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리스크 - 페즈 시디키 지음, 이경남 옮김
2025년 10월 10일(금) 11:20
전기차에서 민간 우주 산업, 인공지능과 SNS까지. 일론 머스크는 한 세기의 기술 혁신을 혼자 이끌고 있는 듯한 인물이다. 테슬라의 전기차는 내연기관 중심의 자동차 산업을 뒤흔들었고, 스페이스X는 민간이 우주로 향하는 길을 열었다. 인공위성과 로켓,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그리고 트위터(현 X) 인수 등 그의 행보는 언제나 경이와 논란의 경계에 있다. 스티브 잡스 이후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려온 그는 동시에 ‘가장 위험한 CEO’라는 평가를 함께 받는다.

워싱턴포스트 테크 전문기자 페즈 시디키는 ‘머스크 리스크’에서 찬사와 논란의 양극단 사이에 선 머스크라는 현상을 해부한다. 그는 머스크의 급진적 행보를 단순한 천재의 일탈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시장과 정부, 노동과 기술의 경계를 허물며 작동하는 하나의 ‘리스크 시스템’으로 분석한다.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사고, 팬데믹 시기 공장 강행 재가동, 트위터의 대규모 해고와 정책 혼선 등은 한 개인의 기행이 아니라, 무제한으로 팽창한 권력이 낳은 구조적 위험의 징후로 제시된다.

책은 카리스마 리더가 만들어내는 신화의 착시를 짚어낸다. 테슬라의 성공은 정부 대출과 보조금, 규제 크레딧 판매에 크게 의존해왔지만 머스크는 동시에 ‘정부 간섭’을 비난하며 반(反)규제 담론의 기수로 자리했다. 그 모순의 진동 속에서 시장은 끊임없이 요동쳤다.

책은 투자자들에게도 일종의 경고장을 보낸다. 머스크의 결정은 주가와 글로벌 공급망, 기술 패권의 흐름까지 흔들고 있다. 개인의 선택이 곧 시스템 전체의 리스크로 번지는 시대다. 저자는 “그가 권력을 어떻게 휘둘러왔는가를 살피는 것이 그가 어디로 향할지를 아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냉정한 거리두기를 권한다.

<생각의힘·2만6000원>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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