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철 한전 사장 “대기업 전력직접구매제도 악용 시 폐지도 검토해야”
기후에너지환경위 산하기관 국정감사서 제도 악용 우려 제기
2025년 10월 23일(목) 17:55
김동철 한전 사장<한전 제공>
김동철 한국전력공사(한전) 사장이 23일 대기업 등 대규모 전력 소비처에서 한전을 통하지 않고 전력을 구매하는 ‘전력 직접구매제도’와 관련해 “전력시장 가격에 따라 결정하는 절차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폐지하는 것이 옳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 사장은 이날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정혜경 진보당 의원의 “일부 대기업이 전력 직접구매제도를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에 이같이 답변했다.

김 사장은 “전력 직접구매제도는 기업이 전력을 직접 구매함으로써 전력시장의 경쟁을 촉진시키고 전기요금이 부당하게 인상되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으나 악용될 우려가 있는 제도”라면서 “기업들이 국제 원료 가격이 폭등하면 (정부의 정책으로 전기요금을 동결하는)한전 전력을 사용하고, 국제 유가가 일정 기준 아래로 내려가면 한전보다 저렴한 민간 전력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이익만 취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한전은 실제 2021~2023년 3년동안 러-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정세 악화로 연료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도 국민과 기업의 부담 완화를 위한 정부 방침에 따라 전기요금을 동결해 45조원에 달하는 누적적자가 발생했으며, 총부채만 200조원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전은 2023년 3분기부터 적자해소 등 재무구조 개선에 총력을 기울인 결과 흑자전환해 적자폭을 줄여가고 있지만, 여전히 2분기 말 기준 28조 8000억원 수준의 누적적자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김 사장은 “이처럼 막대한 누적 적자는 한전이 모두 부담하고 있는데, 기업들은 국제유가가 하락하면 민간이 실시간 전력 도매가에 맞춰 판매하는 전력직접구매제도로 갈아타려 한다”면서 “이는 제도의 맹점을 악용한 것으로, 기업들은 국제 유가가 다시 폭등하면 원가 이하로 판매하는 한전으로 다시 돌아오고 한전의 누적 적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직접 구매제도’는 기업이 한전 또는 화력 등 민간 발전소 등에서 직접 전력구매를 선택함으로써 전력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지만, 정부가 한전의 전기요금 인상·인하를 결정하는 우리나라의 실정에는 맞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한전과 민간 전력 생산자간 선의의 경쟁이 선행돼야 하는데, 정부가 한전의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하는 현 구조에선 국제유가 등 원료가격이 일정 수준 이하로 내려가면 민간이 제공하는 전기요금이 낮아지는 반면 국제유가 폭등 시 한전이 막대한 적자를 떠안으며 원가 이하의 전기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이와 관련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국제 연료 가격이 올라 전력 원가가 올라가면 전기요금에 즉시 반영하고, 원가가 내려가면 인하 역시 즉시 반영하는 등 시장원리에 따른 가격 결정 프로세스에 충실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시장 가격 결정 방식이 (정부의 개입 등으로)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전력 직접구매제도는 폐지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장윤영 기자 zzang@kwangju.co.kr
이 기사는 광주일보 홈페이지(kwangju.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kwangju.co.kr/article.php?aid=1761209700790899005
프린트 시간 : 2025년 10월 24일 01:3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