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말 잘 들어야 졸업…갑질에도 말 못하는 ‘을의 비애’
꼰대들의 대학원, 노예가 된 학생들 <1> 교수에게 절대 굴종
논문 심사·사례비 제공 문화 만연
“지도교수, 봉건제 영주 같은 권력”
주말도 없이 일하고 논문대필 강요
“죄인처럼 지내야 졸업한다” 한탄
갑질 피해 호소하며 목숨 끊기도
논문 심사·사례비 제공 문화 만연
“지도교수, 봉건제 영주 같은 권력”
주말도 없이 일하고 논문대필 강요
“죄인처럼 지내야 졸업한다” 한탄
갑질 피해 호소하며 목숨 끊기도
![]() 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
대학원생을 ‘노예’라며 비하하는 것이 일상이 돼 버린 세상이다. 버겁기만 한 업무에다, ‘칠순잔치 준비’ 등 잡일까지 떠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온갖 ‘갑질’을 당하면서 일하는데도, 노동자로 인정해주지 않는 게 현실이다.
최근에도 전남대 대학원생이 지도교수 등에게 당한 갑질 피해를 호소하며 목숨을 끊었다.
대학 스스로도 ‘전남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문제’라며 당연하게 여기는 시대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원생 대상 갑질 근절 대책을 기대하는 건 무리일 지 모른다. 대학원생들이 연구자, 학자로서, 노동자로서, 인간으로서도 존중받지 못하는 실태는 왜 이렇게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는가. 그들의 고민과 아픔과 해결책에 대해 4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대학원생들 사이에서는 “죄인처럼 지내야 졸업한다”는 말이 상식처럼 통용되고 있다.
대학원생은 마치 죄인처럼 지도교수에게 복종하고, 교수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교수에게 금품을 상납하거나 주말도 없이 과로하고, 논문 대필 요구를 받거나 인격 모독 발언 등을 듣는 사례가 반복되면서도 저항조차 못 하고 있다고 한다.
교수에게 잘 보이기 위해 관행적으로 논문 심사비, 사례비 등 명목으로 금품을 제공하는 문화가 만연해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 조선대 미대 대학원을 졸업한 A씨는 “논문 심사 3회를 할 때마다 교수에게 식사를 대접해야 하고, 석사생은 30만 원, 박사생은 50만 원을 사례비로 건네야 했다”며 “교수에게 경사가 있다면 선물을 챙기거나 식사 대접도 해야 했다는 대학원생들도 많다”고 말했다.
호남대 간호학과를 졸업한 대학원생 B씨도 “논문 심사를 받을 때 사례비 명목으로 10~30만원을 건네야 한다. 교수가 별말을 하지 않아도 학생들끼리 얼마를 전달할지 금액을 맞추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광주·전남지역 대학교에서도 교수의 갑질 행태는 흔한 사건이 된 지 오래다. 광주교대 교수 C씨는 지난달 17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5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C씨는 지난 2020년 대학원생들에게 논문을 대필해주겠다며 심사비 명목으로 600만원을 받아챙겼다. 석사학위 논문 심사 신청자 8명에게 심사비 명목으로 480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았다.
제자의 논문을 표절하는 교수들도 적지 않다. 이재명 정부 당시 교육부장관 후보자였던 이진숙 후보자조차 과거 교수 시절 작성한 다수 논문이 제자 논문을 표절한 것이라는 의혹을 받았다.
대학원생 인권은 무시되고 있다.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이 실시한 ‘2025 대학원생 실태조사’ 결과, 대학원생들은 지도교수가 학생 연구실에 CCTV를 설치해 감시를 하거나 연구비와 학생 인건비 전용 강요·미지급, 지도교수의 언어적 폭력 행사, 논문이나 학과과정 이행 여부와 관계 없는 유급 등 피해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갑질을 당해도 뿌리치고 나오기도 쉽지 않다. 대학원 학비도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이미 들인 기회비용으로 쉽게 포기하지 못하고, 다른 학교로 옮겨 새로 학위 과정을 밟기에는 기존에 따 놓은 학점 이관이 안 되는 경우도 있어 새로 시작해야 하는 부담도 있기 때문이다. 인지도 높은 지도교수의 인맥으로 소문이 나거나 다른 교수들에게까지 밉보일 수 있어 내부고발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준영 전국대학원생노조 지부장은 이를 두고 지도교수가 대학원생의 ‘생사 여탈권’을 갖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설명한다. 대학원생들에게 지도교수란, 아무리 말도 안 되는 짓을 저질러도 아무 문제를 제기할 수 없는, ‘봉건제 영주’와도 같은 권력자라는 것이다.
