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을 다시 생각하는 ‘차별 없는 디자인’
모두를 위한 디자인은-김병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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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미국 코네티컷주 뉴타운의 샌디 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으로 20명의 학생과 6명의 교직원이 사망했다. 몇년 뒤 그 자리에 다시 학교를 세우기로 결정했을 때 공모 참여 건축사무소들은 ‘요새형 학교’를 제안했고 동조하는 주민들도 많았다.
하지만 건축사무소 스비걸스 파트너스는 달랐다. 높은 울타리와 CC-TV에 둘러싸인 감시타워 같은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결코 행복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높은 벽과 울타리 대신 자연을 적절히 활용해 보안장치를 만들고 행복한 성장을 돕는 좋은 학습 환경을 만들어주는 요소로 햇빛, 자연, 커뮤니티를 설정한 후 공간을 디자인했다. 학교라는 ‘공간의 본질’을 잊지 않고, 설계자나 관리자의 시선이 아니라 학교의 사용자인 아이들의 시선으로 ‘기준’을 옮겨 일을 진행한 것이다.
김병수 주식회사 미션잇 대표가 펴낸 ‘모두를 위한 디자인은’은 5년간 9개국 300명을 인터뷰하며 얻은 생생한 사례를 통해 ‘차별 없는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한다. 삼성전자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하고 런던에서 사회적 기업가 정신을 공부한 저자는 장애인과 고연령층 등 소외됐던 사용자 경험에 관한 연구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모두를 위한 디자인은 “신체적, 정신적 조건이 각기 다른 개인들에게 최적의 경험을 전달하고자 하는 디자인”이다. 더불어 모든 사람의 경험에는 ‘아름다움과 기쁨’이 존재하기에, 혹시 “사용자가 장애인이니까, 요양시설에 있으니까, 나이가 너무 많으니까 그들이 접하는 것은 기본만 돼도 괜찮다라는 생각을 은연중에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리 모두에게 묻는다.
저자는 먼저 ‘기준점(Standard)’ 다시 보기를 제안한다. 당연하다고 생각해 온 것들이 특정 기준에 맞춰 제작됐고 그로 인해 배제되어 있는 사람들이 있음을 보여주며 극복 사례도 소개한다. 서 있는 사람의 기준에 맞춰진 냉장고 등 가전제품과 아파트 출입구에 난감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양손을 쓸 수 없는 뇌성마비 장애인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나이키의 운동화 플라이이즈 모델 등의 사례도 들려준다.
더불어 물리적인 영역을 넘어 ADHD, 자폐스펙트럼 장애, 공황장애, 난독증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 영역으로까지 포용 디자인의 범위를 확장해야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모두를 위한 디자인에 있어 ‘참여’는 또 하나의 키워드다. 저자는 신발 한 켤레를 사면 한 켤레를 업체가 기부하는 ‘탐스’의 1+1프로젝트가 실제로 신발을 받은 어린이들에게 외부 지원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현지 공동체 당사자를 끌어들이는 참여의 과정이 생략됐기 때문에 기부는 의미있었지만 지역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는 것이다.
반면 개관 1년만에 100만명이 다녀간 일본 이시카와 현립도서관은 접근성에 제약을 겪는 사람들의 만족할 만한 설계기준을 찾기 위해 여러 장애인 관련단체를 참여시키며 끊임없이 ‘현장에서’ 답을 찾아 ‘모두를 위한 도서관’을 완성해냈다.
‘다름 속에서 공통점’을 발견해 주거 환경을 변화시키고 사회문제를 해결한 스웨덴의 ‘셀보 프로젝트’도 인상적이다. 당초 70세 이상 노년층이 거주하는 아파트를 리모델링할 예정이었던 공공주택업체 헬싱보리셈은 부모 없이 스웨덴에 도착한 난민 청소년 459명에게 아파트 1~4층을 내준다. 그 결과 세대와 배경은 다르지만 외로움이라는 심리적 공통점과 보살핌이 필요했던 이들이 함께하며 사회적 고립감을 해소하는 결과를 만들어냈고 공동주거 프로젝트는 이어진다.
마침 포용 디자인 관련 다양한 사례를 만날 수 있는 광주디자인비엔날레(11월 2일까지)가 열리고 있다. 이 책과 더불어 ‘모두를 위한 디자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휴머니스트·2만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하지만 건축사무소 스비걸스 파트너스는 달랐다. 높은 울타리와 CC-TV에 둘러싸인 감시타워 같은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결코 행복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높은 벽과 울타리 대신 자연을 적절히 활용해 보안장치를 만들고 행복한 성장을 돕는 좋은 학습 환경을 만들어주는 요소로 햇빛, 자연, 커뮤니티를 설정한 후 공간을 디자인했다. 학교라는 ‘공간의 본질’을 잊지 않고, 설계자나 관리자의 시선이 아니라 학교의 사용자인 아이들의 시선으로 ‘기준’을 옮겨 일을 진행한 것이다.
저자는 먼저 ‘기준점(Standard)’ 다시 보기를 제안한다. 당연하다고 생각해 온 것들이 특정 기준에 맞춰 제작됐고 그로 인해 배제되어 있는 사람들이 있음을 보여주며 극복 사례도 소개한다. 서 있는 사람의 기준에 맞춰진 냉장고 등 가전제품과 아파트 출입구에 난감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양손을 쓸 수 없는 뇌성마비 장애인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나이키의 운동화 플라이이즈 모델 등의 사례도 들려준다.
더불어 물리적인 영역을 넘어 ADHD, 자폐스펙트럼 장애, 공황장애, 난독증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 영역으로까지 포용 디자인의 범위를 확장해야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 총기사건 후 다시 지어진 샌디 훅 초등학교는 설계자나 관리자가 아닌 사용자의 시선으로 건물을 설계했다. 높은 펜스 대신 낮은 울타리를 만들고 나무를 심어 학교와 외부에 자연스러운 경계선이 생성되도록 설계했다. <휴머니스트 제공·ⓒSvigals+Partners> |
반면 개관 1년만에 100만명이 다녀간 일본 이시카와 현립도서관은 접근성에 제약을 겪는 사람들의 만족할 만한 설계기준을 찾기 위해 여러 장애인 관련단체를 참여시키며 끊임없이 ‘현장에서’ 답을 찾아 ‘모두를 위한 도서관’을 완성해냈다.
‘다름 속에서 공통점’을 발견해 주거 환경을 변화시키고 사회문제를 해결한 스웨덴의 ‘셀보 프로젝트’도 인상적이다. 당초 70세 이상 노년층이 거주하는 아파트를 리모델링할 예정이었던 공공주택업체 헬싱보리셈은 부모 없이 스웨덴에 도착한 난민 청소년 459명에게 아파트 1~4층을 내준다. 그 결과 세대와 배경은 다르지만 외로움이라는 심리적 공통점과 보살핌이 필요했던 이들이 함께하며 사회적 고립감을 해소하는 결과를 만들어냈고 공동주거 프로젝트는 이어진다.
마침 포용 디자인 관련 다양한 사례를 만날 수 있는 광주디자인비엔날레(11월 2일까지)가 열리고 있다. 이 책과 더불어 ‘모두를 위한 디자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휴머니스트·2만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