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에 관심을 - 민성문 광주대 문예창작과 2년
2025년 10월 28일(화) 00:20
지난 7월, 웹소설 원작의 블록버스터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이 개봉하였다. 개봉 전부터 원작 팬들을 비롯한 청년층의 주목을 받았던 이 영화는 받은 기대만큼이나 커다란 실망 끝에 아쉬운 성적표를 받은 채로 스크린에서 물러났다. 모든 사람에게 혹평받을 만한 영화는 아니었을지언정, 국내 시장에서 손익분기점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채 쓸쓸한 퇴장을 했다는 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웹소설 작가 싱숑의 메가 히트작 ‘전지적 독자 시점’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말을 맞이하다니. 그래도 영화의 성적표와는 별개로 주목해 볼만한 긍정적인 사실은 이제 ‘웹소설’이라는 단어가 더 이상 대중에게 생소하게 다가오지 않는 점일 것이다.

웹소설은 ‘웹상에 연재되는 소설’을 뜻한다. 여기서 ‘웹’은 이제 ‘월드 와이드 웹’ 전체가 아닌 ‘웹소설 플랫폼’을 지칭한다. 카카오, 네이버, 리디북스, 문피아, 조아라, 노벨피아 등 10년을 훌쩍 넘긴 웹소설의 역사 속에서 많은 플랫폼이 생겨나고 사라졌으며 각자의 포지션을 구체적으로 잡아나갔다.

몇몇 웹소설 작가들의 상업적 성공 사례는 매해 수많은 웹소설 작가 지망생들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플랫폼에서는 매일 수백, 수천 개의 원고가 업로드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전지적 독자 시점’도 그렇게 연재된 수많은 소설 중 하나에 불과했던 시절이 있었다. 무협 소설 시장을 비롯한 종이책으로 출판되던 시절부터 장르 소설을 써온 이들부터 소설을 쓸 줄은 꿈에도 몰랐던 평범한 직장인이나 학생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지니게 되었다. 우리의 편견 속에 자리한 ‘고상하고 지적인’ 작가와는 동떨어진 모습이었지만 그래도 이들 모두가 본인만의 ‘웹소설’을 창작하고 연재해 나갔다.

돈이 도는 곳에는 인재가 모이기 마련이고 인재들이 모인 장소에서는 불꽃 튀기는 경쟁이 벌어진다. 어떤 이들은 재능의 차이를, 어떤 이들은 노력의 가치를 말하지만, 어떤 게 그 경쟁의 우열을 가르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저 결과론에 불과한 순위표와 조회수 등의 숫자만이 남은 사이트에서 그 인재들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궁구했다. 무협, 판타지, 로맨스 등의 수많은 장르로 구분되는 시장이지만 다들 비슷한 고민을 안고 글을 썼을 것이다. 이야기의 탄생에 있어 작가 개인의 노력으로 결정되는 영역은 한정적이다. 캐릭터와 플롯을 구상하고 200화 이상의 이야기로 엮어내기. 웹소설 시장은 ‘플랫폼’의 포지셔닝에 따라 어떤 장르의 작품이 잘 팔리는지, 일반 독자조차 어느 정도 흐름을 읽을 수 있는 경직된 시장이 되었다.

‘자유 연재’라는 명칭만 본다면 웹소설 플랫폼 내에서는 어떤 작품이든 탄생할 수 있겠지만, ‘상업적 소설’이라는 프레임 안에서는 최소한의 고정 독자가 쉽게 모일 수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제 웹소설을 쓴다는 건 취미의 영역이라고 말하기 어려워졌고 웹소설 작가를 꿈꾸는 이들의 대부분은 ‘수익’을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매일 5천자 분량의 이야기를 지어내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고, 이런 수고를 매일 하기 위한 동기로서의 보상이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웹소설 계약을 하더라도 첫 작품으로 그 정도의 성과를 이루는 사람은 드물다.

웹소설을 쓰고 싶다면, 한 번도 써본 적이 없거나 써봤더라도 스스로 ‘작가’가 되었다고 하기엔 미진한 상태라면, 현 시장에 범람하고 있는 ‘상업소설’로서의 습작보다는 ‘자유 연재’할 수 있는 시스템 안에서 좋아하는 이야기를 적는 데에서 시작했으면 한다. 축구를 좋아한다면 스포츠 소설을 쓸 수도 있고 무협을 좋아한다면 전형적인 클리셰 투성이의 무협 이야기라도 좋다. 결국 웹소설이라는 장편소설을 창작하는 여정을 떠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글근육’이기 때문이다. 학교나 사설학원에서 웹소설을 배우더라도 온갖 이론보다도 우선시 해야 하는 것은 본인이 어떤 글을 쓰고 싶고, 어떤 이야기가 생각나는 사람인지 알아가는 과정이 먼저일 테니까. ‘상업적’인 것은 적어도 이야기의 결말을 책임지고 끝낼 수 있다는 확신을 얻을 때 골몰하더라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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