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소각장 건립 ‘스톱’… 갈 길 바쁜 광주시 ‘어쩌나’
광산경찰, 삼거동 부지 인근 주민 12명 위장전입 사실 확인
주민동의 기준 미달로 사업 백지화 위기…사업 정당성 ‘타격’
2025년 09월 02일(화) 20:10
2일 광주시 광산구 삼거동 자원회수시설(소각장) 최종 후보지 일대에 소각장 설치를 반대하는 주민들이 트렉터를 주차하고 반대 현수막을 걸어뒀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광주시 자원회수시설(소각장) 건립 절차가 잠정 중단된다. <관련기사 3면>

경찰이 삼거동 부지 인근 주민 12명의 위장전입 사실을 확인해 검찰에 불구속 송치하면서 주민 동의율이 법적 기준에 못 미치게 됐기 때문이다. 광주시는 사업 추진의 정당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으며 사실상 백지화 위기에 직면했다.

광주광산경찰은 2일 주민등록법 위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12명을 불구속송치했다.

이들은 실제 거주하지 않으면서도 주민등록만 옮겨, 소각장 후보지로 삼거동이 선정되도록 동의 절차에 영향을 미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은 지난 5월 삼거 소각장 반대 비상대책위원회가 고발장을 제출하면서 불거졌다.

고발장에는 “주민 동의 절차 시작 직전 6개월(2024년 3월∼8월) 사이 31세대가 전입했고, 그중에는 광주시립요양병원을 운영하는 일가와 직원들이 포함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경찰은 “단기간 찬성률을 높이기 위한 위장전입이 맞다”고 결론내렸다. 다만 사주 여부나 병원 측 개입에 대해서는 밝히기를 거부했다.

시는 현재 삼거동을 대상으로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고 있었으나, 주민 설명회와 공청회 등 이어질 절차를 중단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이다.

사업 추진에 필수적인 주민동의와 관련, 경계 300m 이내 주민 88세대 중 48세대(54.5%)가 동의해 기준 요건(50%)을 충족했으나 위장전입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47%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현윤 광주시 기후환경국장은 “경찰 기소의견에 따라 후속 절차를 잠정 중단하고 검찰 판단을 지켜보겠다”며 “자원회수시설은 국가 정책사업이자 시민 생활에 필수적인 만큼 향후 추진 과정을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주민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어 주민 설득은 더욱 어려워졌다.

국강현 진보당 광산구의원은 “광주시는 주민 동의 범위를 반경 300m로 한정하고 법적 요건만 충족했다며 문제를 축소해왔다”며 “원주민이 아닌 병원 직원들이 절차를 주도한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위장전입은 병원 이사장이 직원들에게 요구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살지 않고 주소만 옮겼다”고 지적했다.

비대위 측은 책임 소재를 광주시까지 확대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박근일 삼거동 비대위 집행위원장은 “광주시장에게 문제를 알렸지만 밀어붙였다”며 “오는 9일 기자회견과 시장 면담에서 무효 결정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위장전입은 시립병원 주도로 조직적으로 이뤄졌다. 시장과 병원 간 유착 의혹까지 있다”며 “만약 무효 결정이 내려지지 않으면 입지결정취소소송과 업무정지 가처분 신청에 나서겠다”고 주장했다.

신동금 통장도 “동사무소는 전입신고를 받아줬지만, 이후 주거 여부를 확인하려 했더니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며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했다. 실제로 병원과 기숙사 주소지에 전입한 16명 가운데 실제 거주자는 4명뿐이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광주시는 이번 사건이 국가정책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별도의 대응도 검토 중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위장전입으로 인해 국가정책인 ‘2030 가연성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추진에 차질이 생길 우려가 있다”며 “해당자들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하는 방안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광주시는 2021년 폐기물관리법 개정 이후 자치구와 협의를 거쳐 소각장 건립을 추진해왔다. 두 차례 공모 무산 후 3차 공모에서 삼거동이 지난해 12월 최적 후보지로 선정됐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이 기사는 광주일보 홈페이지(kwangju.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kwangju.co.kr/article.php?aid=1756811400788879277
프린트 시간 : 2025년 09월 03일 07:09: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