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학 구조 개선의 해법 - 박상하 사회경제연구원장
2025년 09월 10일(수) 00:20
사립대학의 구조개선 지원에 관한 법률이 지난 8월 제정 공포되었다. 이 법의 탄생 배경은 2005년 노무현 정부의 사학법 개정에서 촉발되었다. 당시 사학법은 비리사학을 척결하겠다는 의지가 높았던 만큼 개방이사 추천제와 정치적 개입 등 사학 근간을 흔드는 위헌 논란까지 겹치면서 실패하고 말았다.

이후 차선책으로 등장한 것이 부정비리 사학이나 위기대학 퇴출로 범위를 한정하여 구조조정 차원에서 논의된 법안이 이번에 결실을 맺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막판까지 첨예한 쟁점은 해산장려금이었다. 지금도 교수와 시민단체에서는 폐교시 잔여재산의 15%를 설립자에게 돌려주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사립대학을 운영하는 학교법인은 비영리 공익법인이므로 잔여재산을 전액 국고로 환수하는 것은 당연하다. 추후 사회복지법인이나 기타 공익법인에도 이 법의 영향으로 유사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이 법은 2035년 12월 31일 까지만 적용되는 한시적 법률이다. 이러한 점에서 10년 기간 동안에 가시적인 구조 개선 성과를 보여 달라는 국민들의 명령과 같은 것이다. 이제부터는 온전히 교육부의 시간이다. 교육부가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좌고우면하며 직무유기라는 비판을 면하려면 시행령부터 구체적이고 실행력 있는 명확한 기준을 설계하여야 한다.

국민들 대부분은 ‘교육’을 공공재라고 생각한다. 정말 그럴까? 대체적으로 초중등 의무교육 단계는 공공재로 보이나, 고등교육 단계는 공공재와 사적재 성격이 공존하는 혼합재라고 볼 수 있다. 이 마저도 사교육 시장이 난무하는 현실을 직시하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특히 사립대학은 준공공재적 성격을 갖지만 사적재이다. 사립대학들은 지금까지 정부를 향해서는 공공재를, 학부모를 향해서는 사적재화를 추구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여 왔다. 해방 이후 사립대학이 교육을 담당하여 세계적인 경제 강국의 디딤돌 역할을 했던 공로를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학령인구 감소로 2021학년도부터 신입생을 충원하지 못하는 미달사태가 시작되었다. 향후 대학정원 미달사태는 불을 보듯 뻔하며 대부분의 지방 사립대는 구조개혁이나 통폐합 없이는 유지가 어렵다는 전망이 오래전부터 있어왔지만 실질적인 대책은 없었다. 이번에 통과된 법안은 대학이 폐교 신청을 할 수도 있지만 재정진단 결과에 따라 장관이 직권으로 폐교를 명령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유달리 우리나라에서만 대학의 통폐합이 어려운 이유는 사유화된 경영 기득권과 정치적 야합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08~2023년 사이 300여개의 대학이 폐교나 합병되었으며, 영국은 사립대학과 전문학교 및 단기 학위과정 캠퍼스 등을 포함한 전체 민간 고등교육기관의 경우 2014~2017년 3년 동안 약 732개 중 363곳이 폐업했다. 일본의 경우도 2000년 이후 약 20곳의 사립대학이 폐교되었으며, 29건의 합병이 보고되는 등 인구감소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대학의 퇴출 메커니즘이 부재한 것을 방치해왔기 때문에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1997년 IMF 금융위기 상황에서 부실기업 정리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의 결과 오늘날 일류기업으로 거듭난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사립대학들은 정부의 ‘규제’를 비판하며 ‘자율’을 외쳐왔다. 그러면서 교육시장의 출구전략을 외면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이제라도 경영 위기대학의 질서 있는 퇴출로 사립대학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물론 대학의 폐교는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외국 사례에서 보듯이 지자체는 지방소멸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폐교이후 창업 혁신공간이나 평생교육 및 지역자산화 등의 활용방안을 적극 모색하여야 한다. 사학 구조개선의 해법은 해산장려금의 먹튀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명징하고도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또한 설립자의 재산출연 근거가 불명확한데도 재무제표에 설립자기여금으로 등재된 허위 금액부터 학생과 교직원 보호의 범위를 어떻게 할지 면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러한 일들을 처리하기 위해 사학구조개선심의위원회가 설치된다. 위원 구성을 여야 정당추천 및 학계 시민단체 등 전문가들로 구성한다지만 이들 위원의 성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도 유념해야 한다. 결국 교육부장관의 소신과 의지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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