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 넘어 예술은 ‘면회 중’
옛 장흥교도소 ‘빠삐용Zip’
11월1일 피크닉형마켓 ‘서로살장’
31일~11월2일 ‘전남 콘텐츠페어’
2025년 10월 27일(월) 20:20
1975년 개청한 옛 장흥교도소가 반세기 만에 문화공간 ‘빠삐용Zip’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영화 ‘빠삐용’의 자유 정신과 파일 확장자 ‘Zip’을 결합한 이름처럼, 이곳은 억압의 상징이던 교정시설에서 벗어나 창작과 치유의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이제는 수감자 대신 어린이와 가족, 예술가와 창작자가 오가며 지역의 새로운 문화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깊어가는 가을, 빠삐용Zip을 배경으로 두 개의 문화예술 행사가 동시에 열려 눈길을 끈다.

우선 장흥군 빠삐용Zip사업단은 오는 11월 1일 새로 조성한 서로살림터(옛 경비교도대 구역)에서 주민과 방문객이 함께 만드는 생활문화 장터 ‘서로살장’을 연다.

‘서로살장’은 생활기술자·수리기술자·자원순환가·농부·요리사·예술가 등 ‘생활의 달인’들이 셀러이자 진행자로 참여하는 로컬 마켓이다.

‘살려내는 자들이 온다!’를 슬로건으로 내건 이 장터에서는 참가자들이 직접 만든 물건과 나누고 싶은 음식, 버리기 아까운 물건을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다. 돗자리나 상을 펴고 어울리는 피크닉형 마켓으로 매대나 부스 대신 누구나 주인공이 되는 열린 공간이다.

현장에서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자신의 분신인 ‘또나’를 만들어 미니 감옥에 수감시켰다가 미션을 수행하고 ‘새롭게 태어난 나’로 출소하는 창작·치유 프로그램, 헌 옷을 잘라 잇는 자원순환 뜨개실 만들기, 가족과 친구가 함께하는 티피하우스 만들기, 보드게임, 메리골드 꽃차 시음 등 일상 속 치유와 교류의 시간이 마련된다.

새로 완공된 화덕터에서는 피자와 빵, 소시지를 굽고 큰 가마솥에 밥을 지어 나누는 공동식사도 진행된다. 모두가 둘러앉아 밥을 짓고 나누는 풍경은 ‘함께 사는 법’을 되새기는 축제의 상징이 될 전망이다.

두 번째 행사는 같은 주말 열리는 ‘2025 전남 콘텐츠페어’(오는 31일~11월 2일)다. 빠삐용Zip 전 구역을 무대로 진행되며 일상의 기술과 첨단 콘텐츠가 한 공간에서 어우러지는 이색적인 축제가 펼쳐질 예정이다. 전남도·장흥군 주최, 전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 주관.

‘남도 K-컬처, 콘텐츠를 더하다’를 주제로 열리는 ‘2025 전남콘텐츠페어’에서는 웹툰과 게임, 메타버스,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가 옛 교도소 건물 안팎을 가득 채운다.

빠삐용zip에서 ‘서로살장’과 ‘전남 콘텐츠페어’가 열린다. 지난해 열린 개관식 축하공연. <빠삐용Zip사업단 제공>
운동장과 전시동에는 7개 전시존이 마련돼 지역 기업이 제작한 웹툰·애니메이션·스토리 콘텐츠·게임·미디어아트 작품이 선보인다. 관람객은 작품을 감상하거나 직접 플레이하며 전남 콘텐츠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생생히 체험할 수 있다.

특히 ‘미디어아트 쇼룸’에서는 남도의 자연과 정서를 모티브로 한 특화형 미디어 작품이 상영되고,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는 인터랙티브 이벤트가 상시 운영된다.

방탈출·미디어 나눔버스 등 참여형 프로그램도 마련돼 교도소의 공간이 새로운 문화 체험의 무대로 거듭난다.

빠삐용Zip의 야외무대에서는 전남과학대 e스포츠학과와 협업한 e스포츠대회가 열린다. 전라남도 대표 선수단의 시범경기와 게릴라 매치가 이어지며 교도소 담장 안이 잠시 게임의 전장으로 변한다. 가족 단위 관람객을 위한 게임문화캠프,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레디 액션!’ 같은 오락형 체험 프로그램도 준비돼 남녀노소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 분위기를 더한다.

개막 첫날에는 콘텐츠 명사 초청 강연이 마련된다. 웹툰 ‘미생’과 ‘파인’의 작가 윤태호는 창작의 과정과 스토리텔링의 힘을, 김유석 더호라이즌 대표는 게임 산업의 흐름과 성공 사례를 공유한다. 또 서울대 문병로 교수는 ‘AI 분야, 앞으로 더 커지는 이유’를 주제로 인공지능과 콘텐츠 산업의 융합 가능성을 짚는다.

이 밖에도 우수콘텐츠 공모전, 문학탐방 캠프 등 다채로운 부대행사가 마련돼 어린이와 청소년, 창작자, 일반 관람객까지 모두가 어울리는 콘텐츠 축제의 장이 펼쳐질 예정이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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