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예향] 푹 안기고 싶은 지리산과 섬진강
2025년 09월 16일(화) 15:18
하늘에서 바라본 섬진강 물줄기. /최현배 기자
◇할머니 품, 지리산 노고단

‘…지리산을 ‘민족의 영산’이라 부른다면, 지리산의 어머니 여신은 우리 민족의 어머니가 아닐까. 실제로 이 땅에서 살아온 숱한 민초들은 그녀의 거대한 품에 의지해 위로를 받았으니까… 그 자연의 품은 바로 여신 노고할미다.’

책 ‘한국의 할매신을 만나다’의 저자는 지리산을 ‘강하고 신성한 어머니의 산’이라고 표현했다. 지리산 노고단의 노고(老姑)는 ‘늙은 할미’를 뜻한다. 신라시대 화랑들의 훈련 장소였던 이곳에 화랑들이 탑과 단을 설치하고 천지신명과 노고 할머니에게 나라의 번영, 백성의 안녕을 기원한 것에서 유래됐다.

해발 1507m의 노고단은 천왕봉(1915m), 반야봉(1732m)과 함께 지리산 3대 봉우리로 불린다. 한여름에도 서늘한 지대로, 30만평에 달하는 우리나라 최대 원추리 군락을 보유하고 있다. 비교적 평탄하고 넓은 고원지대 형태로 지리산 등산 초보 코스로 통한다. 국립공원공단 예약 시스템을 통해 예약한 뒤 카카오톡으로 전송받은 QR코드를 찍으면 입장할 수 있다.

노고단 등산은 성삼재 주차장을 시작으로 노고단 정상을 지나 원점 회귀하는 방식이다. 8.5㎞ 거리이며 대부분 3시간 이내 산행이 가능하다. 노고단 정상부는 특별보호 구역으로 탐방시간 외 출입시 자연공원법에 의거해 과태료가 부과된다.

◇야생화 가득, 지리산 정원

지리산정원의 대표 포토존인 야생화 타워와 이를 연결하는 하늘 브릿지. /최현배 기자
지리산 정원은 전남 제3호 지방정원으로, 구례군이 2008년 지리산 자락에 조성한 산림 휴양 단지다. 야생화 테마랜드, 구례 생태숲, 숲속 휴랜드, 유아숲 체험원, 지리산 자생식물원, 숲속 수목 가옥, 생명 치유가옥 등의 시설로 조성된 전남 최초의 숲 정원이다.

야생화 테마랜드에는 지리산 권역 100여 종류의 야생화가 24㏊에 달하는 면적에 넓게 심어져 있다. 주요 시설로 소나무 숲길, 잔디광장, 수생식물원, 음악 분수, 어린이 놀이터 등이 있다.

정원 입구에 들어서면 작은 솔씨가 바람을 타고 생명의 싹을 틔우는 모습을 형상화한 ‘정원을 품은 씨앗’ 조형물이 눈에 띈다. 조형물 옆에는 실내 수목원 콘셉트로 병 솔나무와 소철, 워싱턴 고사리, 마삭줄 등 다양한 식물이 식재된 방문자 센터 유리온실이 있다. 이곳에서는 사계절 다양한 식생 관찰이 가능하다. 소나무 숲은 어울림 정원, 별빛 숲 정원, 하늘정원, 와일드 정원, 프라이빗 정원 등 5개 정원을 품고 있다.

밤하늘 별빛이 내려앉은 듯한 경관을 연출한 별빛 숲 정원은 밤에 더욱 아름답다. 각종 빛 조형물과 광섬유 조명, 큐브 의자, 별빛 투사, 반디 조명 등이 숲 곳곳에 설치돼 있다. 빽빽한 소나무 숲 사이 보랏빛 맥문동 군락이 색을 더한다.

하늘에서 바라본 지리산 정원 전경. /최현배 기자
별빛 숲 정원을 따라 걷다 보면 한국 차&명상 교육원에서 운영하는 카페가 있다. 이곳에서는 녹차, 오미자, 매실, 각종 과일 주스 등을 판매한다.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뻗은 듯한 모습의 야생화 타워, 하늘브릿지(전망데크), 케스케이드, 습지 초화원, 입석대 등으로 조성된 하늘정원도 인상 깊다. 와일드 정원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제철을 맞은 노란 수국이 화사하게 피어있다. 프라이빗 정원은 이름 그대로 프라이빗 한 공간으로, 숙박 시설 주변에 조성됐다.

