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권 유일 국제 관문 무안공항 집중 육성해야”
법원, 새만금국제공항 취소 판결
항공 수요에 비해 국내 공항 많아
공항간 역할 분담·선택과 집중을
광주 민간·군공항 통합이전 계기
무안 국제공항 전략적 육성 시급
2025년 09월 15일(월) 20:30
지난해 연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15일 현재까지 10개월째 운행이 정지돼 있는 무안군 망운면 무안국제공항. 서울행정법원의 새만금국제공항 취소 판결을 계기로 중복투자 논란과 안전·경제성 한계를 고려해 무안국제공항 중심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
‘새만금국제공항 개발사업’에 대한 법원의 취소 판결을 계기로 지역별 무분별한 공항 개발 대신, 선택과 집중으로 공항 활성화를 통한 국가균형발전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전북 새만금 공항 개발을 위한 용역 추진 당시부터 무안국제공항과 이용객·비행기 노선 등이 겹칠 수밖에 없어 중복 투자 논란과 ‘반쪽짜리 공항’ 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질 않았다는 점에서 국가 전체와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장기적 안목에서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5일 전남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 7부가 최근 ‘새만금국제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에 대한 취소 판결을 내리면서 새만금 공항 건설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원이 판결을 통해 항공기의 조류 충돌 위험성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안전성 논란과 생태계 보고인 갯벌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언급한데다, 개발 초기부터 끊이질 않았던 경제성과 국가 재정의 중복 투자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남도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당장, 새만금 국제공항이 건설되면 무안국제공항과 1시간 30분(146㎞) 거리에 불과해 무안국제공항과 이용객·비행기 노선이 겹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정부가 이미 ‘제 5차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2016~2020년)에 ‘무안국제공항을 서남권 중심공항으로 활용하고 광주공항은 무안공항으로 통합 추진한다’고 적시한 것을 고려하면 무안공항과 인접한 새만금 공항 개발은 정부 방정책에도 어긋난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국가 공항개발종합계획은 중장기 공항인프라 확충방안, 재원조달방안 등을 마련하는 공항 분야 최상위 계획으로 5년마다 수립한다.

국토부의 제 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에도 이 구상은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새만금 신공항을 포함, 울릉공항, 흑산공항, 제주제2공항, 대구공항 이전, 가덕도 신공항 등 6곳의 신규사업이 추진 중이다.

전남연구원도 지난 2018년 ‘새만금 신공항 추진에 따른 무안국제공항 경쟁력 강화 방안’ 과 관련, 새만금 공항은 무안국제공항과 이용권역의 중복이 발생, 공항의 위계 및 기능 배분에 문제점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연구원은 당시 ‘새만금국제공항 개발사업은 무안국제공항을 서남권 거점공항으로 활성화시키기로 한 정부의 정책과 역행하며 공항시설은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다는 점에서 사실상 중복투자’라고 지적했다. 새만금국제공항 개발에 는 8077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남연구원도 당시 새만금국제공항 개발사업의 경제성은 0.479에 불과한 데도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면제받았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새만금국제공항 개발사업으로 달성하려는 공익(지역 균형발전)보다 침해되는 공익(항공운항 안전성, 생태계 보전)을 상쇄할 만큼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법원 판결을 통해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도 커질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국토부가 새만금 공항 계획 타당성 검증 단계에서 조류충돌 위험성을 다른 공항 등과 제대로 비교 검토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국토부가 스스로 작성한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는 새만금에 공항이 들어설 경우 새와 비행기 충돌이 연간 최소 9.5회, 최대 45.9회 발생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지난해 제주항공 사고가 발생한 무안공항(0.07)의 656배에 이른다는 게 법원 지적이다.

새만금 공항 건설의 경우 서남권 관문 공항을 무안공항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혀온 정부 정책 방향과 맞지 않는데다,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이 높고 경제성도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전 정부 결정을 뒤엎는 데 따른 비판과 지역 여론 등을 감수하고라도 국가 전체와 지역 발전을 위한 장기적 안목에서 고민하고 판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한 항공경영학 전문가는 “양양공항 처럼 현재 있는 공항도 아직 활성화가 안된 상태인데 새로운 공항을 만드는 것은 세금 낭비”라며 “지역 발전을 견인할 것이라는 기대 효과 때문에 진행되고 있지만, 인구 감소 문제 등에 비춰보면 공항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공항간의 역할 분담과 함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오는 2027년이면 호남고속철도 2단계 사업으로 광주송정~나주~무안국제공항~목포를 잇는 고속열차가 개개통되면서 전북민들도 고속열차로 무안공항에 접근할 수 있는 점을 들어 광주공항과 마찬가지로 새만금 공항 대신, 무안국제공항을 서남권 국제관문으로 집중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광주공항도 무안공항 개통과 맞물려 국제선을 무안공항에 넘긴 바 있다.

이윤철 한국항공대 교수는 “적자를 보고 있는 국내 공항이 많은 상황에서 이미 건설된 공항에 대한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집중 투자를 하는 것이 현명하다”며 “공항 수만 늘릴 경우 국토 균형 발전이 아니라 유휴설비(공항)만 양산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제언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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