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통팔달(四通八達) 강진, 다시 연결을 설계하다 - 차영수 전남도의원
2025년 10월 23일(목) 00:20
9월 말 임성리∼해남∼강진∼장흥∼신보성을 잇는 목포·보성선 개통으로 강진은 철도 사각지대에서 벗어났다. 이는 서남해 생활·관광·물류권 편입의 제도적 분기점이자 지역의 일상 이동과 산업 동선이 재배열되는 사건이다. 철도가 가져온 것은 단지 선로가 아니라 ‘정시성’이라는 공공재다. 철도는 이제 강진이 다시금 교통의 요충지로 발돋움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사통팔달’, 오랜 기간 강진을 대표해 온 수식어이다. 강진의 시작과 발전은 바다와 강, 길이 만나는 지형적 조건 위에서 가능했다. 조선시대 강진의 지명이었던 탐진나루는 ‘탐라(제주)로 가는 나루’라는 의미를 지닌 거점으로 기록된다. 강진의 포구는 제주·남해 연안 항로의 집산·환승지였고, 강진·제주 해상교역의 오랜 기억은 지역 생활문화의 저류를 형성해왔다. 즉 강진의 성장은 본질적으로 교통에 기반했다. 근·현대 들어서는 국도가 동서·남북 축을 이루며 내륙과 해안을 결속했다. 결국 강진은 교통으로 생겨나고 교통으로 성장했다고 구조적 설명이 가능하다. 이에 지난 강진의 쇠퇴는 교통망 변화로 지리적 중요성이 줄어든 시점과 궤를 같이 했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이유로 강진의 교통망이 확충되는 것은 정체성과 지리적 이점을 강화하여 지역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할 것으로 풀이되어 철도와 같은 교통 인프라 신설의 움직임은 반갑다.

철도 이외에도 광주·완도 고속도로 중 1단계 광주·강진 구간은 2026년 말 준공을 목표로 공정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 구간의 개통은 광주권-강진권 통행시간을 대폭 단축해 물적·인적 이동의 ‘정시성’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 이어지는 성전·해남(완도) 구간은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고, 전 구간 완성 시 광주-완도 1시간 10분대 이동의 청사진이 제시되어 있다. 즉 철도와 고속도로의 교차는 강진을 서남권 교통축의 중앙에 올려놓는다. 여기에 더해 강진만 횡단교는 강진 교통지도에서 구조적 단절을 해소하는 게임 체인저다. 신전-마량을 차량으로 30분 이상 돌아가던 동선을 약 2분으로 줄여 강진의 공간적 범위를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인프라 확충에만 기대어서는 강진이 다시금 사통팔달의 요충지가 될 수 없다. 단지 지나가는 통로에 불과한 지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통과 교통’을 물류 경쟁력으로 변화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먼저, 정시성을 표준화해야 한다. 철도-항만-광주 방향 고속도로-국도 23호선 강진만 횡단교를 하나의 시간표로 묶어 여객·화물 환승과 상하차를 예측 가능한 절차로 운영해야 한다. 교통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움직이도록 설계하여 강진이 물동량 환적의 중심지로 신뢰를 얻어야 비로소 물류 거점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물류센터를 기능 중심으로 유치해야 한다. 대형 물류창고의 양적 확대뿐만 아니라 강진항·강진역 배후에 상온·냉장·냉동을 갖춘 다온도 복합센터를 단계적으로 배치하여 물동량이 머무르고 관리할 수 있는 지역이 되어야 한다. 밤낮없이 농수산물이 신선한 상태로 움직이도록 보관 시스템을 구축해야 강진이 농수산물의 거점 역할을 할 것이다.

끝으로 항만 물류를 늘려야 한다. 강진항에서 제주로 가는 배편을 강화해 해상 물동량을 확보해야 한다. 항에 냉장·냉동 하역라인과 위생 표준을 갖추고 제주행 카페리·연안선을 체계적으로 운항해 강진이 제주와 내륙 간 국내 물동량의 핵심 지역이 되도록 비전을 강화해야 한다.

요컨대 강진이 길을 놓는 데서 멈추지 않고 시간을 지키고 신선함을 지키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철도와 고속도로, 강진만 횡단교, 그리고 기능형 물류센터와 제주 항로가 촘촘히 맞물릴 때 강진은 광주, 목포, 제주의 물류 중심에서 호남권을 대표하는 사통팔달의 도시로 기능할 것이다. 이 자리를 빌어 필자 또한 전라남도의원으로서 그 미래를 차근차근 실행하는 데 노력할 것을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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