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청년 빛나는 미래] “핫플 비장의 재료는 초심과 진심 입니다”
(12) 청년 요식업 자영업자
학부때 지정학·컴퓨터공학 복수 전공
부모님 분식집 도우며 요식업에 관심
어머니 한식집 도우며 요식업 입문
‘고객 서비스가 전부다’ 철학 세워
2025년 08월 27일(수) 07:30
광주시 서구 농성동 ‘루키초밥’ 김향원 대표.
최근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급증하는 가운데, 광주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청년 자영업자들이 있다.

광주시 서구 농성동의 ‘루키초밥’ 대표 김향원(37)씨와 동구 동명동의 ‘정희’ 대표 김민형(30)씨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비교적 어린 나이에 작은 식당으로 자영업계에 뛰어들었지만, 맛을 내기 위한 꾸준한 노력과 고객과의 소통에 집중한 결과 현재는 본점과 지점 여럿을 운영하는 거대 자영업자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한다.

광주일보는 소비 침체 장기화로 어려운 시기에도 자영업에 뛰어들어 성공적으로 이름을 알린 청년 자영업자들로부터 그 비결을 들어봤다.

우선 김향원씨는 지난 2015년 서구 화정동의 인적이 드문 골목길에 9평 크기의 단칸 매장으로 루키초밥을 개업했다. 그는 목포대 지정학과 컴퓨터 공학을 복수전공했으며, 짧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등 요식업과는 인연이 없었지만 부모님의 분식집 일을 돕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껴 본격적인 자영업 공부 및 매장 운영을 시작하게 됐다.

영업 초기에는 별다른 준비 없이 ‘식당을 운영 하는 김에 내가 좋아하는 초밥을 팔아보자’는 단순한 생각으로 시작해 개업 3개월 만에 첫 손님을 받았을 만큼 운영이 어려웠다고 한다. 그는 개점 이후 월 매출액이 50만원에도 미치지 못해 동업자의 거래처에 물건을 배달하는 등 겸업을 하면서 가게를 유지해 왔다.

그는 힘든 상황에도 매장을 찾는 고객을 위해 책과 유튜브 등을 통해 조금이라도 더 맛있는 초밥을 만들고자 공부했을 뿐만 아니라 얼마 없는 휴일을 이용해 전국의 유명 초밥 맛집을 수차례 방문해 새로운 맛을 개발하는 등 발전을 위해 힘썼다. 또 재료를 다소 낭비하더라도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는 최적의 음식을 찾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루키초밥은 현재 광주의 초밥 맛집으로 자리 잡았고, 2022년 농성동 확장 이전에 이어 2024년 수완점, 2025년 봉선점 등 분점 신규 오픈으로 성공 가도를 걷고 있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과 소비 침체 등 자영업자의 악몽 같은 시기 속에서도 루키초밥이 꾸준한 실적을 낼 수 있었던 이유로 ‘초심을 지키고자 했던 태도’를 꼽았다.

그의 초심은 ‘재료’다. 그는 루키초밥 오픈 이후 10년 동안 ‘재료만큼은 놓치지 말자’가 영업 방침의 첫 번째였고, 매일 같이 영업 전에 신선한 재료를 직접 선별하고 있다.

광주시 동구 동명동의 퓨전 한식당 ‘정희’ 김민형 대표.
퓨전 한식으로 사랑받고 있는 ‘정희’의 김민형 대표도 지역 출신의 젊은 자영업자로, ‘MZ세대의 성지’로 불리는 광주 동명동에서 지난 2022년 영업을 시작했다. 그는 3년도 채 되지 않은 짧은 시간에 전국 직영점 11개와 가맹점 4개 등 15개 매장을 운영하는 대형 자영업자로 거듭났다.

정희가 짧은 시간 만에 전국화할 수 있었던 것은 호반그룹과의 인연 덕분이다. 호반그룹의 제안으로 정희는 경기도 광교 아브뉴프랑 몰에 입점할 기회를 얻었고,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릴 수 있는 발판으로 삼았다.

김민형 정희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만의 한식 가게를 목표로 달려왔다고 한다. 그는 어머니가 운영하던 조그마한 한식집의 일을 도우며 자연스럽게 한식과 친해졌고, 그 영향으로 창업 당시 한식과 어울리면서도 요식업의 꿈을 꿀 수 있도록 도와준 어머니의 이름을 상호로 결정했다. 현재 정희의 시그니처 메뉴로 자리 잡은 ‘묵은지 회말이’와 ‘봉골레 칼국수’, ‘새우 감자전’ 등도 모두 어머니가 과거 운영했던 식당의 메뉴에서 영향을 받아 만들게 됐다.

