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활성처리제 개발…환경·경제성·효능 모두 잡았다
파래·요각 제거 3배 효과…국내외 출원 신청·K-김산업 활성화 토대
김영록 지사, 국회의원 때 약속 지켜…김산업진흥원 설립 등 주도
2025년 09월 04일(목) 20:10
전남도가 지난 5월 개최한 신규 김활성처리제 개발 성과보고회.김영록 전남지사는 최근 이같은 점을 인정받아 한국김산업연합회로부터 공로패를 받았다. <전남도 제공>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김이 ‘국민 반찬’이라고 하지만 그냥 얻어지는 건 아니다. 바닷물이 차가워질 때부터 시작해 수온이 오르기 전 수확할 때까지 고된 노동력이 들어간다.

가을에 김 포자(胞子·홀씨)를 뿌리고 한 달 보름 정도 지나면 ‘초사리 김(처음 수확하는 김)’을 딸 수 있고 이후로 15~20일 간격으로 9차례 정도 수확한다. 이러다보니 가뜩이나 일손 구하기 힘든 어촌에서는 휴일도 없이 새벽에 나가 해질 때에 돌아오는 일을 무한 반복한다.

드넓은 바다 양식장을 쉴새없이 옮겨다니며 김발을 들어올려줘야 파래·매생이 등 이물질이 끼지 않아 생산량이 늘어나고 갯병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게 어민들 얘기다. 온 종일 바다에 나가 김발에 붙은 이물질 떼어내다보면 녹초가 되기 일쑤였던 어민들이 불법인 것을 알면서도 무기산(염산)을 사용한 것도 이런 양식 환경과 무관하지 않았다.

정부가 권장했던 김 활성처리제는 무기산 만큼 방제 효과가 크지 않아 어민들 눈에 들지 않았다.

김영록 전남지사가 무기산을 대체할 수 있는 김 활성처리제 개발에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전남도는 지난 5월 3년 간의 연구를 거쳐 개발한 신규 김 활성처리제 연구용역 최종보고회를 개최한 바 있다.

당시 연구는 완도 초등학교 시절 부모를 따라 김 양식장에서 김에 달라붙은 파래, 매생이를 제거했던 경험과 인근 양식장에서 일하는 ‘삼촌’ 또래 어민들이 활성처리제 대신, 무기산을 선호했던 속내도 알고 있었던 김 지사가 적극적으로 개발을 독려하면서 추진됐었다.

김 지사는 특히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인 해남·완도·진도에서 열렸던 ‘2015년 김 산업 지속 발전 방안 워크숍’ 을 통해 효과가 뛰어난 활성처리제에 대한 어민들 요구가 여전하다는 것을 확인한 뒤 대응책을 약속했었다.

김 지사는 당시 상황을 “어민들의 활성처리제 개발에 대한 요구는 김 수출액 3억 달러 돌파가 예상되는 시기에 이뤄졌던 워크숍이라 수출 확대를 위한 지원 대책과 친환경적 생산량 증대 방안 등에 대한 논의 만큼이나 절실했었다”고 기억했다.

김 지사는 민선 7기 전남지사로 당선(2018년)된 뒤 3년 전 워크숍에서 나눴던 약속을 떠올려 신규 김 활성처리제 개발을 위한 용역 계획을 수립토록 했다. 국비 예산 없이 자체 용역비(10억)를 먼저 확보해 2022년부터 서울대 산학협력단을 통한 연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대 현장 실험을 거쳐 기존 활성처리제에 대한 문제점도 확인했다.

서울대 산학협력단은 올해 모든 면에서 압도적 효과를 갖춘 신규 활성처리제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양식 효능시험 결과, 파래나 요각 제거의 경우 기존 활성처리제보다도 최대 3배까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존 제품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사용이 가능한 점도 주목할만했다. 당연히 현장 반응도 좋았다. 지난 2년간 양식 현장에서 신규 김 활성처리제를 사용한 김 생산 어업인들은 “무기산 사용량의 절반 정도만 사용해도 파래·요각류 제거 효과가 뚜렷해 만족스럽다”는 입장이다.

전남도는 향후 해양수산부 고시 개정 및 지식재산권의 산업체 기술 이전 등을 거쳐 지역 내 양식장에 신규 활성처리제를 본격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국내외 특허 출원까지 신청한 상태다. 고흥·완도·진도·신안 4개 군에서 대규모 현장 적용 시험(1100㏊)도 마쳤다. 전남도는 올해 국비 지원을 요청, 김 양식어민들에게 좋은 활성처리제를 보급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한국김산업연합회는 이같은 점을 감안, 지난 6월 김 지사에게 김 산업 도약과 위상 강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공로패를 수여했다. 지역 어민들의 현장 목소리를 흘려듣지 않고 끈질기게 매달려 해결함으로써 결국 ‘검은 반도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김 산업 활성화를 이끌었다는 점을 인정받은 셈이다.

전남도는 전국 80%에 달하는 물 김 생산지로, 지역 김 산업 위상 강화를 위한 ‘국립 김산업 진흥원’ 설립도 추진중이다. 김 국제 수출단지, 국제 마른김 거래소 플랫폼 구축, 해외 소비지 공동물류센터 조성 등 김 국가전략클러스터 구축 비전도 밝힌 상태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천혜의 전남 바다에서 생산한 김으로 양식 어민, 유통·가공업체 뿐 아니라 김을 맛보는 세계인 모두가 행복할 수 있도록 안전한 생산 시스템, 다양한 상품, 수출 확대 방안 등의 과제를 하나씩 해결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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