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화재, 방재설비 먹통…허술한 안전대책 사실로
오븐기서 발화…방화셔터·CO₂자동소화장치 작동 안해 대형화재로
직원이 소화장치 수동으로 작동했지만 배관 균열에 분사조차 안돼
오븐기 5년간 17회 화재에도 대책 소홀…소방·안전교육도 형식적
2025년 09월 04일(목) 19:50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 당시 화재 안전 설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 광주일보 보도(왼쪽). 공장 화재 발화 지점으로 지목된 마이크로웨이브 오븐이 불탄 채 찌그러져 있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가 ‘허술한 안전대책’으로 인한 인재(人災)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화재 당시 방화 셔터, 자동소화시설 등 방재설비가 하나도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산화탄소(CO₂) 소화설비도, 방화셔터도 작동하지 않고 화재 경보가 울리지 않은 공간도 있는 등 안전 관리를 허술하게 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광주일보 5월 19일 6면>이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광주경찰청은 4일 이같은 내용의 금호타이어 화재 사건 수사 결과 브리핑을 했다.

경찰에 따르면 화재는 지난 5월 17일 오전 7시께 금호타이어 광주 2공장 정련동 2층에 설치된 마이크로웨이브 오븐 4기 중 4호기(이하 오븐기)에서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1996년 설치된 천연고무 전용 오븐으로, 규모는 2m×5m 수준이다.

화재 당시 오븐기 내·외의 소화 및 확산 방지 설비와 시스템은 정상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공장 내에서 화재가 감지되면 오븐기 내에서 방화 셔터가 작동한 뒤 CO₂ 자동 소화장치가 작동하게 돼 있으나, 실제로는 두 설비 모두 먹통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근처에 있던 직원이 CO₂ 소화 설비를 수동으로 작동했으나, 그마저도 배관에 균열이 뚫려 있어 소화약제가 새어나와 오븐 내로 분사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화재 당시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CO₂소화설비가 작동했으나 불길 확산이 빨라 진화를 못 했다”고 설명했지만, 사실이 아니었던 것이다.

오븐기 내 화재는 오븐기 바깥에 적치돼 있던 천연고무 더미로 옮겨붙으면서 화재가 확산됐는데, 이 과정에서 방화문도 작동하지 않았다.

경찰은 오븐기에서 최근 5년 동안 17회, 올해만 해도 5회 화재가 발생했던 사실도 확인했다.

대다수 화재는 4호기에서 발생했는데, 1~3호기는 1차 가공을 거친 합성고무를 가열하고 4호기는 불순물이 섞일 가능성 높은 천연고무를 가열하기 때문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또 17회 화재가 발생할 동안 자동 진화 체계가 작동한 사례는 2회 뿐이며, 나머지는 모두 수동으로 진화해 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공장장 등은 잦은 화재에도 정밀한 원인 분석 점검, 위험성 평가 등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 대책을 수립하지 않고 재료 및 설비를 관리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정기 소방 시설 점검은 오븐기 외부에 대해서만 이뤄졌으며, 오븐기 내 소방시설은 의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점검하지 않았던 사실도 확인됐다.

화재 지점에는 인화성 물질인 천연고무가 20여t씩 적치돼 있는데도 천장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고무 가공 공정은 원료를 장기 보관하지 않고, 임시 보관하는 수준에 그쳐 소방법상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화재 경보 설비도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아 공장 내 일부 공간에 있던 직원들은 화재 발생 사실도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대 직원 A씨는 3층에 있는 직원휴게실에 있었는데, 이곳에 화재경보설비와 방송장비가 설치돼 있지 않았던 탓에 A씨는 화재가 발생한 지 22여분이 지난 뒤에야 화재 사실을 인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뒤늦게 대피하다 척추 등이 골절돼 하반신이 마비되는 등 중상을 입었다.

경찰은 공장 측이 소방·안전 교육 및 훈련을 일부 직원들에 대해서만 형식적으로 실시한 점도 확인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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