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습지 덮친 생태교란종, 미역줄기처럼 끝도 없다
기자도 해봤다-광산구 장록습지 갈대 군락 삼키는 양미역취 제거
작업자 130명과 2m 풀 뽑기 ‘실랑이’…한 시간 만에 3t 수거
화학물질 방출 주변 식물 생육 저해…번식속도 빨라 제거 한계
2025년 10월 28일(화) 20:30
28일 오전 광주시 광산구 장록습지 내 생태계교란종 제거에 나선 기자가 ‘양미역취’를 포대에 담고 있다. 이날 지자체, 공공기관, 민간 기업 등 12개 기관 130여명 임직원들은 3t가량의 생태교란식물을 수거했다.
28일 오전 광산구 장록습지 송정2교 밑. 장갑을 낀 손으로 우거진 양미역취 줄기를 잡고 온몸에 힘을 실어 당겼다. 쉽게 뽑힐 줄 알았는데, 예상했던 것과 달리 질겼다. 습지 특성상 바닥도 미끄러워 힘을 지탱하기도 쉽지 않아 작업 도중 미끄러지고 넘어지는 경우가 잦았다.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장갑을 꼈지만 손바닥은 빨갛게 달아올랐고 힘이 잔뜩 들어간 다리는 아파왔다. 쌀쌀한 날씨에도 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다.

국내 하천습지 중 유일하게 도심 속에 자리한 습지이자 ‘람사르 습지’ 등록 절차를 밟고 있는 광주시 광산구 장록습지는 생태계교란종으로 뒤덮이고 있었다.

130여명의 작업자들은 이날 2m 가까이 웃자란 생태계교란종 ‘양미역취’를 뽑느라 줄다리기 한바탕을 벌였다. 이날 영산강유역환경청과 지자체, 공공기관, 민간기업 등 총 11개 기관이 합동으로 장록습지 내 생태계교란 식물 제거에 나섰다.

28일 오전 광주시 광산구 장록습지 내 생태계교란종 제거에 나선 취재진이 ‘양미역취’를 뽑고 있다.
뽑아낸 양미역취는 길이가 2m 이상 자라 마대자루에 잘 담기지도 않았다. 3~4차례 줄기를 꺾어 마대자루에 구겨넣다 보니, 시작한 지 30분도 지나지 않아 10~15㎏들이 마대자루 40여개가 척척 쌓였다.

두 팔이 후들거릴 만큼 양미역취를 뽑고 나니 한시간여 만에 마대자루 200여개 총 3t가량의 양미역취를 수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물가 지역에는 노란 양미역취 꽃이 드문드문 보이고 있었다. 말 그대로 양미역취가 ‘사방에 깔려 있는’ 상태라는 것이 실감날 정도였다.

2009년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된 양미역취는 미국과 캐나다 인접지역이 원산지로, 줄기 전체에 털이 있으며 성인 키를 훌쩍 넘어 자라나 가을천 하천이나 도로변에 노란 꽃을 피우는 것이 특징이다.

양미역취는 지난 1996년 보성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남부지방을 중점으로 전국 곳곳으로 확산된 것으로 전해진다. 뿌리에서는 자신의 생존에 유리하도록 하는 특정 화학물질이 방출되는데 이는 주변 자생식물의 발아와 생육을 저해하면서 습지 생태계에 피해를 준다.

양미역취 씨앗은 꽃 하나에 2만개 안팎으로 생산되는데 결실 전에 제거하지 못하면 종자 산포 시기를 거쳐 더욱 빠르게 확산된다.

환경청 등은 전체 277만 6000㎡달하는 장록습지에서 구역별로 생태계교란식물을 제거해 오고 있지만 번식 속도를 따라가기 벅찬 것이 현실이다.

현재 장록습지 내 분포돼있는 교란종은 총 9종으로, 33만 9157㎡에 퍼져있다. 가장 넓은 면적으로 확산된 종은 ‘환삼덩굴’로 28만0414㎡(약 8만5000평)에 달한다.

‘양미역취’는 3만5621㎡(1만800평), 이어 ‘미국쑥부쟁이’(7435㎡), ‘돼지풀’(6403㎡), ‘도깨비가지’(3907㎡) 순이다. ‘털물참새피’는 3578㎡, ‘가시박’은 1791㎡를 차지하고 있으며 ‘애기수영’과 ‘가시상추’도 각각 3㎡, 5㎡ 면적에 분포해있다.

생태교란식물은 장록습지 외에도 순천만습지, 담양 갯벌 등을 비롯해 주택가 마당과 농지에도 퍼져있는 터라 인근 농민과 산책 즐기던 시민들도 “없애도 계속 나온다. 참 징그럽다”, “따가운 잎들이 일할 때 붙어서 떨어지지도 않는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매일 자전거를 타고 습지를 한바퀴씩 돌곤 하는 박삼환(80·송정동)씨는 “예전엔 갈대가 절경을 이뤘는데 요즘 이 노란 게 사방팔방에 자라서 다 가리고 있다. 저게 외래종이라고 한번 번식하면 자리를 완전히 다 차지해버리고 다른 풀들도 다 죽여버린다. 바로바로 제거를 해야 되는데 너무 많아서 언제 다 할까 싶다”고 말했다.

인근 밭에서 배추, 고구마, 상추를 키우고 있는 김봉임(여·74)씨도 “모종 심어놓은 밭까지도 덩굴이 쳐들어온다. 일할 때마다 따가운 것들이 더덕더덕 붙어서 떨어지지도 않는다. 낫으로 베어내고 해도 너무 질기고 며칠만에 금세 또 자라있다”고 한탄했다.

이범기 법정법인 야생생물관리협회 광주·전남지부 사무국장은 “이 모든 교란종들을 순수하게 사람 손으로 100% 제거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지만 갈대가 할 자연 경쟁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며 “일반 시민들은 어떤 식물이 외래종인지, 생태계교란종인지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경우도 많다. 장기적으로는 생태 교육 확대를 통해서 자연보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해진 시점이다”고 말했다.

김영식 영산강유역환경청 환경관리국장은 “최근 하천, 수변구역 등에 생태교란식물의 확산이 심화되고 있다. 보호지역 생태교란식물 제거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완전 제거가 쉽지 않다”며 “도심형 최초 국가 습지인 장록 습지가 교란종에 잠식당한다면 시민들은 휴식처를 잃는 것이기도 하다. 지역생태습지의 가치를 지키고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 고유종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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