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전문의가 쓴 ‘명화 속 눈 이야기’
기홍석 원장, 박광혁 전문의와 책 펴내…백내장·근시·안경 등 주제로
“자기만의 주제 있으면 작품 감상 즐거워…신화 속 ‘눈’ 소재 책 쓸 것”
2025년 10월 23일(목) 20:35
‘명화 속 눈 이야기’를 펴낸 기홍석 원장.
화가 클로드 모네는 말년에 백내장으로 고생했다. 질병은 모네의 화풍에 영향을 미쳤고 ‘일본식 다리’ 등의 작품에도 그 흔적이 드러나 있다. 르느와르가 그린 ‘목욕하는 여인들’에서는 갈수록 심해진 근시가 미친 영향이 보인다. 페트루스 크리스투스의 ‘어린 소녀의 초상화’를 찬찬히 들여다 보면 모델이 사시임을 알 수 있다.

미술을 감상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안과 전문의가 펴낸 ‘명화 속 눈 이야기’(마로니에북스)는 ‘작품 속의 눈’과 ‘화가들의 눈’을 통해 색다른 방식으로 그림을 소개하는 흥미로운 책이다.

저자는 전남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마치고 광주에서 개업의로 일하고 있는 안과전문의 기홍석 원장. 박광혁 내과 전문의와 함께 펴낸 책은 눈꺼풀, 각막, 눈물, 녹내장, 근시, 안경 등 ‘눈’과 관련된 주제로 다양한 명화를 소개한다.

“그림 감상을 좋아합니다. 해외에 나갈 때면 미술관을 빠지지 않고 방문하고요. 여행기와 그림 감상 등을 엮어 작은 소책자를 발행하고는 했죠. 초상화와 인물화 등을 볼 때면 안과 의사이다 보니 자연히 ‘눈’에 대해 관심이 갑니다. 또 모네나 윌리엄 터너처럼 안과질환을 가진 화가들의 작품이 변해가는 과정을 살펴보는 건 또 다른 즐거움이었죠.”

기 원장은 지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광주노인지도자대학에서 소설, 영화, 드라마, 그림 등에 등장하는 안과학에 대한 강의를 진행했었다. 강의 자료들을 꾸준히 스크랩하면서 자신의 전공과 좋아하는 미술을 결합시켜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이번 책은 2020년 7월 2만명이 회원으로 있는 미술 관련 밴드 ‘세계 명화’에 연재한 ‘명화속의 안과학’이 모태가 됐다. 첫 책을 출간하는 과정은 어려웠다. 출판사와 계약 후 수차례 다시 쓰기를 이어갔다.

“초기에는 의학적인 부분이 많아 내용은 좋은데 어렵다는 반응이 있었어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을 강화하고 어려운 의학용어도 한글로 풀어썼습니다.”

그는 명화에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는 재미도 컸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게 찰스 윌슨 필이 그린 ‘벤자민 프랭클린’이다. 근시와 노시안으로 고통 받았던 벤자민 프랭클린이 그림에서 쓰고 있는 안경이 광학적 지식을 이용해 스스로 발명한 이중초점 안경이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미술 감상 후에는 꼭 메모를 합니다. 제가 ‘눈’을 주제로 책을 썼듯이 자신이 좋아하는 주제를 가지고 그림을 감상하면 훨씬 더 즐겁고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을 겁니다. 자연스럽게 그림에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게 되죠.”

고흐와 세잔을 좋아한다는 기 원장은 미술은 물론이고 사서삼경 등 동양학, 한문, 음악을 비롯 인문학과 예술 전반에 관심이 많다.

최근에는 신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관련 책들을 탐독하고 있는 기 원장은 앞으로 신화에 등장하는 ‘눈’을 소재로 책을 집필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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