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그 자체로 ‘감각환경’이 된다
G.MAP, 11월 16일까지 기획전
김윤철 등 국내외 작가 8명 참여
기술과 자연, 인간의 관계 재구성
2025년 09월 16일(화) 19:10
지맵이 ‘감각 환경’을 주제로 오는 11월 16일까지 특별기획전을 연다. ‘자연’을 키워드로 한 구기정 작 ‘초과된 풍경’.
‘아르고스’(Argos)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2개 이상의 눈을 가진 괴물이다. 많은 눈을 가졌다는 것은 그만큼 각각이 예리하고 특출하다는 의미다. 그리스시대 문학에서 괴물 아르고스는 낙원을 침탈하는 자를 제압하고 자신도 계략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예술적 시각에서 아르고스는 다양한 상상력을 환기한다. 고대의 문학과 신화는 오늘날에까지 다양한 해석과 확장의 가능성을 내재한다.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G.MAP·지맵·센터장 김허경)에서 16일 개막한 기획전 ‘감각환경’에서도 아르고스를 모티브로 한 작품을 볼 수 있다.(기자의 관점에서는 그렇게 보였다) 전시장에서의 아르고스는 거대한 감각기관으로 구현돼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오는 11월 16일까지 펼쳐지는 전시는 예술과 기술을 융합한 이색적이면서도 독창적인 작품들로 채워져 있다. “보이지 않는 세계의 출렁거림을 감지하는 거대한 감각 기관”으로 명명된 김윤철 작가의 ‘Argos-the Swollen Suns’는 보는 이에게 파노라마와 같은 상상을 제공한다.

‘기술’을 키워드로 한 김윤철 작 ‘Argos-the Swollen Suns’.
김 작가는 “우주선이 대기와 충돌해서 강력한 입자를 발생하는데 이번 작품은 그러한 우주적 사건을 감각으로 포착하기 위한 일환으로 제작했다”며 “우주를 통과해 지구에 도달하는 미립자가 빛과 소리로 변환된다. 이때 발생하는 신호는 인간의 감각이 인식하지 못하는 새로운 차원의 언어”라고 설명했다.

기획전 주제 ‘감각 환경’(Sensory Milieu)은 프랑스 철학자 자크 랑시에르의 개념에서 차용했다. 예술 매체는 도구를 초월해 그 자체로 감각의 환경이 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이번 기획전이 예술과 기술의 융합에서 나아가 기술과 자연,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를 새롭게 재구하는 데 초점을 둔 이유다.

작품은 크게 3개의 키워드로 구현됐다. ‘기술’, ‘인간’, ‘자연’이 그것인데 이들 키워드는 상호 교섭하고 융합, 전이되는 특징을 내재한다. 기술을 키워드로 한 작품에는 김윤철 작가 외에도 정승(이모르텔), 정다(Organic Matrix)의 작품이 출품됐다.

‘인간’을 키워드로 한 문창환 작 ‘윤리적 특이점-자기비판적 최면’.
인간을 키워드로 한 김형숙의 ‘인간풍경-이미지들, 보여줄 수 없는…’은 8채널 비디오와 사진 작품이다. 제목이 시사하듯 외형상 존재하지만 사회적으로 배제된 인간들이 소환된다. 와상환자를 비롯해 노인 등이 주인공이지만 화면에는 실루엣으로 처리돼 있다.

김 작가는 “우리 사회에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며 “존재하지만 감각되지 않는 사람들을 보이게 하고 말하게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감각이 필요하다”고 작품을 제작하게 된 배경을 이야기했다.

당진 석탄화력발전소 인근 지역을 조사하고 기록한 문창환의 ‘윤리적 특이점-자기비판적 최면’도 보이지 않는 책임을 부각해 인간에 대한 사유를 하게 한다.

자연을 키워도로 창작한 작품은 지구 생태계를 역동적이면서도 다층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게 한다. 구기정 작가의 ‘초과된 풍경’은 흙이나 나무 등을 인간과 연계되는 순환의 관점으로 제시한다. 구 작가는 “일상에서 지나치기 쉬운 자연의 요소들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봤다”며 “자연적인 존재와 인간적인 존재 사이의 상호 관계를 시각화했다”고 언급했다.

노리미치 히라카와, 세미콘닥터의 작품도 과학기술로 자연을 정치하게 감각하게 하는 미디어아트 작품들이다.

김허경 센터장은 “기술, 자연, 인간을 따로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오늘의 시대는 상호 융합과 결합은 자연스러운 양상”이라면서 “이번 전시를 매개로 지구상 또는 우주적 존재들이 갖고 있는 감각적 환경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사유하고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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