지리산 자생식물원은 인공폭포와 곤충체험관, 자생 향기원, 수생식물원, 팔각 전망대, 미로 향기원 등 자연 지역 향토 자생식물이 식재된 공간이다. 기후변화 대응과 식물종 다양성 확보를 위한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구례 생태숲은 155㏊의 산림지역을 생태숲으로 지정해 생태계 교란·훼손을 막기 위해 조성된 생태 친화 공간이다. 산수유를 비롯해 층층나무, 진달래, 노랑원추리, 구상나무, 노각나무 등 240여 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다.

이곳에는 숙박시설로 숲속 수목 가옥과 생명 치유 가옥이 있다. 야생화 테마랜드와 연계된 숲속 수목 가옥은 편백나무 숲속에서 지리산의 맑은 공기와 야생화의 꽃내음을 맡으며 힐링할 수 있는 숙박시설이다. 4인실부터 8인실까지 총 14개 실로 이뤄져 있다. 바비큐장 이용도 가능하다. 통유리창으로 지리산 정원이 바라보이는 생명 치유 가옥은 최대 7인~10인까지 머무를 수 있는 9개 실로 이뤄져 있다.

숲속 휴랜드는 가족단위 방문객들에게 인기가 좋다. 다양한 조형물과 체험·놀이시설이 있어 어린아이들이 자연과 함께 어우러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에 안성맞춤이다. 떨어진 꽃잎을 손등에 올려 불고 나무껍질 냄새를 맡고 처음 보는 꽃 이름을 배우는 유아숲 체험원도 인기가 좋다. 숲해설사의 지도하에 어린아이들이 지리산 정원 내에서 다양한 자연놀이를 통해 창의력을 키워볼 수 있다.

◇데크길 산책, 지리산 호수 정원

구만 저수지를 따라 조성된 지리산 호수 공원 전경. /최현배 기자
지리산 호수 정원은 구만 저수지를 따라 조성된 농촌테마정원이다. 수변 따라 조성된 지리산 호수 정원 데크길을 걷다 보면 저수지 한가운데를 시원하게 가로지르며 수상스키를 즐기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1973년 축조돼 수심이 그리 깊지 않고 구례 저수지 중 가장 넓은 유역면 적을 자랑하는 구만 저수지는 수상 스포츠 마니아들에게 인기가 좋다.

구만 저수지에서 수상스키를 즐기는 사람들. /최현배 기자
호수 공원은 인공폭포, 연꽃 단지, 산수유공원, 구름다리 등으로 이뤄져 있다. 인공폭포 옆길로 걷다 보면 구례읍, 사성암, 노고단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대가 나온다. 공원 바로 옆에는 구릉지에 조성된 지리산 치즈랜드가 있다. 구례의 알프스라 불리는 이곳은 초원 목장 젖소들의 방목지로 사용되다가 현재는 체험목장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는 구제역 예방을 위해 젖소 방목이 불가능하지만 송아지와 양 떼 등은 만나볼 수 있다.

◇섬진강 대숲길·힐링 생태탐방로

섬진강 대숲길로 들어서면 보이는 풍경. /최현배 기자
‘남도의 젖줄’ 섬진강변을 따라 조성된 구례읍 원방리의 ‘섬진강 대숲길’을 걷다보면 마음이 홀가분해진다. 대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강바람을 맞으며 초록 터널을 걷다보면 잡념은 사라진다. 대나무 잎사귀가 부딪히며 내는 바스락 소리를 들으며 그늘 아래를 걷다보면 더위도 가신듯 시원하다. 중간 중간에 놓인 의자에 앉아 대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볕 아래 ‘숲멍’을 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일제강점기 섬진강 일대 사금 채취로 강변 모래밭이 유실되자 이를 안타깝게 여긴 마을 주민이 이곳에 대나무를 심으면서 숲이 조성됐다. 구글플레이 또는 웹스토어에서 ‘별밤길’을 설치하면 AR을 통해 수달 ‘달봉이’와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대나무 숲 곳곳에 숨은 달봉이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숨은 달봉이를 찾아 사진을 찍으면 된다.

걷다보면 대나무로 만든 2인용 그네도 보인다. 지리산 자락을 따라 흐르는 섬진강을 향해 발을 구르면 시원한 바람과 함께 가슴이 뻥 뚫리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대나무와 죽순 채취가 금지되며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반려동물의 출입도 금지된다.

대숲길을 지나 이어지는 힐링 생태탐방로는 나무 데크길과 흙길이 번갈아 이어져 관절에 무리 없이 걸을 수 있다. 봄에는 야생화, 여름에는 잠자리와 나비, 가을에는 갈대와 억새가 탐방로의 주인공이다. 중간 중간 쉼터와 전망대가 마련돼 있어 잠시 숨을 돌리며 앉아 쉴 수 있다.



/김다인·이진택 기자 kdi@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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