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의 마음 -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2025년 08월 21일(목) 00:00
고(故)노회찬 의원의 20대 국회 첫 공식 일정은 국회 청소노동자들과의 식사였다. 그는 “여러분이 국회라는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일하는 직장동료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 마련한 자리”라고 설명하며 “우리나라 곳곳에서 힘들게 일하고 있는 많은 분들 역시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로워지는 일이 없게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당신의 퇴근은 언제입니까’는 노희찬재단이 기획한 책으로 이주노동자, 청소노동자 등 ‘존재하지만 그 이름으로 불리지 못하는 투명인간’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책 마지막에 실린 ‘한 장의 사진’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다. 2018년 7월27일 노 의원의 국회 영결식날 풍경이다. 운구차가 지나는 국회 앞 도로변에 일렬로 늘어선 청소노동자들이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선 자신들의 삶에 관심을 가져줬던 고마운 ‘한사람’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느껴졌다.

책에는 마흔 한 살의 건강했던 아들을 지키지 못해 평생 죄인으로 살아야한다고 자책하는 아버지가 등장한다. 택배기사였던 아들은 일 시작 몇주 만에 10kg이 빠졌고 사망 전 4주간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74시간 24분에 달했다. 2020년 과로로 사망한 택배기사는 20명에 이른다.

최근 순천의 한 아파트 측이 택배기사들에게 공동현관과 승강기 사용 요금을 부과하려다 갑질 논란에 휘말렸다. 이 아파트는 입주민 보안과 엘리베이터 파손 우려 등을 이유로 공동 현관문 카드 보증금 5만원, 이용료 5000원을 받으려 했다. 바로 코앞까지 배달받기를 원하면서 택배기사들에게 이용료를 부과하는 건 아무래도 지나치다. 여론에 밀려 없던 일이 됐지만 팍팍해진 인심을 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

마음을 달래준 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편의점’이었다. 편의점에 밥솥을 가져다 놓고 라면을 구입하는 이들에게 밥과 김치, 콩나물을 무료로 제공해온 점주는‘막 지어낸’ 밥을 먹게 하려고 일부러 작은 밥솥을 사용했다. 감동받은 이들이 압력밥솥과 쌀 등을 기부했다는 소식에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me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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