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의 진화 - 채희종 디지털 본부장
2025년 10월 14일(화) 00:00
추석 풍경이 달라진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닐 것이다. 경제 상황과 사회 변화에 따라 차례상 차림부터 모든 풍습이 하나둘 바뀌면서 정성을 중요시하는 전통 문화의 상실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본래 추석은 한 해의 수확에 감사하고 조상을 기리는 명절이다. 만물의 넉넉함에 감사하고 가족 공동체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절기인 탓에 개인의 자유와 편의 위주로 변하는 세태를 경계한 것이리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설문조사 결과 올해 추석에 차례상을 준비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4%에 그쳤다. 10명 중 6명은 차례상을 차리지 않았다는 계산이다. 상차림에 답한 이들 가운데서도 전통 방식은 10명 중 2명에 불과하고 대다수가 간소화하겠다고 답했다.

최근에는 차례상에 올리는 대표 음식인 갈비찜과 잡채, 송편, 전 등을 직접 만들기보다는 대형마트나 온라인쇼핑몰에서 밀키트를 구매해 간단히 조리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반드시 상에 올라가는 전은 추석 전날 반찬 가게에서 구매하는 경우도 많다.

물론 명절 때마다 고향을 찾는 민족 대이동의 행렬은 되풀이되지만 해외 여행을 하는 이들도 매년 늘고 있다. 직장 생활에 지친 자녀들을 위해 부모가 역귀성하는 모습은 이미 옛날 풍경이 된 지 오래다.

최근에는 결혼을 안 하거나 미루는 젊은 세대들로 인해 새로운 명절 풍경이 생겼다고 한다. 부모들이 타지에서 생활하는 아들들에게 집으로 오지 말라고 한다는 것이다. 대신 연휴 기간 여자 친구 집을 찾아 예비 처가에 점수를 따거나 아예 해외 여행을 권하기까지 한다. 머뭇거리면 여행비용까지 지불한다고 한다. 그토록 보고 싶은 아들이지만 결혼만 시킬 수 있다면 모든 것을 미래의 며느리에게 양보할 정도라고 한다.

우리의 추석은 시대에 따라 차례상만이 아니라 모든 형식과 내용이 바뀌어 가고 있다. 하지만 그 바탕에는 부모와 자식의 사랑, 가족 공동체라는 추석 본연의 정신이 이어지고 있다. 이렇듯 추석은 단순히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추석이 예전만 못하고 심지어 사라지고 있다는 우려는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채희종 디지털 본부장 chae@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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