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와의 전쟁’ 중 또…순천 레미콘공장서 질식사
간이탱크 청소하다 가스 중독…구하러 간 작업자 등 3명 사상
최근 나주·여수서도 사고…밀폐공간 질식사 예방 수칙 준수를
최근 나주·여수서도 사고…밀폐공간 질식사 예방 수칙 준수를
![]() 21일 순천시 서면 순천일반산업단지 내 한 레미콘 공장에서 작업자 3명이 가스중독으로 쓰러진 가운데 공장 관계자가 현장을 살피고 있다. /김은종 기자 ejkim@kwangju.co.kr |
전남 지역 산업 현장에서 밀폐 공간에 보호장구 없이 들어갔다가 질식당하는 사고가 또다시 발생했다.
불과 지난달 29일 이재명 대통령이 “폐쇄된 공간에 일하러 들어가면 질식 사망 위험이 많다는 것은 국민 상식인데 어떻게 보호장비 없이 일하게 하느냐”고 지적했는데도 현장에서는 유사한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21일 순천소방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30분께 순천시 서면 순천일반산업단지 내 한 레미콘 공장에서 작업자 3명이 가스중독으로 쓰러졌다.
공장 내 생산 부서 직원인 A(53)씨와 B(56)씨는 심정지 상태로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직원 C(60)씨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이 위독한 상태다.
A씨 등은 혼화제(콘크리트에 특정 성능을 부여하기 위해 쓰이는 첨가제) 탱크가 막히자 이를 뚫기 위해 탱크 내부로 들어갔으나, 내부에 차 있던 황화수소(H₂S)에 중독돼 쓰러진 것으로 조사됐다. 탱크 내부의 황화수소 농도는 적정 기준(10PPM 미만)을 넘어선 58PPM으로 측정됐으며, 이산화탄소도 정상 범위(250~400PPM)를 벗어나 3400PPM에 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A씨 등은 모두 산소마스크 등 보호 장비를 착용하지 않고 작업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전남에서는 밀폐 공간에서 질식 사고를 당한 사례가 잇따랐다.
앞서 지난 20일 새벽 0시 10분께 나주시 운곡동의 농공단지 내 동물사료 공장에서 내장물처리기를 점검하던 40대 베트남 국적 직원과 30대 한국인 직원이 내부에 차 있던 암모니아 가스에 질식돼 쓰러졌다. 이 중 베트남 국적 직원은 의식을 되찾았으나 한국인 직원은 지금도 중태에 빠져 있는 상태다.
지난 6월 27일에는 여수시 만흥동의 한 식품 가공 공장 폐수 배출 시설에서 정화조 내부 찌꺼기 청소 작업을 하던 60대 직원과 50대 업체 대표가 황화수소에 질식해 모두 숨졌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0년간(2015~2024년) 산업현장에서 발생한 밀폐공간 질식 사고로 298명이 산업 재해를 입었고 이 가운데 126명이 숨졌다.
밀폐공간 질식 사고는 산소결핍이나 유해가스 중독 등으로 발생하는 재해로 재해자 2명 중 1명꼴로 사망하는 치명적인 사고다. 특히 사망자 126명 가운데 40명(31.7%)은 6~8월에 목숨을 잃어 여름철마다 사고가 집중되는 양상이다.
사고 원인으로는 작업자들이 작업 당시 마스크 등 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점이 첫 손에 꼽히고 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624조 등에 따르면 밀폐공간 작업 시에는 호흡기 보호를 위한 호흡용 보호구(공기호흡기 또는 송기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또 추락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안전대와 구명줄을 착용하고 구조용 삼각대도 갖춰야한다. 하지만 A씨 등 최근 전남 지역에서 질식사고를 당한 작업자들은 모두 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는 ‘질식 재해 예방 3대 수칙’을 제시하고 사업장 내 밀폐공간을 사전 파악해 출입을 금지하거나 위험 장소임을 알릴 것, 작업 전 산소·유해가스 농도를 측정해 환기 등의 조치를 할 것, 안전이 확인되지 않았다면 호흡보호구를 착용할 것 등을 권고하고 있으나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작업 현장에서, 특히 밀폐된 공간에서는 언제든 질식 사고를 당할 수 있다는 경각심이 뿌리를 내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철갑 조선대 작업환경의학과장은 “밀폐된 곳에서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 노출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며 “여름철 밀폐된 곳에 들어갈 때는 산소 농도를 측정하고 내부에 찬 공기를 충분히 빼내고, 마스크 등 보호구를 착용해야 하는 것은 물론 반드시 2인 이상이 작업하는 등 밀폐공간에 대한 매뉴얼이 철저하게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송창영 한국재난안전기술원 이사장(광주대 건축학부 교수)는 “다른 계절에 비해 여름에는 온도가 높아지면서 심장 기능이 떨어져 폐쇄된 공간에서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며 “법과 매뉴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키지 않는 안전불감증이 퍼지고 있는 만큼, 산업현장 실정에 맞는 법과 매뉴얼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서민경 기자 minky@kwangju.co.kr
/순천=김은종 기자 ejkim@kwangju.co.kr
불과 지난달 29일 이재명 대통령이 “폐쇄된 공간에 일하러 들어가면 질식 사망 위험이 많다는 것은 국민 상식인데 어떻게 보호장비 없이 일하게 하느냐”고 지적했는데도 현장에서는 유사한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장 내 생산 부서 직원인 A(53)씨와 B(56)씨는 심정지 상태로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직원 C(60)씨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이 위독한 상태다.
