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부족에서 물난리까지…광주·전남 ‘극한’이 일상 됐다
50년 뒤엔 남부 폭우 강도 북부의 1.54배·연 최대일강수 1.91배↑
영산강 유역 강우 급증…시간당 100㎜ 이상 호우 발생 빈도 두 배
극한 강수 늘고 가뭄 더욱 심화 … 폭염 대비 사회 안전망 강화해야
‘한국기후위기평가보고서 2025’
2025년 10월 20일(월) 19:20
/클립아트코리아
광주와 전남이 기후위기 시대의 ‘물 양극화’ 현장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광주·전남이 극한강수는 늘고, 가뭄이 심화되는 대표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는 것이다.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이 최근 발간한 ‘한국기후위기평가보고서 2025’에 따르면 우리나라 평균 강수량은 탄소배출(SSP)시나리오에서 현재 대비 3~14% 증가하고 극한강수는 특히 고배출(SSP5-8.5)에서 더 뚜렷했다.

연 최대일강수의 예상 빈도는 2071~2100년에 1.91배까지 늘 전망이다. 남부지역의 폭우 강도는 북부보다 1.54배(전국 중앙값의 1.72배)로 더 세진다.

광주·전남의 배수·저류 여력과 산지 사면 안전망이 ‘짧고 세게 오는 비’에 맞춰져야 하는 이유다.

목포시의 홍수 취약성 지수는 7.58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값을 기록했다. 영산강 유역의 20년 간 강우강도는 평균보다 31%증가했고, 시간당 100㎜ 이상 호우 발생 빈도는 두 배 늘었다.

반면 겨울철·봄철강수량은 평년보다 20%감소했다. 짧은 집중호우와 긴 무강수 구간이 교차하는 전형적인 ‘극단 패턴’을 보인다는 분석이다.

실제 2022~2023년 광주·전남은 ‘50년 만의 대가뭄’을 기록했다.

주암댐·동복댐 저수율은 20~30%에 그쳤고, 272만명에게 공급되는 도시 상수도의 노후 관로 손실률은 10%를 넘었다.

라니냐 지속과 북태평양 고기압 정체로 2022년 연강수량이 846㎜(평년의60%)에 그치면서 영산강 수계의 저수 기능이 한계치에 도달했다.

대조적으로 올 여름에는 ‘물폭탄’이 떨어졌다. 지난 7월 광주402.7㎜, 나주 349.5㎜, 담양 362.5㎜의 집중호우로 저지대 주거지가 침수됐다.

배수펌프장 40%가 용량을 넘어 가동됐고, 하수도 27%가 2000년 이전 설계 시설이어서 재난 대처 능력이 떨어졌다.

보고서는 “배수체계의 설계기준 갱신과 홍수분구통합관제 시스템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가뭄 위험도 역시 국내 상위권이다. 전남 서부권역 KBDI(가뭄지수)가 SSP 5-8.5기준 2050년대 100이상을 넘을 것으로 예측됐다. 이 경우 산림건조일수가 20%이상 늘고 산불위험도 동반상승한다.

기후변화가 광주시와 전남도의 안전을 위협하는 현실적인 재난으로 다가오고 있다.

살인적인 폭염과 국지성 집중호우가 일상화되면서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산사태 위험이 커지고 있으며, 과거에는 남의 일로만 여겨졌던 아열대 감염병까지 북상하며 지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게 일상이 됐다.

기후변화의 피해는 사회적 취약계층에 더욱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 보고서에 담겼다.

전남도는 농촌 지역 비중이 높고 고령 인구가 많아 폭염에 매우 취약한 구조다. 2022년 기준 농가 인구 중 65세 이상 비율은 49.8%에 달한다. 보고서는 폭염이 열사병과 같은 직접적인 온열질환 외에도 심뇌혈관 질환, 신장질환 등을 악화시킨다고 경고했다.

실제 2018년 여름, 전국적으로 4526명의 온열질환자와 48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폭염은 더 이상 ‘더위’가 아닌 ‘재난’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홀로 거주하는 농촌 어르신들의 경우, 폭염에 무방비로 노출될 위험이 커 사회적 안전망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림구조 변화도 기후위기와 맞물린다.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40년(2015~2055) 동안 활엽수림은 광주와 전남 지역에서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전남의 침엽수림 면적은 2006년 대비 9만4000ha가 사라지며 76% 수준으로 크게 감소했다. 여름철 집중호우의 강도가 세지면서 산사태 위험도 커졌다.

우리나라는 최근 40년간 매년 400ha 면적의 산사태가 발생해 30여명의 인명피해를 낳았다.

한 방재 전문가는 “과거와 달리 짧은 시간에 많은 비를 쏟아붓는 강우 패턴의 변화가 토양의 수분 흡수 능력을 초과해 지반을 약화시키고 있다”며 “산사태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건 분야의 새로운 위협도 감지된다. 기온 상승으로 쯔쯔가무시증과 같은 진드기 매개 감염병의 활동 기간이 길어지고 발생 위험이 커지고 있다.

농촌의 65세 이상 인구는 진드기 접촉 빈도가 높아 감염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뎅기열을 옮기는 흰줄숲모기와 같은 아열대성 감염병 매개체의 서식이 가능한 환경이 한반도 남부 지역에 조성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해외 유입 감염병이 국내에 토착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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