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왕’(歌王 ) 조용필 - 박성천 문화부장
2025년 10월 13일(월) 00:20
긴 추석 연휴가 끝났다. 이번 추석 때는 짧게는 7일, 길게는 10일간의 연휴를 즐길 수 있었다. 저마다 상황에 따라 연휴 기간은 달랐지만 모처럼 긴 휴식을 통해 어느 정도 심신의 피로를 씻을 수 있었다.

옛말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일 년 중 가장 날씨가 좋고 곡식과 과일도 풍성한 데서 연유했다. 추석을 일컫는 다른 말인 ‘한가위’는 크다는 뜻의 ‘한’과 가운데를 의미하는 ‘가위’가 합해진 말이다. 추석, 즉 한가위는 음력 8월의 가장 한가운데 있는 날로 풍성한 결실과 여유와 평안이 함께하는 절기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추석의 풍습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부모님을 찾아뵙거나 고향을 찾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불과 20~30년 전만 해도 밤새 열차를 타고 귀성을 하거나 미리 차표 예매를 해 당일 고속버스로 고향에 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지금은 자가운전을 하거나 KTX를 타고 귀성을 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명절에 고향을 찾아 가는 것은 수구초심(首丘初心)과 같은 마음에서 비롯됐다. 고향을 그리는 마음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아마도 ‘추억’이 아닐까 싶다. 이번 추석 연휴 안방을 휩쓴, 다시 말해 지난 시절의 추억을 소환하는 프로그램으로 ‘가왕’(歌王) 조용필 공연을 빼놓을 수 없다. KBS가 방영한 ‘광복 80주년 대기획-이 순간을 영원히 조용필’ 공연은 기성세대들에게는 옛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시간이었다.

가왕의 단독 공연이 KBS에서 방송된 것은 지난 1997년 ‘빅쇼’ 이후 28년만이었다. 이번 공연 시청률이 전국 기준 15.7%에 이를 만큼 많은 시청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150분 간 조용필은 ‘창밖의 여자’, ‘단발머리’, ‘돌아와요 부산항에’, ‘고추잠자리’, ‘꿈’ 등 28곡의 히트곡을 열창했다. 1980~90년대 조용필의 노래를 들으며 한 시대를 건너왔던 50대 이상의 기성세대에게 그의 노래는 추억 그 자체였다. 조용필의 노래가 울림을 주는 것은 그 빛바랜 추억 속에 저마다의 청춘이 깃들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 박성천 문화부장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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