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핫플] 아픔의 철조망 속 그리움을 품는 곳 ‘DMZ’
경기도 파주 ‘DMZ 평화관광’
분단의 아픔과 평화 염원 담긴 곳 ‘임진각’
1972년 실향민 위해 설립 후 지난해 리모델링
3만여평 규모 DMZ정원 등 다양한 테마
국내 첫 민간인 통제선에 연결한 ‘평화곤돌라’
임진강 가로질러 ‘캠프그리브스’ 연결 수단
피크닉존·포토존 등 국내외 방문객에 인기
2025년 09월 17일(수) 21:10
임진각과 캠프그리브스를 잇는 DMZ평화곤돌라. <파주임진각평화곤돌라 제공>
‘평화’라는 말은 아픔을 소환한다. 아픔을 잊으려, 다시 겪지 않으려고 평화를 바라는데 그럴수록 아픔이 커다랗게 떠오른다. 아이러니다. 이는 달리 말해 아픔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는 것이 온전한 평화의 가능성을 품을 수 있는 조건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수도권에 속한 남북 접경지이자 ‘경기북부 관광특구’ 파주시에는 한국전쟁과 분단의 아픔이 서린 역사가 곳곳에 남아 있다.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며져 역사적 체험과 함께 일상의 평온을 찾을 수 있는 공간들도 있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당일치기로 충분한, 관광과 휴양이 어우러진 ‘평화코스’ 세 곳을 소개한다.

◇ 아픔과 치유의 상징, 임진각평화누리

임진각평화누리는 분단의 아픔과 평화 염원의 분위기를 고루 갖춘 대한민국의 대표 평화관광지다. 1972년 한국전쟁 실향민들을 위해 세워진 임진각은 2024년 리모델링을 통해 현대적 새 건물로 탈바꿈했다. 임진각 주변에는 한국전쟁기 상황을 짐작해볼 수 있는 시설들이 여럿 있다. 한국전쟁 전 신의주까지 운행하던 장단역 증기기관차가 총탄 자국이 몸체에 박힌 채 이곳으로 옮겨와 전시돼 있다. 전쟁 당시 폭격으로 파괴된 교각을 재현해 만든 임진강 독개다리도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임진각 새단장 이후 경기관광공사가 3층 옥상에 설치한 조형물도 빼놓을 수 없다. 평화를 바라는 시민들이 ‘DMZ’로 형상화한 철제 조형물에 평화를 염원하는 자물쇠를 걸게 해놓았는데, 사진 명소로 은근한 입소문을 타고 있다. 경기관광공사에 따르면 임진각 일원을 방문하는 관광객 수도 123만1600명(2023년), 141만2100명(2024년), 119만2500명(2025년 8월 기준)으로 점차 늘고 있다. 특히 외국인 방문객 수가 27만4000명(2023년)에서 51만명(2025년 8월 기준)으로 크게 증가한 게 눈에 띈다.

임진각 주변에는 한국전쟁 전 신의주까지 운행하던 장단역 증기기관차가 총탄 자국이 몸체에 박힌 채 전시돼 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
임진각평화누리의 백미는 단연 9만9천㎡(약 3만평) 규모의 ‘평화누리’다. 이곳은 대형 잔디 언덕을 중심으로 구성돼 일상 속 평화를 선사하는 쉼터로 기능하고 있다. 분단의 상징이자 냉전시대 잔상이었던 장소를 화해와 상생의 장소로 전환시키기 위해 조성된 곳인데, 이제 그 의미를 넓혀 지역의 대표 공연·휴식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평화누리 야외공연장에서는 ‘DMZ OPEN 콘서트’와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라는 지역의 굵직한 축제가 열리기도 했다.

