를 마셨다. 시민들과 함께 그 도전을 지켜본 한 사람으로서 비록 결과는 아쉬웠지만 광주가 보여준 준비성과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광주는 지난 몇 년간 인공지능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내세우며 단순히 기술 중심의 도시가 아닌 시민의 삶을 변화시키는 도시를 준비해 왔다. 강기정 시장이 강조해 온 “AI를 생활 속에서 체감하는 도시”라는 비전은 기술 경쟁력 확보를 넘어 돌봄·문화·산업 전반에 AI를 융합하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이번 컴퓨팅센터 유치 실패를 단순히 실패이자 마지막 기회였다고 받아들이기보다, 새로운 방식의 연대와 실증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다.

지난 10월 29일, 빛고을노인건강타운에서는 자치회를 중심으로 200여명의 어르신이 모여 자발적인 비상연대 활동을 전개했다. ‘선배시민자원봉사 성과공유회’ 자리였는데 국가 AI 컴퓨팅센터 광주 유치 불발에 따른 광주 AI 생태계 조성 촉구 성명서를 직접 작성·발표하며 뜻을 모았다. 이 자리에서 어르신들은 단순히 기술 기반 산업 육성을 외친 것이 아니었다. 광주의 청년들이 더 이상 일자리를 찾아 타 도시로 떠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 그리고 젊은 세대가 지역 안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는 AI 산업 생태계가 조성되길 바라는 염원이 담겨 있었다.

정부는 이러한 어르신들의 움직임에 귀 기울이고, 지역의 의지를 반영한 국토 균형발전 정책 추진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무엇보다 이 시점에서 지역 공공기관의 주체적 역할을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빛고을노인건강타운은 광주시 산하 기관으로서 지난 17년간 어르신들의 일상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복지·건강·여가를 아우르는 생활 기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해왔다.

내년에는 광주시 AI 디지털배움터 실증기관으로, 어르신은 물론 청년과 시민이 함께 AI와 디지털 복지를 배우고 이해하는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교육사업이 아니다. 광주가 준비한 기술을 삶의 언어로 바꾸는 과정이다.

또한 AI와 복지는 더 이상 별개의 행정 영역이 아니다. 치매 조기 발견, 낙상 예측, 고독사 예방, 건강 모니터링 등 복지 서비스는 이미 데이터 기반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데이터를 위한 데이터가 아닌, 삶을 위한 데이터가 되려면 복지 현장과 기술 현장이 긴밀히 연결되어야 한다.

광주가 지향하는 ‘AI 선도도시’란 결국 기술의 방향을 사람을 향해 활용하고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도시여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최근 광역시들이 초광역 협력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이다. 광주가 AI를 중심으로 기술 생태계를 확장한다면, 전남은 전력과 농생명 자원을, 전북은 의료·바이오 역량을 갖추고 있다.

행정구역은 달라도 고령화와 돌봄의 문제는 국경은 물론 시·도의 경계도 없다. 빛고을노인건강타운은 시정의 방향과 보폭을 맞추되, 현장과 시민의 관점에서 정책이 작동하도록 검증하고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이어가고자 한다.

광주가 준비한 기술과 정책이 어르신의 손끝에서 시민의 일상 속에서 살아 움직이게 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맡은 책임이자 사명이다.

비록 국가 AI 컴퓨팅센터 유치 실패의 아쉬움은 남지만 희망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며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과의 신뢰다. 빛고을노인건강타운은 조금 늦더라도 제대로 잡은 방향이 시민의 일상 속에 스며들 수 있도록 오늘도 현장에서 변화를 만들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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