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녀에 행복도 커져…만만찮은 육아·교육비는 부담”
‘광주 북구 다자녀가족 체험관광’ 참여한 4가족에게 들어본 일상
자녀 4명 등 저출산 시대 ‘눈길’
모처럼 온가족 오손도손 외출
고충 나누고 특별한 추억 만들어
요리 함께 하고 비엔날레 등 관람
각종 혜택 좋지만 실질적 지원 필요
2025년 10월 19일(일) 20:45
지난 18일 광주시 북구 삼각동 남도향토음식박물관에서 다자녀 가족들이 육전과 주먹밥을 만들고 있다.
“다자녀 가족들은 다같이 외출 한번 하려면 비용 부담이 커서 망설이기도 했는데, 오늘처럼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니 행복하네요.”

광주에서 초등학생 삼남매를 키우고 있는 다자녀 가족의 엄마 김미옥(여·43·문흥동)씨의 말이다.

김씨는 지난 18일 광주시 북구의 ‘다자녀가족 체험관광’ 체험 행사에 참가했다. 많게는 4명까지 자녀를 둔 다자녀 가족 4가구 16명이 한 자리에 모여 북구 주요 관광지를 방문하고 각종 체험 프로그램을 즐기는 행사다. 저출산 시대, 동네에서 아이 웃음소리 한 번 듣기도 어려운 시기에 다자녀 가족들끼리 모여 서로의 고충을 나누고 가족들과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식구가 많다보니 함께 시간을 맞춰 한 번 모이는 것 조차 쉽지 않다던 다자녀 가족들이 한 데 모이자, 마치 명절 풍경처럼 가족들이 오손도손 어울리는 장면들이 잇따라 연출됐다.

부모 손을 잡은 초등학생 아이들의 얼굴엔 설렘이 가득했다. 아이들은 비눗방울을 불기도 하며 금세 친구가 됐고, 북구 희망의 거리에서 ‘가족 건강’, ‘강아지 키우고 싶어요’ 등 ‘우리 가족 희망 메시지’ 적으며 까르르 웃기도 했다.

남도향토음식박물관에서 광주 대표 음식인 육전과 주먹밥을 만들기로 한 아이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뜨거운 밥에 시금치와 멸치를 넣어 조물조물 뭉치자, 부엌 안은 금세 고소한 냄새로 가득 찼다. 아이들은 주먹밥을 뭉쳐 아빠에게 한 입 넣어주기도 하고, 엄마의 비법을 전수받아 김치를 총총 썰어 자신만의 주먹밥을 만들었다.

아이들은 어색한 손놀림으로 계란을 풀고, 신기한듯 부침가루와 계란물을 묻혀 육전·새우호박전·명태전 한 접시를 완성하는 한편 아빠들은 뜨거운 기름에서 ‘전 뒤집기’ 기술을 선보이며 웃음꽃을 피웠다.

다자녀 가족들이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전시장에서 도슨트의 해설을 들으며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최유나(7)양은 “엄마랑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데, 아빠랑 오빠랑 같이 만들어서 재밌었다. 내가 만든 음식이라 더 맛있었다”며 활짝 웃었다.

이날 행사 참가자들은 국립광주과학관, 디자인비엔날레 전시관, 광주역사민속박물관 등을 들러 과학 실험을 체험하고,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며 전시를 관람했다. 아시아예술문화정원 산책로에서는 가족별로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으면서 특별한 한 때를 보냈다.

행사 현장에서 만난 다자녀 가족들의 삶은 넉넉지만은 않았다. 육아 비용부터 교육비, 생활비 등 모든 비용이 남들의 세 배, 네 배로 나가다 보니 계획적이고 알뜰한 소비를 해야 한다는 의식이 자리잡아 있었다.

김씨의 경우 다자녀 육아에 대한 어려운 점으로 만만치 않은 교육비를 첫 손에 꼽았다. 남편 혼자 버는 외벌이라 세 아이 모두 학원을 보내기에는 빠듯하다는 것이다. 둘째는 피아노 학원, 막내는 학교 방과 후 수업을 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김 씨가 집에서 학습지로 자녀들을 직접 지도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김 씨는 “출산장려금이나 수도·전기료 감면, 자동차 구입 시 취득세 감면 혜택은 받았지만, 그외 일상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다자녀 혜택은 거의 없다”며 “차상위나 한부모가정은 지원이 많은 반면, 다자녀 가정은 사각지대에 있어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초등학교 3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3학년, 대학교 1학년 자녀를 둔 사남매의 아버지 심창룡씨는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갖기 어려운 점이 가장 마음아프다고 말했다.

심씨는 과거에도 첫째, 셋째 딸과 북구 말바우시장에서 ‘아버지와 딸이 함께하는 12주 요리 교실’에 참여할 정도로 자녀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는 노력을 해 왔지만, 자녀가 많을수록 가족이 함께 시간을 맞추기 어려워졌다고 한다. 막내 딸 지휴(9)양과 함께 참여한 심 씨는 “첫째, 둘째는 입시와 대학 시험 때문에 아이들이 커 갈수록 여섯 가족이 다같이 모여 시간을 보내는 게 어렵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심 씨는 이어 “요즘엔 다자녀를 위한 국가 지원이 꽤 있지만, 제가 아이들을 키울 때는 다자녀 혜택이 많이 없었다”며 “이번 프로그램처럼 비용 부담 없이 가족끼리 음식 체험, 지역 관광 등 체험할 기회가 많아 아이들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송시율(11)·송하율(여·9) 남매를 키우는 김세련(여·42) 씨는 “자녀가 많다 보니 일일이 챙기기가 쉽지 않다”며 “아이들이 안전하게 어울릴 수 있는 청소년 시설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북구는 18, 19일에 이어 오는 25일, 26일 등 4일간 총 100명의 다자녀가족을 선발해 다자녀가족 체험관광 행사를 운영할 예정이다. 오는 25·26일에는 광주호 생태원 투어 코스도 진행된다.

/글·사진=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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