임진각평화누리 일원의 ‘수풀누리’도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공간이다. 수풀누리는 습지체험원으로 조성된 드넓은 공간으로 접경지 자연생태계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메타세쿼이아길·DMZ정원·잔디동산·잔디광장 등 다양한 테마의 공간이 자리잡아 있다. 최근에는 ‘맨발 걷기’의 트렌드를 반영하듯 명반소재 맨발체험길이 마련되기도 했다. 또한 레이저 조명 등 야간관광 콘텐츠도 있어 밤에도 아름다운 풍경을 즐길 수 있으며, 옆에는 ‘평화누리 캠핑장’이 설치돼 주말·평일할 것 없이 캠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캠프그리브스 관람 입구에 들어서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물인 ‘갤러리 그리브스’. 과거 미군들이 볼링장으로 활용하던 건물은 현재 전시장으로 탈바꿈돼 있다. <경기관광공사 제공>
◇ 분단의 길을 걷다, 임진각 평화곤돌라

언뜻 평범한 관광 곤돌라 같지만, 국내 최초로 민간인통제선(군사분계선 남방 5~20㎞에 설정된 통제선)을 연결한 곤돌라라는 타이틀을 알면 그 위상이 다르게 다가온다. 평화곤돌라는 임진강을 가로질러 임진각 관광지와 곧 소개할 민통선 내 미군 주둔기지 ‘캠프그리브스’를 연결하는 관광수단이다. 2020년 운행을 시작해 국내는 물론 해외 관광객들의 발걸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스테이션(정류장)은 상부 정류장인 DMZ스테이션(지하1층, 지상2층)과 하부 정류장인 임진각스테이션(지상3층) 둘로 나뉜다. 곤돌라를 타고 DMZ스테이션으로 넘어가면 피크닉존·바람개비존·포토존 등 다양한 사진 스폿들이 펼쳐진다. ‘임진강전망대’라는 곳도 마련돼 있는데,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 당시 함께 걸었던 도보다리를 재현했다. 평화곤돌라는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연중무휴로 운행된다. 왕복 이용료는 일반 성인 기준 각각 1만5000원(곤돌라 아래가 보이는 크리스탈 캐빈), 1만2000원(일반)씩이다. 파주시민은 할인 적용.

평화누리에 최근 설치된 ‘맨발명반길’. 비교적 흔한 황톳길이 아닌 명반소재로 길이 구성된 점이 눈길을 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
◇ ‘찐’ DMZ를 맛볼 수 있는, 캠프그리브스

캠프그리브스는 한국전쟁 이후 국내에 가장 오래 주둔한 미군기지 중 하나다. 군사분계선에 근접한 기지로, 2004년 506연대를 마지막으로 국내에서 철수했다. 이후 2013년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에 의해 DMZ 역사 문화예술의 공간으로 재탄생됐다. 장교 숙소, 생활관과 체육관 등 다양한 군 시설이 원형대로 보존돼 역사관광지뿐 아니라 근대문화유산으로서도 문화적 가치가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파주 민간인통제구역 내 최초의 유스호스텔이 이곳에 설치돼 있기도 하다.

캠프그리스브 관람 입구에 들어서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물은 ‘갤러리 그리브스’다. 과거 미군들이 사용했던 볼링장 건물로, 2020년 전시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이곳에서 한국전쟁에 참전한 학도병·해외파병 용사 등에 관한 이야기를 스토리텔링 형태 전시로 담은 작품 ‘젊은 날의 초상, 우리들의 젊은 날’과 정전협정서의 영인본 형태로 제작된 작품 ‘세 개의 선’을 볼 수 있다. 이밖에 과거 미군이 입었던 군복이 설치작품 등으로 제작돼 있고, 캠프그리브스 부대 문양 스탬프 찍기 등의 체험콘텐츠도 있어 전시관을 풍성하게 채운다.

쉽게 접하기 어려운 독특한 건물형태가 원형 그대로 남은 점도 인상적이다. 과거 독신 하사관 숙소로 쓰이다 현재 중립국감독위원회 국가들의 자료 전시관이 된 ‘스튜디오BEQ’는 아이돌 그룹화보, 뮤직비디오 촬영 장소로 활용되는 등 인기를 모은다. 군용 막사의 상징이자 반원형 형태의 퀀셋 막사 건물도 부대 몇몇 곳에 남아 있어 관람객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미군부대에 탄약을 보급하기 위해 사용됐던 곳인 탄약고 2개동은 현재 이승근, 김명범 작가의 창작작품으로 채워졌다. 차량 정비고로 활용됐던 널찍하고 높은 천장 형태의 건물은 ‘카페 그리브스’로 재탄생해 휴게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경인일보=조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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