A씨 등은 혼화제(콘크리트에 특정 성능을 부여하기 위해 쓰이는 첨가제) 탱크가 막히자 이를 뚫기 위해 탱크 내부로 들어갔으나, 내부에 차 있던 황화수소(H₂S)에 중독돼 쓰러진 것으로 조사됐다. 탱크 내부의 황화수소 농도는 적정 기준(10PPM 미만)을 넘어선 58PPM으로 측정됐으며, 이산화탄소도 정상 범위(250~400PPM)를 벗어나 3400PPM에 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전남에서는 밀폐 공간에서 질식 사고를 당한 사례가 잇따랐다.
앞서 지난 20일 새벽 0시 10분께 나주시 운곡동의 농공단지 내 동물사료 공장에서 내장물처리기를 점검하던 40대 베트남 국적 직원과 30대 한국인 직원이 내부에 차 있던 암모니아 가스에 질식돼 쓰러졌다. 이 중 베트남 국적 직원은 의식을 되찾았으나 한국인 직원은 지금도 중태에 빠져 있는 상태다.
지난 6월 27일에는 여수시 만흥동의 한 식품 가공 공장 폐수 배출 시설에서 정화조 내부 찌꺼기 청소 작업을 하던 60대 직원과 50대 업체 대표가 황화수소에 질식해 모두 숨졌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0년간(2015~2024년) 산업현장에서 발생한 밀폐공간 질식 사고로 298명이 산업 재해를 입었고 이 가운데 126명이 숨졌다.
밀폐공간 질식 사고는 산소결핍이나 유해가스 중독 등으로 발생하는 재해로 재해자 2명 중 1명꼴로 사망하는 치명적인 사고다. 특히 사망자 126명 가운데 40명(31.7%)은 6~8월에 목숨을 잃어 여름철마다 사고가 집중되는 양상이다.
사고 원인으로는 작업자들이 작업 당시 마스크 등 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점이 첫 손에 꼽히고 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624조 등에 따르면 밀폐공간 작업 시에는 호흡기 보호를 위한 호흡용 보호구(공기호흡기 또는 송기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또 추락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안전대와 구명줄을 착용하고 구조용 삼각대도 갖춰야한다. 하지만 A씨 등 최근 전남 지역에서 질식사고를 당한 작업자들은 모두 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는 ‘질식 재해 예방 3대 수칙’을 제시하고 사업장 내 밀폐공간을 사전 파악해 출입을 금지하거나 위험 장소임을 알릴 것, 작업 전 산소·유해가스 농도를 측정해 환기 등의 조치를 할 것, 안전이 확인되지 않았다면 호흡보호구를 착용할 것 등을 권고하고 있으나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작업 현장에서, 특히 밀폐된 공간에서는 언제든 질식 사고를 당할 수 있다는 경각심이 뿌리를 내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철갑 조선대 작업환경의학과장은 “밀폐된 곳에서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 노출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며 “여름철 밀폐된 곳에 들어갈 때는 산소 농도를 측정하고 내부에 찬 공기를 충분히 빼내고, 마스크 등 보호구를 착용해야 하는 것은 물론 반드시 2인 이상이 작업하는 등 밀폐공간에 대한 매뉴얼이 철저하게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송창영 한국재난안전기술원 이사장(광주대 건축학부 교수)는 “다른 계절에 비해 여름에는 온도가 높아지면서 심장 기능이 떨어져 폐쇄된 공간에서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며 “법과 매뉴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키지 않는 안전불감증이 퍼지고 있는 만큼, 산업현장 실정에 맞는 법과 매뉴얼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서민경 기자 minky@kwangju.co.kr
/순천=김은종 기자 ej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