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 명가 - 박진표 경제부장
2025년 09월 11일(목) 00:20
기아가 전용 전기 SUV인 ‘더 기아 EV5’ 판매를 시작했다. EV5는 세계무대를 장악했던 스포티지·쏘렌토를 잇는 기아의 SUV ‘DNA’를 전기차로 계승하는 모델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광주공장(기아 오토랜드광주)에서만 생산되는 점도 특징이다. EV5는 반세기 동안 아시아자동차와 기아, 현대차로 이어진 광주 자동차 산업의 SUV 제조 역량이 응축된 결과물로 광주시민의 관심과 기대가 크다.

한때 ‘호남의 자존심’으로 불렸던 아시아자동차는 1965년 창립돼 광주를 거점으로 군용차·버스·특장차를 생산하며 성장했다. 1976년에는 송정리에 대규모 공장을 준공하며 호남 자동차 산업의 상징이 됐다. 당시 “자동차는 서울과 부산에서만 만든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아시아자동차는 호남에도 자동차 공장이 있음을 각인시켰다. 아시아자동차가 주력 모델로 생산한 군용차와 전국 도로를 누비던 대형버스는 호남산업의 자존심이었다.

1944년 설립된 기아산업은 서울 본사와 경기도 소하리 공장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소하리는 국내 최초 자동차 전용 공장으로 조성됐다. 기아가 승용·상용 중심으로 몸집을 키우는 동안 아시아자동차는 군용차와 버스를 주력으로 성장했다. 1970년대 중반 기아가 아시아자동차 지분을 확보하면서 두 회사는 계열사 관계로 묶였다. 하지만 기아가 1997년 IMF 외환위기 때 부도를 맞으며 광주공장도 최악의 위기를 겪게 된다.

당시 광주공장에선 기아 스포티지와 크레도스, 세피아 등을 생산했는데 광주시민들 사이에 “공장이 무너지면 지역경제도 무너진다”는 위기감이 커졌고 자발적인 기아차 구매 운동으로 이어졌다. 다행히 광주공장은 멈추지 않았고 1998년 10월 현대자동차가 기아를 인수하면서 새 국면을 맞이한다. 1999년 6월 기아가 아시아자동차를 흡수합병하면서 아시아자동차라는 이름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후 기아차 광주공장은 현대차그룹 산하 글로벌 생산기지의 한 축으로 거듭났고 SUV의 요람으로 급성장했다. 스포티지는 광주를 대표하는 수출 효자 모델로 질주 중이고 쏘울 역시 세계시장에서 ‘메이드 인 광주’의 이름을 드높이고 있다.

/박진표 경제부장 luck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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