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독거노인 울리는 바가지 상술
마을회관 돌며 현혹 비싸게 판매
5만원 가스자동차단기가 16만원
2025년 09월 10일(수) 20:40
시골 마을 회관을 돌며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저가 상품을 비싸게 판매하는 행태가 속출하고 있다.

가스 차단기, 전자레인지 등 각종 주방 제품부터 침구류까지 정상 판매가보다 3배 이상 비싸게 팔아 피해를 봤다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나주시 문평면에 사는 이순남(여·90)씨는 지난 9일 마을회관에 갔다가 방문 판매원으로부터 가스자동차단기를 구입했다. 판매원은 차단기 가격 15만원과 팁 1만원을 더해 16만 원으로 집에 설치까지 해 준다고 홍보했다.

마을회관에는 70대 후반~90대 중반의 노인 16명이 모여 있었다. 10여 명의 노인들은 취사 시 가스레인지 불을 켜둔 것을 자주 잊어버렸던 만큼 즉석에서 구매했다.

이씨는 당일 오후 만난 사회복지사 조모(여·60)씨를 통해 16만 원에 구입한 가스차단기가 온라인 쇼핑몰에서 4만 9800원에 구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씨 등 10여명의 노인들이 바가지를 쓴 것이다.

마을회관 노인들은 가스차단기 뿐 아니라 “눈에 좋다”며 건강기능식품 ‘루테인 30개입’ 2통을 시중가보다 2배 비싼 13만 원에 구입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화순군 이양면에 사는 80대 김모씨도 마을을 찾은 판매원으로부터 교자상을 15만 원에 구매했다가 비슷한 상품을 6만 원에 살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를 발견했다는 자녀 말에 속상함을 감추지 못했다.

소비자단체 등에서는 고령층만 사는 시골 마을을 돌며 바가지 상술을 벌이는 판매상들이 잇따르는 만큼 자녀들의 관심 뿐 아니라 자치단체의 홍보 강화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영숙 한국여성소비자연합 회장은 “방문판매업에는 소비자들이 충동 구매 시 환불할 수 있는 소비자분쟁 기준이 있다”면서 “과잉친절로 접촉해 오거나 무료 상품 제공으로 현혹하는 것은 피하는 게 가장 좋고, 소비자 신분 정보는 절대 제공하지 말아야한다”고 당부했다.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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