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쿠가와 이에야스 - 윤영기 정치·경제담당 에디터
2025년 08월 25일(월) 00:00
영광이 고향인 강항(姜沆)은 정유재란(1597~1598) 때 포로로 일본에 잡혀갔으나 빼어난 학식과 인품 때문에 현지 대학자들과 교유했다. 이들로부터 전해들은 권부의 핵심 인물에 대한 평가를 남겼는데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1543~1616)가 대표적이다. 강항은 간양록(看羊錄)에서 “신중하고 말수가 적으며 체격이 중후한 사내다.(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살아 있을 때는 상당히 민심을 얻었지만 정작 히데요시의 뒤를 잇게 되자 일본인들의 소망에 부응하지 못했다” 고 적었다. 민심을 잃었다는 설명이다. 이에야스는 현재 일본인이 좋아하는 인물 가운데 한 명이다.

이에야스는 일본 전국시대(1467~1603)를 종결하고 도쿠가와 막부(에도 막부)를 세운 인물이다. 늘 정공법으로 싸워 승리하는 사무라이였지만 당대 최고의 지략가인 다케다 신겐(武田信玄·1521~1573)과 전투에서 참패했다. 측근의 만류에도 3만 대군에 1만1000명으로 맞선 참혹한 결과였다. 겨우 목숨을 부지한 다급한 처지에서 그는 화공을 불러 ‘지금 내 모습을 그림에 담아달라’고 주문한다. “오늘의 내 모습을 초상으로 남겨 젊은 날의 혈기가 불러온 실패를 늘 경계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도쿠가와 우거지상’이라고 불리는 유명한 그림이 전해지는 배경이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 뱅크 회장이 2022년 창사 이래 2회 연속 적자를 내자 이 그림을 영상으로 띄워놓고 실적발표를 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일본 방문을 앞두고 요미우리신문과 인터뷰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인내심을 개인적으로 존중한다”며 “정치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 대통령이 이시바 총리와 정상회담을 열고 공동언론 발표문을 냈지만, 위안부·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 등 민감한 현안은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한일 관계가 미래로 가기 위해서는 과거사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반성 없이는 불가능하다. 일본은 잊을만하면 독도를 일본땅이라 우기고, 과거사 문제가 일단락 됐다는 망언을 일삼는다. 이 대통령이 앞으로 한일 관계에서 이에야스처럼 인내해야할 현안이 종종 생길지도 모르겠다.

/윤영기 정치·경제담당 에디터 penfoot@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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