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바다 뒤덮은 적조…양식어가 피해 속출
여수 돌산읍 4개 양식어가 10만여 마리 폐사…3억여 원 피해
황토 살포 등 방제 총력 불구 6년만에 발생…어민들 걱정 태산
2025년 09월 11일(목) 19:55
전남 해역에 6년 만에 적조가 발생, 어민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여수지역 양식 어민들이 11일 적조로 페사한 참돔을 바라보고 있다. <여수시 제공>
“해가 뜨는 순간부터 질 때까지 하루 왠 종일 바다에서 적조띠만 바라보고 있지. 옆동네에서 적조로 고기가 다 죽었다는데, 황토 뿌리고 적조를 막대로 휘젓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지. 인간이 자연을 이길수가 있나. 결국 운에 맡기는 수밖에...”

적조가 결국 전남 바다를 뒤덮기 시작했다. 6년 만에 발생한 적조 피해로 어민들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전남도와 각 시군이 300억원을 투입해 배를 띄워 황토를 살포하고 산소발생기 구입을 지원하는 등 총력을 쏟았지만 적조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11일 전남도와 여수시에 따르면 지난 8~9일 여수 경호 부서도와 돌산 군내 등 4개 어가 양식장에서 적조로 인해 10만 6500마리가 폐사, 3억원 상당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품종별로 보면 참돔 7만마리, 돌돔 3만4000마리, 숭어 2000마리, 농어 500마리로, 특히 경호 부서도 피해 어가의 경우 출하를 얼마 남기지 않은 성어(成魚)들로 파악됐다.

적조는 코클로디니움이라고 불리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증식해 해수면에 붉은색 띠를 형성하는 것을 말한다. 코클로디니움은 바다 내 산소부족 현상을 야기시키고 어류의 아가미에 들러붙어 세포를 손상시켜 어류가 죽게된다.

전남지역은 지난달 29일부터 여수와 고흥 앞바다에 적조주의보가 발효되면서 어민들이 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전년보다 (8월 2일)보다 4주 가량 늦은 시점에 적조주의보가 발표됐지만 전남도는 적조 피해 예방에 사업비 317억원을 활용, 산소공급기와 정화선 등 방제 장비를 구축하고 미리 확보한 황토 6만 1000t을 활용해 방제 작업에 나섰지만 집단폐사를 막지 못했다.

전남에서 적조피해가 발생한 건 지난 2018년 이후 처음이다. 최근 발생한 적조피해는 적조생물인 코클로디니움이 생장하기 좋은 기후적인 요건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전남지역 낮 최고기온은 9월 들어 30~32도 수준으로 8월달과 비교해 소폭 하락했지만, 적조생물 역시 폭염보다는 바다 수온이 22~27도일때 가장 활발하게 생장한다. 지난해 역대 가장 긴 71일간의 고수온이 이어졌지만 적조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이유다.

또 최근 동부권을 중심으로 국지성 호우가 잇따르면서 육지에서 흘러들어온 유기물이 적조 확대를 부추겼다. 게다가 적조띠 해소에 큰 역할을 하는 태풍이 올해 단 한차례도 한반도 방향으로 접근하지 않았다는 점도 6년 만의 적조피해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전남 어민들은 올해 적조띠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 해양수산부에 긴급방류를 신청해 여수, 고흥 등 총 72개 어가에서 422만5000마리를 바다에 흘러보냈다. 한 방류 어가는 “적조로 집단 폐사하기보단 방류를 하는게 낫다고 판단을 했다”며 “하지만 방류를 했는데 적조피해를 입으면 추가 보상을 받을 길이 없어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다행히 긴급방류 어가에는 적조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당장 해양수산부 산하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 10일 전남 서부 남해 앞바다에 적조 예비특보를, 전남 득량만에는 적조 주의보를 발효했다. 적조 주의보는 적조생물인 코클로디니움이 ㎖당 100개체 이상일 때 발령되며, 개체수가 1000개 이상일 경우 경보로 격상된다. 전남바다(고흥)에는 최대 ㎖ 당 3348개체가 관측되고 있는 상황이다.

적조 농도가 짙어지면서 어민들도 노심조차 하고 있다.

박민호 여수 화태어촌계장은 “어촌계 내 30개 어가가 이른 아침부터 바다에 나가 적조 방제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하지만 황토를 뿌리고 뿌려도 적조가 줄기는커녕 계속 늘어나니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호소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여수=김창화 기자 ch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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