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종합병원서 찍은 CT, 동네 의원서 대리 판독...의료법상 문제없다?
병원 측 “판독 수요 몰려 분배 위한 조치…원격 판독 위탁 가능해”
환자들 “수준높은 진료 받으러 간 건데…대리판독 고지도 안했다”
2025년 10월 30일(목) 20:30
/클립아트코리아
종합병원에서 CT, MRI 등을 촬영한 이후, 영상을 병원 내 전문의가 아닌 1차 병원 의사에게 영상 판독을 맡기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환자 측은 1차, 2차보다 높은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 3차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것인데, 환자 동의도 없이 영상 판독을 다른 병원 의사에게 맡기는 게 적절하냐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반면, 병원 측은 상급종합병원에 지나치게 몰리는 판독 수요를 분배하기 위한 조치로, 다른 병원들도 의료법에 따라 진행하고 있는 조치이니 별 문제가 없다며 반박하고 있다.

전남의 한 군 지역에 거주하는 50대 A씨는 30일 광주일보와 통화에서 “광주 모 종합병원에서 추적 검사를 받아오다, 이미 지난해부터 갑상선에 암이 발생해 임파선까지 전이가 되고 있던 것을 뒤늦게 확인했다”며 “문제는 지난 촬영 영상들의 판독자 이름을 보니, 해당 종합병원 의사가 아닌 광주의 다른 1차 병원 의사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미 지난해부터 암이 임파선을 통해 전이되고 있던 흔적이 영상 촬영을 통해 확인됐는데, 추적 검사 과정에서 발견하지 못해 뒤늦게 전이 사실을 알아챘다는 것이 A씨 주장이다. 실제 촬영은 3차 종합병원에서 했지만, 이에 대한 판독은 동네 의원에서 이뤄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A씨는 “3차 의료기관의 수준 높은 진료를 받기 위해 갔더니, 환자로부터 개인정보 제공 동의나 사전 고지 절차도 밟지 않고 촬영 영상을 1차 병원으로 보내 ‘대리 판독’을 맡긴 것 아니냐”며 “대학병원 상임전문의의 판독을 받기 위해 시행한 검사인데 타 병원 비상임 전문의가 판독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환자에게 고지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해당 종합병원은 이와 관련, 병원 내에서 촬영한 CT, MRI 등 영상들은 일반적으로 1차 병원(의원급)에게 원격 판독을 맡기고 있다고 밝혔다.

병원 내에 영상을 판독할 전문의들이 많지 않다는 점을 이유로 지난 2019년부터 입찰을 통해 1~2차 의료기관에 원격 판독을 맡겨 왔다는 게 병원 측 설명이다. 위탁을 맡기는 의료기관은 촬영 부위별로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병원 측은 또 의료법 34조(원격의료)에 ‘컴퓨터·화상통신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먼 곳에 있는 의료인에게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원격의료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을 들어 원격 판독을 요청하는 행위 자체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법적으로도 영상의학 전문의 수가 적어 판독 작업이 어려울 경우 타 의료기관의 시설 혹은 의료진 협조로 환자의 진료를 수행할 수 있게 돼 있다는 주장이다.

촬영 영상 판독을 타 의료기관에 맡긴다는 환자 동의를 받지 않았다는 환자들의 지적에 대해서도 “적법한 절차”라고 강조했다.

병원 측은 “수술이나 진료는 고지 및 동의 의무가 있지만, 외부 판독을 맡기는 경우 판독만 맡기는 것 뿐인데다 판독 결과를 받아 대학병원 교수가 직접 설명해 줌으로 환자에게 고지할 의무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또 “판독을 직접 하지 않는 대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기준에 따라 환자로부터 병원비용의 10%를 덜 받고 있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병원으로부터 영상 판독 위탁을 받은 1차 병원 관계자도 “대학병원에서 소화해야 하는 환자가 많고, MRI 등 영상 판독 결과가 나오기까지 몇 달의 시간이 걸리는데 전문의는 한정돼 있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환자가 밀린 정도에 따라 원내에서 해결하거나 안 되면 넘기는거니까 영상을 찍을 당시에 위탁될 지 판단하기 어려운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원격 판독에 대한 입장은 병원별로도 찬반이 갈리는 상황이었다.

광주시 동구에 있는 한 영상의학과의원에서는 “대학병원 환자가 많아 의뢰하는 경우 있다고는 들었으나, 우리 병원에서는 외부 판독은 하지 않고 있다. 생소한 제도다”고 말했다. 광주시 서구에 있는 또 다른 의원도 “아예 환자 의뢰를 받아 내원해 촬영하는 경우야 있지만, 우리가 촬영하지 않은 영상을 외부 판독하는 경우는 금시초문”이라고 했다.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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