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형태양광 뜨니…농민 현혹하는 태양광업체
특별법 국회 계류 중인데 일부 업체 허위 정보로 토지 소유주 유혹
군과 협의됐다며 임대차 계약 유도 잇따라…영광군 “협약사실 없다”
무분별 계약 휘말리면 장기간 재산권 분쟁 우려…군, 피해 주의보
2025년 09월 23일(화) 20:50
/클립아트코리아
# 영광군 백수읍에 거주하는 50대 조모씨는 올해만 태양광 업체 5곳으로부터 ‘영농형 태양광’ 발전기를 농지에 설치할 것을 권유받았다. 사업자들이 줄줄이 찾아와 “1200평당 연 700~800만 원 수익을 낼 수 있다”고 꼬드겼다는 것이다. 조씨는 “안 그래도 간척지 농사가 힘든 상황인데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니 혹 했지만, 사업자들이 우르르 찾아오니 황당해서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있다”며 “군에서는 아직 특별법이 통과되지도 않았다고 하니 태양광을 설치해도 될지 더욱 고민된다”고 말했다.

#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60대 김모씨는 한 태양광 설비 업체로부터 “영광군과 협의가 돼서 즉시 태양광 설치가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태양광 설치 사업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뻔 했다가 겨우 마음을 다잡았다. 김씨 자녀가 영광군에 확인 전화를 걸어보니 “군 차원의 태양광 설치 추진 계획은 아직 없다”는 답을 들었다는 것이다. 김씨는 “자녀들이 아니었으면 허위광고라는 걸 모를 뻔 했다. 하마터면 실행 가능 여부도 모를 계약서에 서명할 뻔 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농민들의 ‘햇빛연금’으로 불리는 영농형 태양광이 새로운 소득원으로 자리잡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영광 지역을 중심으로 허위·과장 광고 등을 내세운 태양광 계약 권유가 잇따르고 있다.

영광군은 최근 영광읍 등 각 11개 읍면에 공문을 보내 “군은 특정 사업자와 협약을 체결한 사실 없고 법안 통과 및 시행 전까지 영농형 태양광 설치 계획은 없다”는 내용을 주민들에게 알리도록 했다고 23일 밝혔다.

공문에는 “토지 소유주·농가에 법안 통과 여부·행정 절차가 불확실한 시점인 만큼 무분별한 토지 사용승락이나 임대차 계약 체결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영광군은 최근 일부 태양광 사업자들이 영광군 일대 토지 소유주들을 찾아가 국회 통과도 안 된 ‘영농형 태양광 특별법’을 내세우며 태양광 임대차 계약을 권유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공문을 배포했다.

더욱이 일부 사업자들은 ‘군과 협의가 완료됐다’는 허위 주장을 앞세워 계약을 유도하고 있어 멋모르는 노인들이 사기 피해를 당하지는 않을지 우려된다는 것이 영광군 입장이다.

특별법은 자경농뿐만 아니라 농업인, 법인(농업인포함)까지 발전 사업을 할 수 있게 해 농업 활동과 동시에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생산하도록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인구감소지역에 우선 적용하되 농업진흥지역에서도 발전사업을 할 수 있도록 폭넓게 인정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다만 이 법은 지난 3월 발의돼 아직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영광군은 “현행 농지법은 원칙적으로 농업진흥지역 내 태양광 전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오직 염도가 높은 간척지에서만 예외를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농업진흥지역에서 태양광을 설치하려면 농지의 타용도 일시사용허가(법 제36조)를 통해 토양 염도가 높은 간척 농지라는 점을 증명해야만 한다.

구체적으로는 사업구역 내의 농지면적 중 90%이상이 필지별 토양 염도가 m당 5.50dS(데시지멘스) 이상이어야 하는데, 이는 일반적인 논·밭 토양 기준(m당 0~2 dS)에 비해 최소 2배 이상 염도가 높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충분히 염도가 높은 땅이라도 농지 일시사용 허가 절차, 지방자치단체 심사 등 행정 절차를 거쳐야만 설치 가능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영광군 내에서 영농형 태양광 시설이 설치된 곳은 전남도의 실증사업으로 조성된 염산면 야월리 단지(1MW 규모)가 유일한 실정이다. 해당 단지는 총 3MW(1만 5000여평) 규모로 계획됐으며 지난해 1단계 1MW가 준공돼 운영 중이고, 내년 하반기 농사철 이후 2MW규모가 추가 설치될 예정이다.

야월리 단지 주민 28가구가 협동조합 식으로 태양광을 설치, 매달 약 11만8000원씩 연간 142만 원의 발전수익을 공유하게 될 것으로 파악됐다. 영광군은 이같은 발전 수익이 이른바 ‘햇빛 연금’이라는 이름으로 인근 농민들에게 알음알음 퍼져나가면서 이를 악용해 농민들을 부추기는 사업자들까지 등장했다고 보고 있다.

전남도에서 태양광 사기 피해를 입었다는 피해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전남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태양광 사기’로 경찰 신고가 접수된 건수는 10건으로, 지난해 5건에 비해 두 배 늘어났다.

영광군 관계자는 “주민들이 무분별한 계약에 휘말리면 장기간 재산권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사전 대응과 홍보가 필요한 상황이다”며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군 주도로 입지를 발굴하고 공모를 통해 업체를 선정해 주민 참여와 이익 공유 구조를 마련해야 하니 섣불리 태양광 설치 계약서에 도장을 찍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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