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때 평화 시위, 동학·오월과 연결돼 있죠”
‘동학에서 5·18로’ 강연차 광주 찾은 기타지마 日 욧카이치대 명예교수
동학과 5·18 비폭력, 간디 사상 등과 공통점 탐구 지속
‘동경대전’ 일본어 번역 중…“5·18 세계화 시야 넓혀야”
2025년 10월 26일(일) 19:25
올해 여든 두 살의 기타지마 기신(아시아종교평화학회 회장·사진) 일본 욧카이치대 명예교수는 동학 관련 논문을 꾸준히 발표한 데 이어 현재는 동학의 핵심 경전인 ‘동경대전’을 일본어로 번역중이다.

그가 동학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지난 2011년 동학 권위자인 박맹수 전 원광대 총장의 안내로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을 방문하면서부터다. 동학이 비폭력을 중심에 둔 사상임을 알게 된 그는 이를 계기로 간디의 사상이나 남아프리카의 비폭력운동과의 공통점을 탐구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고 그 여정은 15년 넘게 이어지는 중이다.

기타지마 교수가 지난 23일 비움박물관(관장 이영화)과 참배움터(대표 정경미)가 공동기획한 인문학 강의 참여 차 광주를 찾았다. 그는 이날 ‘동학에서 5·18로:비폭력 평화구축과 토착적 근대’를 주제로 강연한 후 참가자들과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공부를 통해 동학과 5·18, 두 역사적 사건에는 토착 문화에 내재된 비폭력주의의 정신이 깃들어 있음을 알았다는 그는 계엄정국에서의 평화적인 시위와 동학, 5월의 연결점에도 주목했다.

“80년 5월에는 ‘신의 내재화’에 가까운 자각 의식이 사람들 사이에 생겨났습니다. 그것은 “두렵지 않다”는 실감이었으며 타인의 지시를 받지 않고, 타인을 해치지 않으며, 자발적 행동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었습니다. 이러한 행동은 모두가 하나되는 행동을 낳았습니다. 이 경험이 세월을 거쳐 더욱 풍요로운 형태로 재현된 것이 계엄령 하의 평화적 시위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자신이 천착하고 있는 동학, 5·18, 아프리카 문학 등을 통해 우리 사회에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일까.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중해 문제를 단편적으로 해결하려다 실패합니다. 시야를 넓히고, 과거와 현재를 유기적으로 잇는 사상이 필요합니다. 서구적 자아 중심의 근대사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이런 사상을 알기 위해서는 지역에 뿌리내린 토착 종교나 문화에 친숙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사상들에 담긴 보편성과 현대 사회가 극복해야 할 과제를 결합할 때 새로운 방향성이 드러납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현대를 개척할 힘이 됩니다.”

그는 “번역중인 ‘동경대전’에는 신(神)의 내재화를 바탕으로 한 만물의 평등성, 상호관계성, 주체화 등의 개념이 있다”며 “이를 현대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오늘날 사회를 좀먹고 있는 자기중심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에 등장하는 ‘23세 교육대학생’에 주목한 그는 소설을 읽으며 일본군 위안부의 고통을 다룬 영화 ‘귀향’을 떠올리기도 했다.

“저는 ‘소년이 온다’를 읽고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 속에는 과거와 현재, 죽은 자와 산 자가 놀랍도록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연결의 중심에는 불교적으로 말하면 ‘불성(佛性)’이 있고, 동학적으로 말하면 ‘하늘’이 있습니다. 교육대학생이 느낀 “무언가 맑고 깨끗한 것”, 군대조차 두려워하지 않는 어떤 힘이란 바로 이러한 하늘, 불성과 통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는 5·18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5·18을 한국 내부의 사건으로만 한정하지 않고, 그 안에 담긴 ‘토착적 근대’의 의미를 아프리카의 아파르트헤이트 철폐 운동 등 세계의 민주화 운동과 관련지어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는 광주민주화항쟁에 대해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이 있습니다. 이번 인연을 계기로 광주 시민들로부터 구체적인 역사 복원의 내용을 배우고 싶습니다. 이를 통해 제 시야의 좁음을 확장하고 한국 사상에 대한 이해를 한층 깊게 하고 싶습니다.”

노(老)학자는 끝없는 배움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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