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힘들 때 ‘역발상’으로 기회 만들어야”
이동진 영화 평론가 ‘창의성은 어디서 오는가’ ACC 강연
죠스없는 ‘죠스’ 영화·가해자 섭외 ‘액트 오브 킬링’ 명작 탄생 비결
아이디어는 어느 순간 찾아와…끊임없이 움직이면 얻을 수 있을 것
2025년 09월 28일(일) 20:10
이동진 영화 평론가가 지난 24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창의성은 어디서 오는가’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ACC 제공>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발달되지 않아 구현시키려는 모든 걸 직접 촬영해야 했던 1978년, 영화 ‘죠스(Jaws)’의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매 촬영 때마다 바다 앞에서 백기를 들어야 했다. 죠스를 표현하기 위해 고무 안에 기계를 넣어 2개의 죠스 모형을 만들었지만 바닷속에 들어가기만 하면 고장이 나버리는 탓이었다.

좌절의 순간, 스티븐 감독은 ‘죠스 없는 죠스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죠스의 시선에서 아이에게 가까워지는 연출은 영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가져왔다. 두 가지 음만으로 영화를 상징하는 효과음을 만든 존 윌리엄스 음악감독까지 더해지면서 죠스는 40여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명작으로 각인됐다.

이동진 영화 평론가는 지난 24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인문강좌에서 “희대의 명작들은 방해 요인을 기회를 바꾸는 대서 시작됐다”라고 단언했다. 이 평론가는 영화 평론가이자, 영화와 교양을 다루는 76만 구독자를 가진 ‘파이아키아’의 유튜버, 작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영화를 주제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죠스’ 외에 또 다른 예시로 ‘액트 오브 킬링(The Act of Killing)’을 언급했다. 영화는 1965년 인도네시아 군부가 100만여 명의 공산주의자, 중국인 등을 학살한 쿠데타를 다뤘다.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은 피해자 유족을 만나기 위해 인도네시아를 찾아갔지만 여전히 군부가 권력을 잡고 있어 섭외가 불가능했다. 감독은 포기하지 않고 유족이 아닌 가해자를 섭외하기로 한다. 학살을 과거의 영광으로 여기며 흔쾌히 촬영에 응했던 가해자들은 촬영이 시작되자 당시의 공포와 악몽을 떠올렸고 점차 죄의식에 사로잡힌다. 이 모습은 영화에 오롯이 담겨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두 명작의 공통점은 영화를 찍을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을 영화의 특색으로 바꿨다는 데 있습니다. 자칫 영화가 무산될 위기였지만 사고방식을 바꿔 아직까지도 회자되는 명작을 만들어냈죠. 이건 우리의 삶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어떤 일을 할 때 꼭 그 일을 성취하지 못하게 하는 방해요인이 생기기 마련이죠. 그럴 때 우리는 두 영화의 감독이 그랬던 것처럼 낙담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극복할 방법을 찾아나가야 합니다.”

그는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의 한석규가 웃는 표정의 영정사진을 찍는 사진을 언급하며 ‘창의성’은 뭐든 하고 있을 때 찾아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영화의 허진호 감독은 영화아카데미 졸업작품 제출을 앞두고 우연히 들어간 가게에 놓인 여성 잡지에서 가수 김광석의 미소를 띤 영정사진을 보게 된다. 당시만 해도 웃는 사진을 영정사진으로 쓰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에 사진은 그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영감을 받은 허 감독은 작품의 주인공을 사진가로 설정했고 8월의 크리스마스를 구상하기에 이른다.

작가 스티븐 킹의 ‘아마추어들이 영감을 기다리는 동안 프로들은 일어나 일하러 간다’는 말을 좋아한다는 그는 “아이디어는 책상 앞에 가만히 앉아있을 때 오는 게 아닌 어제 한 일 오늘 하고, 오늘 한 일 내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찾아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허 감독이 우연히 읽은 여성 잡지에서 영감을 얻었듯 무엇이 됐던 끊임없이 읽고, 보고, 느끼고,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취합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아이디어를 얻게 되는 순간이 있기 마련”이라고 덧붙였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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