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도 반했다…‘흠뻑쇼’ 달군 광주 ‘왁킹남’
댄스 강사 김태산씨 “내 안의 나를 꺼내는 춤 알려서 기뻐”
싸이 “격조있게 격정적 ‘5점 만점’” …SNS 깜짝스타 등극
2025년 08월 28일(목) 20:05
싸이가 광주 흠뻑쇼 공연을 마치고 SNS에 올린 게시글. <싸이 SNS 캡쳐>
“등장부터 엔딩까지 완벽한 빌드업의 서사였다.”

지난 주말 광주에서 열린 ‘흠뻑쇼’를 마친 가수 싸이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공연장 전광판에 비친 한 남성의 영상을 올리며 이렇게 평가했다. 자신의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영상 속 남성은 카메라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수준급 왁킹을 선보였다. 이 게시물은 업로드 3일 만에 좋아요 15만 개를 기록했다. 싸이는 그를 ‘격조있게 격정적이었다’고 평가하며 작품성과 예술성, 독창성과 대중성, 진정성 모두에서 5점 만점을 줬다.

싸이의 ‘샤라웃(shout-out·특정인물을 칭찬·주목하는 것)’을 받은 주인공은 광주에서 댄스 강사로 활동 중인 김태산<사진> 씨다.

지난 26일 오전 광주시 북구 운암동의 한 헬스장에서 만난 김씨는 막 줌바댄스 수업을 마친 뒤였다. 그는 흐르는 땀을 닦으며 “하루하루가 실감나지 않는 꿈같은 시간”이라며 웃어 보였다.

광주에서 나고 자란 그는 현재 북구 운암동을 비롯해 상무·첨단·풍암지구에서 왁킹댄스, 플라잉요가, 줌바댄스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그의 SNS 계정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성시경에 이어 또 한 명의 스페셜 게스트였다’, ‘덕분에 너무 즐거웠다’, ‘열정과 에너지가 대단하다’는 메시지가 하루에도 수백 건씩 쏟아지고 있으며, 교수님부터 중학교 친구들까지 지인들의 연락도 이어지고 있다. 김 씨는 지난 23일과 24일 이틀 연속 ‘흠뻑쇼’에 참석했다. 그가 ‘왁킹남’으로 주목받은 건 첫날 친구들과 함께 공연장을 찾았을 때였다.

“지인들과 노래에 맞춰 흥을 돋우던 중 카메라가 저와 친구들을 비췄고, 전광판 가득 제 모습이 나왔습니다. ‘지금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 에너지를 방출했죠. 금방 화면이 전환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오래 비춰주셔서 더 화제가 된 것 같습니다.”

그는 이번 주목이 왁킹이라는 장르를 알릴 기회가 됐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고 말했다. 중학교 2학년 때 팝핀으로 춤을 시작한 그는 왁킹을 추는 선생님의 무대를 보고 ‘이 춤이 내가 가야 할 길’이라는 확신을 얻었다.

“왁킹은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나를 꺼낼 수 있는 춤입니다. 분노를 표출할 수도 있고, 기쁨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도 있죠. 여성적인 라인이 돋보이는 춤이다 보니 남성 댄서가 추는 왁킹은 낯설게 느껴져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남성 댄서의 왁킹을 보여주고, 장르 자체를 알릴 수 있어 뿌듯합니다.”

노래와 뗄 수 없는 직업이다 보니 그는 언제나 흥이 많다. 이런 직업적 특성은 성격으로도 이어졌다. 높은 텐션과 밝은 목소리는 주변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업’ 시킨다. 그의 수업을 들은 뒤 MBTI가 내향형(I)에서 외향형(E)으로 바뀌었다는 수강생들도 적지 않다.

2년 동안 단 하루도 쉬지 못했다는 그는 이달 말 지인들과 함께 부산으로 막바지 여름휴가를 떠날 계획이다.

김 씨는 “댄서로서 우승을 하거나 유명해지고 싶은 목표는 없지만 수업을 통해 훌륭한 제자들을 많이 양성하고, 왁킹 교육자로서 후학을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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