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의 아쉬운 인권 수준 - 양재희 사회부 기자
2025년 09월 25일(목) 20:05
“전국 대학원생들을 봐 보세요. 전남대에서만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우리나라 교육, 사회 문제지.”

지난 7월 전남대 대학원생이 갑질 피해를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전남대가 보인 반응이다.

대기업 연구원을 꿈꾸던 24살 청년이었다. 지도교수, 계약직 연구교수로부터 무리한 업무 지시와 갑질을 당했다는 유서를 남기고, 절명했다.

‘대학원생은 노예나 다름없다’는 냉소가 대학원생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나오는 시대다. 언제부턴가 지도교수로부터 온갖 갑질 피해를 당해도 혹여 학위를 따는 데 지장이 생길까 한 마디 항변도 못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돼 버렸다. 비정상적인 사회적 지위에 억눌리던 대학원생의 쓸쓸한 죽음은 개인을 넘어 캠퍼스의 일그러진 모습이자, 우리사회의 비극이다.

하지만 사망 사건이 발생한 지 두 달이 지나는 사이, 고인이 다니던 전남대는 이해하기 힘든 행보와 반응을 잇따라 보였다.

전남대는 “정교수는 매 학기 일정 수업 시수를 채워야 할 의무가 있다”며 갑질 가해자로 지목된 지도교수에게 2학기 수업을 그대로 배정해 줬다. ‘대학원생 갑질 의혹 전남대 교수 2학기도 수업 맡는다니…’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더니 “대학을 가해자 편인 것처럼 왜곡했다. 진상조사위원회까지 꾸렸는데 어떻게 우리가 가해자 편이냐, 규정에 따라 수업 시수가 있어 불가피하다”며 언성을 높였다.

정작 교수가 여론에 떠밀려 수업을 포기하자 “교수가 원하면 된다”며 2학기 수업에서 제외시켰다. 상식 밖의 해명을 누가 이해하겠나. “대학원생 갑질 문제는 전남대만의 문제가 아니다”고도 했다. 기자가 대학의 소극대응에 의문을 제기하자 “세상물정 잘 모르는 것이 아니냐”는 식의 반응도 나왔다. 한심하지 않는가. 다른 대학에서도 발생하는 일이니 어쩔 수 없지 않냐는 투로 들리는 건 나만 그런가. 모든 대학에서는 발생해도 전남대에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닌가.

전남대는 민주·인권·평화의 정신으로 통하는 광주 5·18민주화운동 발원지여서 더 안타깝다. 사후 대책 또한 캠퍼스 구성원은 물론 시민이 공감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학생들 제대로 가르치라고, 교수들 열심히 연구하라고 국민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 아닌가. 대학 구성원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 대학의 책임을 묻는 언론에 딴지를 걸고 변명과 책임 회피로 일관하고 있는데, 어떤 부모가 이 대학을 믿고 자녀를 전남대에 보낼 수 있을까. 광주·전남 거점국립대인 전남대가 이번 사건에서 책임을 통감하고 진정성을 보여주길 바라는 것, 너무 큰 욕심일까.

/heestor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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