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삶을 예측하고 점쳤던 가슴 따뜻한 ‘점성술가의 노래’
신안 출신 주영국 시인의 유고시집 ‘구름 사내’
미발표 작품, 문우들 쓴 추모 시와 산문 등 수록
간행위 주관 출판회 17일 오후 4시 5·18기록관
2025년 10월 15일(수) 19:40
하늘과 바람과 구름 그리고 바다를 보며 시인의 감성을 웅숭깊게 구현했던 신안 출신 고(故) 주영국 시인. 지난 22년 세상을 떠난 주 시인은 “탄탄한 시적 구조와 절제된 미학으로 그만의 개성적인 시편을 보여준” 문인이었다.

지난 62년 신안에서 태어난 그는 신안에서 초·중학교를 마치고 고등학교는 진주로 떠나 항공고에 진학한다. 이후 공군에 입대해 기상관측관으로 복무했으며, 2018년 공군 원사로 명예 전역한다.

지난 2019년 첫 시집을 펴낼 당시 주영국 시인. <광주일보 자료 사진>
지난 2010년 ‘시와사람’(여름호 통권 57호) 신인상으로 등단했지만 오랫동안 침묵했다. 그러다 2019년 첫 시집 ‘새점을 치는 저녁’을 상재하면서 본격적으로 창작활동을 펼친다. 광주전남작가회의 김완 회장 시절 사무처장을 맡아 지역 문학 활성화에 기여하는 한편, 틈틈이 문학에 대한 갈증을 시 창작을 매개로 풀어냈다.

이번에 발간된 고인의 3주기를 맞아 동료 문인들이 유고시집 ‘구름 사내’(푸른사상)를 엮어냈다. ‘주영국 유고시집 간행위원회’(위원장 김완)가 주축이 돼 발간한 작품집은 “가슴 속 더운 비밀을 세상에 붉게 터뜨리고 싶었던 주영국 시인”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의미를 담았다.

이번 시집에는 첫 작품집 ‘새점을 치는 저녁’에 수록하지 않았던 51편과 ‘시작노트’에 육필로 쓴 작품 등이 담겨 있다. 주 시인에게 ‘기상 예측’은 다름 아닌 인간을 예측하는 방편이었을 것이다. 변화무쌍한 날씨를 보며 아니 예측할 수 없는 기상을 가늠하며 그는 삶과 사람, 그 너머의 세계를 상상했을 것이다. 그는 ‘예측하고’ ‘점을 치는’ 우리 시대의 가슴 따뜻한 ‘점성술가’였다.

유고시집에는 주 시인이 생전에 인연을 맺었던 문인들이 쓴 추모 시와 산문도 있다. 강대선, 김수, 김완, 박관서, 홍관희, 박재웅, 김석영, 함진원, 강경아, 조현옥, 김옥종, 한영희, 이철경, 이상범, 성미영, 오하린, 문은희, 강희정, 한경훈이 쓴 시는 울림을 준다. 고인의 연보는 이승철 시인이 기록했다.

한경훈 시인은 ‘회억’(回憶)이라는 작품 뒷 이야기에서 “나는 처음과 마지막 그의 주치의였다. 시작과 끝을 알고도 모른 척했던 내가 원망스럽다고 했다. 쓸쓸해 보인다고 그때 말할 것을 나는 하지 못했다”고 했다.

김완 시인은 고인의 첫 시집 발간 당시 “언어의 발랄함, 신선함, 감정의 커다란 진폭, 두근거림, 설렘은 보이지 않고 감정을 곰삭혀 잘 숙성시킨 언어로 시를 이끌어가는 탄탄한 구조로 절제된 힘을” 선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아마도 주 시인은 하늘과 바다, 땅의 경계가 없는 장엄한 저편의 세상에서 무장무애의 필력을 자유롭게 구사하고 있을 것 같다.

한편 유고시집 발간을 기념하는 출판회가 오는 17일 오후 4시 5·18기록관에서 열린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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