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의 선물 - 이보람 예향부 부장
2025년 08월 27일(수) 00:20
폭우는 불청객이다. 예고 없이 찾아와 길을 막고 옷을 적시며 하루를 힘겹게 만든다. 하지만 폭우가 지나간 뒤에는 공기가 맑아지고 가물었던 땅은 생기를 얻는다. 머리가 익을 듯 뜨겁게 내리쬐던 태양이 하루를 지치게 하더니 아침부터 천둥소리와 함께 폭우가 쏟아져 황당하게 만든다. ‘뜨거운 날 보다는 기온이 한풀 꺾이는 비가 좋지~’ 긍정적인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해본다.

하루 사이 이렇게 극단적으로 변하는 하늘을 보면서 사람의 마음과 삶도 닮았다는 생각을 한다. 기분이 뜨겁게 달아올랐다가도 금세 차갑게 식고, 기대가 햇빛처럼 환히 비치다가도 어느 순간 소나기처럼 무너져 내리기도 한다. 사람들은 대체로 폭우를 싫어하지만 때로는 그 소나기가 열기를 식혀주고 탁해진 공기를 맑게 한다는 사실을 잊는다. 시련도 마찬가지다. 뜻하지 않게 닥쳐오는 일들이 오히려 우리를 단련시키고 내일의 햇살을 더 반갑게 느끼게 한다.

날씨를 탓한다고 하늘이 바뀌지 않듯 삶의 굴곡도 피할 수 없다. 결국 중요한 건 그 안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고 견뎌내느냐다. 뜨거운 햇볕이 작물을 자라게 한다면 가뭄 속 폭우는 땅을 적시고 뿌리를 더 깊게 만든다. 순간만 보면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지나고 나면 성장의 밑거름이 된 달까.

최근 손흥민 선수가 미국 프로축구 리그 LA FC로 이적하며 다시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유럽 무대에서의 치열한 경쟁과 크고 작은 부상은 분명 폭우 같은 시간이었지만 10년이라는 세월동안 그는 꺾이지 않았고 마침내 또 다른 무대에서 환한 웃음으로 우리 앞에 섰다. 좋아하는 선수의 새 출발 소식은 그 자체로 희망의 햇살처럼 다가온다.

삶이 늘 밝기만 하다면 그 빛의 소중함을 알 수 없다. 오늘의 폭우가 내일의 푸른 하늘을 약속하듯 마음의 비바람 또한 우리를 더 따뜻하게 품어주고 새로운 길을 보여준다. 폭우는 귀찮고 힘겹지만 결국은 선물이다. 우리가 할 일은 잠시 내리는 비를 피하면서도 언젠가 찾아올 햇살을 믿고 기다리는 일이다. 그 기다림 속에서 우리는 조금 더 성숙해지고 내일을 맞이할 힘을 얻는다. 그러니 오늘의 소나기를 보내고 다가오는 가을을 기꺼이 마중 나가보자. '

/이보람 예향부 부장 bo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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