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능선 위로 펼쳐진 장막 같은 어둠
전현숙 작가 ‘붉은 능선, 검은 고요’전
ACC 디자인호텔 1층 별관서 31일까지
2025년 10월 27일(월) 15:30
‘붉은 능선, 검은 고요’
‘붉은 능선, 검은 고요’
전시 주제만큼이나 작품도 깊은 사유를 요한다. 화가는 어떤 생각에서 그림을 그렸을까.

오는 31일까지 진행 중인 전현숙 작가의 ‘붉은 능선, 검은 고요’(ACC 디자인호텔 1층 별관).

전시실에서 마주하는 작품은 붉은 색과 검은색의 이질적인 조화다. 주제처럼 붉은 능선 위로 장막 같은 무거운 어둠이 드리워져 있다.

모두 20여 점의 작품은 가을의 분위기를 떠올리게 한다. 사색과 침잠, 어둠과 깊이 등이 환기되는 작품은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 상정하고 있는 지향을 대략 보여준다.

전 작가는 “붉은 능선은 몸에서 올라온 열의 윤곽이다. 가까이에서는 살결이고, 한 걸음 물러서면 능선과 사구로 변해 풍경이 된다”며 “뜨거움은 먼저 도착하고 고요는 늦게 도착해 오래 머문다”고 전했다.

작품은 단순한 구도와 단순한 색채로 구현돼 있지만 그 이면에 투영된 사유의 무게는 결코 간단치 않다. 몸의 열이 능선과 사구로 전이된다는 상상력이 사뭇 이채롭다. 창작의 과정 중에 작가는 기억과 침묵, 추구하는 세계 등을 둘러싸고 나름의 ‘사투’를 벌였다는 가늠하게 한다.

이에 대해 전 작가는 “달은 검은 금속의 침묵으로 빛을 반사하면서도 삼켜버린다. 쉽게 말로 붙잡히지 않는 기억의 무게다”며 “나는 그 아래 아주 작은 척도로 서 있다. 밤과 몸, 땅과 기억이 겹치는 자리에서 늦게 도착하는 고요를 기다린다”고 작품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한편 전 작가는 전남대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서울, 광주, 전주 등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또한 광주시립미술관 국제 교류전 등 다수 기획전에 참여했으며 지난 2008년 신세계매술제에서 수상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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