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만 생태 보존…다음 세대에 전해야죠”
‘제71회 전국과학전람회’ 대통령상 전남 김윤하·안호정·최성희 교사
3년간 큰기러기 관찰…개체 수 증가·행동 특성 등 연구
생태+관광 인프라 구축…아이들 생태 감수성 키웠으면
2025년 09월 30일(화) 19:35
고흥만 일대에서 망원경으로 큰기러기를 관찰하고 있는 안호정 교사
지난 2022년부터 초가을 주말이면 패딩과 털모자로 무장한 세 명의 초등학교 교사가 고흥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큰기러기 무리 떼가 날아오는 모습을 보며 개체 수를 세고, 군집 이동 등을 확인하기 위해 커다란 드론을 띄웠다. 한겨울엔 새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위장텐트 안에서 핫팩에 의지하며 큰기러기 울음소리를 관찰했다.

김윤하(여수서초), 안호정(신대초), 최성희(순천도사초) 교사가 결성한 ‘구스다운’ 팀이 고흥만 큰기러기 생태계 연구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 ‘제71회 전국과학전람회’ 교원·일반부(생물 부문)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구스다운팀은 올해 7월까지 철새 도래 기간인 10월부터 이듬해 3월에 걸쳐 망원렌즈, 야간투시경 등을 활용해 고흥만 큰기러기 개체 수 증가와 행동 특성을 연구했다. 그 결과 2024년 9600개체에서 올해 1만 4278개체로 큰 기러기 개체 수가 48.7%증가했음을 확인했고 큰기러기가 군집 이동 시 V자 편대 및 협력 비행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안호정(왼쪽)·김윤하 교사가 ‘제71회 전국과학전람회’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김윤하 교사 제공>
부부인 김교사와 안교사는 최 교사와 순천에서 같이 일하며 인연을 맺었고 고흥만에서 관찰한 현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우리 지역의 생태 자원을 학교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탐구 학습 자료로 발전시키자는 공감대를 형성해 대회를 준비하게 됐다.

고흥만은 간척지와 호수, 인공습지, 갯벌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있어 다양한 서식 환경이 공존하는 생태계의 장이다. 큰기러기 외에도 흑두루미, 노랑부리저어새 등 다양한 보호종들이 서식하고 있다.

안 교사는 “큰기러기의 개체 수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은 생태학적으로 중요한 신호이지만 보호를 위한 장치가 부족하다는 걸 알게됐다”며 “고흥의 생태학적 가치와 보호 필요성을 알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학기 중에는 매 주말마다 고흥만 일대를 찾았고 방학 중에는 위장텐트를 설치 한 후 관찰했다. 비나 눈이 오는 날에는 드론을 띄울 수 없어 애를 먹었고 철새가 월동을 마치고 돌아가기 전에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해야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큰기러기를 육안으로 관찰하지 못한 채 울음소리만 들었는데도 어떤 상황인지 단번에 알아차리며 큰기러기와 물아일체가 되는 경험을 했을 때나 울음소리를 통해 집단이 반응하는 장면을 보며 큰기러기가 사회적 상호작용을 한다는 것을 알아냈을 때는 온 몸에 전율이 흐르는 것 같았다.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에는 생태계 문제가 더욱 중요해질 겁니다. 관련 교육이 많이 이뤄지고는 있으나 우리 삶과 직접적인 연관을 느끼기에는 부족하죠. 연구 과정에서 알게 된 내용들을 교육에 접목시켜 아이들이 조류의 개체 수 증가 같은 긍정적인 변화를 목격하면서 생태계 문제에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안 교사는 이번 연구 결과가 보전-활용-교육 선순환으로 활용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흥만 일대는 철새 보호 장치가 부족하다. 안 교사는 차량 통행 규제, 먹이 정책 등 서식지 관리의 필요성과 함께 생태 탐방로, 탐조대 설치 등 생태교육과 관광을 병행할 수 있는 지역 생태교육 및 관광 인프라 구축을 강조했다.

그는 “이번 연구 과정에서 관찰된 내용들이 여러 학교에서 교육 자료로 적극 활용돼 자라나는 아이들의 생태적 감수성 함양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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