광주의 젊은 자영업자인 김향원 대표와 김민형 대표는 요식업 등 자영업자를 꿈꾸는 후배들을 위해 매출, 영업 환경 등과 무관하게 ‘고객을 위한 진심’을 잊지 말라는 조언을 남겼다. 그들은 하나같이 “자영업자의 시작과 끝은 ‘고객’이며 고객 서비스를 대충하는 순간 자영업자는 끝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이들은 각각 영업 10년차와 3년차의 자영업자로 고객과의 소통을 통해 특별한 기억을 간직하며 단골손님과의 특별한 관계를 형성하기도 하고,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지속적인 교육을 실시하는 등 대부분의 노력을 고객 서비스 질 향상에 쏟고 있었다.

루키초밥의 경우 시그니처 메뉴 중 하나인 ‘정민이초밥’이 대표적인 고객 소통의 예시다.

정민이초밥은 개점 이후 ‘1일 1팀’의 손님도 찾아보기 어렵던 시절 단골손님이었던 고객이 먹고 싶다고 주문한 초밥으로 구성한 세트 메뉴로, 단골손님의 이름을 따서 만들게 됐다.

정민이초밥은 단골손님과의 특별한 기억뿐만 아니라 끊임없는 연구와 실험을 통해 개선돼, 지금은 10년째 가장 잘 팔리는 대표 메뉴가 됐다. 또 정민이초밥으로 벌어들인 수익금의 일부분은 매달 지역아동센터에 기부하는 선한 영향력도 펼치고 있다.

김향원 루키초밥 대표는 “요즘 정말 준비가 안 된 곳을 제외하면 맛없는 곳은 찾아보기 어렵고, 고객 선택지도 넓다”며 “직원 교육을 상시 진행하고 있는데,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 ‘고객 친절’, ‘직원 간 팀워크’로 수차례 반복해도 부족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민형 정희 대표 역시 고객과의 소통을 통해 그들이 원하는 식당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는 우선 광주의 최고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동명동에 자리 잡은 뒤, 퓨전한식이라는 분야와 맞으면서도 고객 중 주요 타겟으로 겨냥한 여성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점을 부각시키는 것에 집중했다. 연인 또는 가족 단위의 고객들이 주요 소비자인 업종인 만큼, 주로 외식 선택권이 큰 어머니, 여자친구 등 여성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는 플레이팅, 인테리어, 음식 구성 등을 연구했다는 것이다.

이어 노인과 아이들을 위한 ‘정희 삼합’, ‘깻잎 고등어 지짐밥’, ‘어린이 자동차 세트’ 등의 메뉴도 신규 출시하는 등 전 연령 고객들이 만족할 수 있는 식당을 목표로 나아가고 있다.

이들은 창업 희망자에 대한 조언과 더불어 ‘죽은 시장’으로 여겨지고 있는 자영업계가 살아나기 위해 필요한 제도적인 개선 사항도 건의했다.

김향원 대표는 ‘인건비’ 문제를 짚었다. 그는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다른 무엇보다도 인건비 변동에 대한 민감도가 크다”며 “최근 1인 자영업자 등과 관련된 뉴스들도 간간이 보이는데,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휴수당’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루키초밥의 경우 가족 같은 분위기와 함께 즐겁고 책임감 있게 일하자는 차원에서 곧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 있는 아르바이트생 1명을 제외하면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한 상황이다”면서도 “재정 부담이 있거나 소규모 자영업자인 경우 현재의 주휴수당 제도가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주휴수당은 근로자가 유급 주휴일에 받는 수당으로,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근무하는 모든 근로자를 대상으로 적용되는데, 인건비가 계속 오르다 보니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아르바이트나 직원을 장시간 고용하기 부담스러운 경우가 많다. 아르바이트 직원 입장에서도 피크 타임을 활용한 짧은 근로환경에서는 또 다른 단기 아르바이트를 구해야 하는 ‘근로 환경적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밖에도 광주지역 내 청년 창업자가 급감하고 있는 만큼 청년 창업자에 대한 금전적인 지원 확대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청년 창업 대출 제도 등 지원 정책의 대대적인 홍보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장윤영 기자 zza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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