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들었던 고향 사투리 등 통해 우리말 어원 연구
고흥 출신 김석훈 우리말 뿌리연구가… ‘우리말 범어사전’ 편찬도
2025년 10월 23일(목) 18:35
“우리말은 단지 한반도만의 언어가 아니다. 그 안에는 대륙과 바다를 넘나든 선조들의 정신이 흐른다.”

고흥 출신의 우리말 뿌리연구가 김석훈이 오랫동안 우리말의 어원을 좇아 수년간 연구하며 배운 신념이다.

김 연구가는 최는 인터뷰에서 “3500년 전 범어는 인도어만이 아니라 우리 동이족 선조들의 말이었다”고 전했다. ‘리그베다’와 범영사전 속 많은 단어가 우리말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음운과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3년 전 김 연구가는 많은 공력이 들어간 ‘우리말 범어사전’(다일라 출판사)을 펴낸 바 있다. 사전 편찬을 위해 저자는 1899년 영국 옥스퍼드에서 출간된 모니에르 윌리엄스경의 범어사전을 비교 분석했다고 한다.

저자는 사전을 펴내게 된 계기에 대해 “우리말의 어원을 좇아 수년간 연구를 거듭하며 한민족의 언어가 단절된 고립의 말이 아닌 동이족으로 대표되는 고대 문명어의 한 축임을 밝혀내는 데 있다”고 전했다.

김 연구가에 따르면 어린 시절 마을에서 들었던 마을말에는 낯설고도 신비로운 어휘가 많았다. 예를 들면 이렇다. 부부가 서로를 “마히시”(여왕님), “애마리요”(왕이시여)라 부르고 아이를 향해서는 ‘아히마다’(내 사랑이여, 꿀 같은 자식아)라고 불었다.

이후 그는 범어(梵語, 산스크리트어) 사전을 탐독하던 중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 앞서 언급한 단어들이 범어 속에 고스란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마히시는 ‘여왕’, 애마리요는 ‘왕이시여’, 마다는 ‘꿀 같은 사랑스렁 존재’를 의미했다.

김 연구가는 “고흥의 농가에서 쓰이던 ‘사투리’가 사실은 존중과 애정을 담은 왕족의 언어였던 셈이다”며 “언급한 예에서 보듯 부부가 서로를 왕과 여왕으로 부르던 그 언어 속에는 단순한 생활의 말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존중과 품격이 살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사투리를 지방의 언어나 비표준어로 인식하지만 그는 그 어원을 범어, 즉 ‘왕족·무사·통치자 계급’을 뜻하는 단어에서 찾고 있다. “사투리는 잃어버린 왕의 말이다”라며 “지방의 언어야말로 원형 그대로의 우리말이며 고대 정신과 감성이 보존된 언어유산이다”고 그는 강조했다.

김 연구가는 숭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으며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동북아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우리말로 다시 깨어나는 정신 ‘다일라’ 운동을 펼치고 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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