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동물 돌아온다…생태계가 살아난다
리와일딩 선언: 자유로운 야생으로의 초대-김산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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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1872년 탄생한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이다. 이곳에 살던 늑대는 1914~1926년 사이 최소 136개체가 사냥되었고, 마지막 늑대는 1926년 사살됐다. 늑대의 빈자리가 끼친 영향은 컸다. 엘크 수가 많아지면서 사시나무, 미루나무 군락이 쇠퇴하는 등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 것이다.
문제의 심각성을 느낀 사람들은 1995년 다시 늑대를 옐로스톤으로 불러들였고, 2024년 현재 124개체가 10개의 무리를 지어 서식하고 있다. ‘돌아온 늑대’가 몰고온 생태적 효과는 예측을 뛰어넘었고 사람들은 ‘야생’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호랑이, 표범, 스라소니는 언젠가부터 우리 곁에서 사라졌다. 격년으로 발간하는 지구 생명 보고서 ‘리빙 플래닛 리포트’에 따르면 1970년부터 2018년까지 야생 동물군의 약 70%가 자취를 감췄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다. 환경부가 공식적으로 지정하고 관리하는 멸종 위기 야생 생물만 거의 300종에 달한다.
제인구달 연구소 뿌리와 새싹 프로그램 한국지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대표가 펴낸 ‘리와일딩 선언:자유로운 야생으로의 초대’는 야생동물에 혹독한 요즘 시대에 주목받고 있는, 새로운 자연 보존 패러다임 ‘리와일딩(rewilding)’을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하는 종합안내서다.
제인구달은 추천의 글에서 “야생의 세계는 그 자체로도 멋지지만, 정교한 생명의 그물망을 보존하는 데에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하고 “리와일딩은 지구의 큰 부분을 자연의 재생을 위해 할애하는 것으로서, 이를 통해 지역의 생물 다양성이 돌아오도록, 멸종 위기종들이 위협으로부터 구출하는 일”이리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야생영장류학자로 긴팔원숭이의 생태를 조사하기 위해 2년간 밀림에서 지낸 이야기를 담은 ‘비숲’을 펴낸 저자는 이번 책에서 리와일딩의 의미와 의의, 역사와 최신 연구, 해외와 국내 사례 등을 세세히 소개한다.
재야생화, 다시 야생으로, 야생의 귀환, 활생으로 번역되는 리와일딩의 역사는 30년이 채 되지 않는다. 미국을 중심으로 시작된 초창기 운동의 구호는 이른바 ‘3개의 C ’로 불리는 핵심지(core), 통로(corridor), 포식자(carnivore)였다. 안전한 핵심 지역이 포함된 넓은 면적의 서직지, 그 서식지들 간의 긴밀한 연결, 그리고 최상위 포식자를 비롯한 핵심종의 존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변화를 이끌어온 이들이 ‘글로벌 리와일딩 연맹’을 발족했고 지난 2021년 3월 20일을 시작으로 ‘세계 리와일딩의 날’을 매년 운영한다. 현재 125개국이 소속돼 있으며 생명다양성재단 등 약 240개 이상의 파트너와 함께 사업을 진행한다.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사례는 흥미롭다. ‘멸종의 상징’ 도도새가 살았던 아프리카 모리셔스 섬의 코끼리거북이 사라지면서 다양한 식물성장이 저해되자 정부는 앨더브라코끼리거북과 마다가스카르방사거북을 도입해 문제를 해결했고, ‘생태계 공학자’로 불리는 비버는 생태적 중요성이 알려지면서 세계 곳곳에서 복원이 시도되는 중이다. 저자가 헤크 소를 도입해 초식동물을 위한 경관의 변화를 꾀하는 ‘코아 밸리 프로젝트’ 현장을 직접 방문해 들려주는 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또 지리산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 두루미와 농민의 능동적인 공존과 그로 인한 생태적 효과에 대한 생화학적 분석까지 나와있는 DMZ 사례 등 국내 리와일딩 현장도 살펴본다. <사이언스북스·2만5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문제의 심각성을 느낀 사람들은 1995년 다시 늑대를 옐로스톤으로 불러들였고, 2024년 현재 124개체가 10개의 무리를 지어 서식하고 있다. ‘돌아온 늑대’가 몰고온 생태적 효과는 예측을 뛰어넘었고 사람들은 ‘야생’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제인구달 연구소 뿌리와 새싹 프로그램 한국지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대표가 펴낸 ‘리와일딩 선언:자유로운 야생으로의 초대’는 야생동물에 혹독한 요즘 시대에 주목받고 있는, 새로운 자연 보존 패러다임 ‘리와일딩(rewilding)’을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하는 종합안내서다.
우리나라 최초의 야생영장류학자로 긴팔원숭이의 생태를 조사하기 위해 2년간 밀림에서 지낸 이야기를 담은 ‘비숲’을 펴낸 저자는 이번 책에서 리와일딩의 의미와 의의, 역사와 최신 연구, 해외와 국내 사례 등을 세세히 소개한다.
![]() 사라진 대형 초식동물의 기능을 복원하기 위해 소라이아 말을 풀어 놓은 후 야생적으로 살도록 해 말들의 초식활동으로 자연스럽게 경관을 유지하는 포르투갈의 ‘코아 밸리 프로젝트’ 현장. <사이언스북스 제공> |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변화를 이끌어온 이들이 ‘글로벌 리와일딩 연맹’을 발족했고 지난 2021년 3월 20일을 시작으로 ‘세계 리와일딩의 날’을 매년 운영한다. 현재 125개국이 소속돼 있으며 생명다양성재단 등 약 240개 이상의 파트너와 함께 사업을 진행한다.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사례는 흥미롭다. ‘멸종의 상징’ 도도새가 살았던 아프리카 모리셔스 섬의 코끼리거북이 사라지면서 다양한 식물성장이 저해되자 정부는 앨더브라코끼리거북과 마다가스카르방사거북을 도입해 문제를 해결했고, ‘생태계 공학자’로 불리는 비버는 생태적 중요성이 알려지면서 세계 곳곳에서 복원이 시도되는 중이다. 저자가 헤크 소를 도입해 초식동물을 위한 경관의 변화를 꾀하는 ‘코아 밸리 프로젝트’ 현장을 직접 방문해 들려주는 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또 지리산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 두루미와 농민의 능동적인 공존과 그로 인한 생태적 효과에 대한 생화학적 분석까지 나와있는 DMZ 사례 등 국내 리와일딩 현장도 살펴본다. <사이언스북스·2만5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