또 낮은 취업률도 교수 갑질에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다.
이공계 등은 대부분의 기업·기관이 최소 석사 이상이 기본 지원 자격을 요구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연봉 차이도 큰 상황이다.
2017년부터 ‘김박사넷’ 사이트를 만들어 대학원생들에게 대학원 정보를 전해 온 유일혁 대표는 “학생이 문제를 제기했을 경우 외국은 지도교수와 맞지 않는다면 지도교수를 바꾸는 게 좀 더 쉽지만 우리나라는 학교 자체에서도 해 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학교 구조상 학교보다 교수 힘이 센 곳도 있어서 교수 징계도 어려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최근에도 전남대 대학원생이 지도교수 등에게 당한 갑질 피해를 호소하며 목숨을 끊었다.
대학원생들 사이에서는 “죄인처럼 지내야 졸업한다”는 말이 상식처럼 통용되고 있다.
대학원생은 마치 죄인처럼 지도교수에게 복종하고, 교수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교수에게 금품을 상납하거나 주말도 없이 과로하고, 논문 대필 요구를 받거나 인격 모독 발언 등을 듣는 사례가 반복되면서도 저항조차 못 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조선대 미대 대학원을 졸업한 A씨는 “논문 심사 3회를 할 때마다 교수에게 식사를 대접해야 하고, 석사생은 30만 원, 박사생은 50만 원을 사례비로 건네야 했다”며 “교수에게 경사가 있다면 선물을 챙기거나 식사 대접도 해야 했다는 대학원생들도 많다”고 말했다.
호남대 간호학과를 졸업한 대학원생 B씨도 “논문 심사를 받을 때 사례비 명목으로 10~30만원을 건네야 한다. 교수가 별말을 하지 않아도 학생들끼리 얼마를 전달할지 금액을 맞추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광주·전남지역 대학교에서도 교수의 갑질 행태는 흔한 사건이 된 지 오래다. 광주교대 교수 C씨는 지난달 17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5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C씨는 지난 2020년 대학원생들에게 논문을 대필해주겠다며 심사비 명목으로 600만원을 받아챙겼다. 석사학위 논문 심사 신청자 8명에게 심사비 명목으로 480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았다.
제자의 논문을 표절하는 교수들도 적지 않다. 이재명 정부 당시 교육부장관 후보자였던 이진숙 후보자조차 과거 교수 시절 작성한 다수 논문이 제자 논문을 표절한 것이라는 의혹을 받았다.
대학원생 인권은 무시되고 있다.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이 실시한 ‘2025 대학원생 실태조사’ 결과, 대학원생들은 지도교수가 학생 연구실에 CCTV를 설치해 감시를 하거나 연구비와 학생 인건비 전용 강요·미지급, 지도교수의 언어적 폭력 행사, 논문이나 학과과정 이행 여부와 관계 없는 유급 등 피해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갑질을 당해도 뿌리치고 나오기도 쉽지 않다. 대학원 학비도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이미 들인 기회비용으로 쉽게 포기하지 못하고, 다른 학교로 옮겨 새로 학위 과정을 밟기에는 기존에 따 놓은 학점 이관이 안 되는 경우도 있어 새로 시작해야 하는 부담도 있기 때문이다. 인지도 높은 지도교수의 인맥으로 소문이 나거나 다른 교수들에게까지 밉보일 수 있어 내부고발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준영 전국대학원생노조 지부장은 이를 두고 지도교수가 대학원생의 ‘생사 여탈권’을 갖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설명한다. 대학원생들에게 지도교수란, 아무리 말도 안 되는 짓을 저질러도 아무 문제를 제기할 수 없는, ‘봉건제 영주’와도 같은 권력자라는 것이다.
또 낮은 취업률도 교수 갑질에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다.
이공계 등은 대부분의 기업·기관이 최소 석사 이상이 기본 지원 자격을 요구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연봉 차이도 큰 상황이다.
2017년부터 ‘김박사넷’ 사이트를 만들어 대학원생들에게 대학원 정보를 전해 온 유일혁 대표는 “학생이 문제를 제기했을 경우 외국은 지도교수와 맞지 않는다면 지도교수를 바꾸는 게 좀 더 쉽지만 우리나라는 학교 자체에서도 해 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학교 구조상 학교보다 교수 힘이 센 곳도 있어서 교수 징계도 어려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