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수확 코 앞인데 정부는 비축미 방출⋯농심 ‘나락’
2025년 08월 12일(화) 11:29
정부가 비축미 3만t을 수확기를 앞두고 방출키로 하면서 농민단체 등이 반발하고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정부가 쌀 수확기에 수급 안정을 이유로 비축미 3만t을 산지 유통업체에 공급하는 형태로 ‘방출’키로 결정하면서 전남 쌀 재배 농가와 농민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이미 햅쌀(조생종) 수확이 시작된 상황에서 비축미를 풀면 시장에 ‘부정적 시그널’을 줄 수 있어 쌀값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게 농민들 우려다. 농자재값 비용 상승 등 생산비는 끝없이 오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쌀값도 적정가에 못 미친다는 게 농민들 입장이다.

전남도도 농민 불안감을 감안, 정부 양곡 방출이 2023년산 쌀 수확기 쌀값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농 광전연맹과 쌀협회 광주전남본부는 12일 성명을 내고 ‘쌀값 잡는 수확기 3만t 방출계획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는 쌀 수급 안정을 내세워 이달 말까지 정부 양곡(벼) 3만t(정곡 기준)을 산지 유통업체와 연간 매입물량이 3000t(정곡 기준) 이상인 임도정업체를 대상으로 공급키로 했다.

원료곡 부족 문제를 겪는 산지 유통업체의 현장 애로 사항을 해소하면서 곧 다가올 수확기 수급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게 정부 발표다.

지난해 쌀 생산량(359만t)이 전년 대비 12만t 줄어든데다, 시장 격리 규모(공공비축미 40만t, 시장격리 20만t, 벼멸구 등 피해 벼 매입2t)가 커 햅쌀 수확기를 앞두고 원료곡이 부족해 유통업체의 비축미 방출 요구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산지 쌀값(80㎏)은 지난 5일 기준 21만 1600원으로, 지난 2023년 10월(21만 222원) 이후 1년 9개월 만에 21만원대로 올라섰다.

쌀값은 지난 6월 처음으로 20만원(20만 1680원·6월 15일 기준)을 넘어섰고 상승세를 유지면서 21만원대까지 올라섰다. 또 매년 수확기(10~12월)이후 하락세를 보이다 햅쌀 수확 전인 5월부터 오름세로 돌아서는 통상적 쌀값 추이를 고려하면 쌀값 상승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의 ‘비축미 풀기’는 시장에 ‘쌀값을 떨어트리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밖에 없다는 게 농민들 입장이다.

농민들은 “24년산 쌀을 방출하고 25년산 쌀을 사들이면 수급이 안정된다는 것인데, 가격을 떨어지게 하는 수급안정도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쌀값 안정 대책이 아니라, 쌀값 하락 대책이라는 것으로, 정부가 비축미를 방출하면서 올해 생산분으로 되돌려 받는 ‘대여’ 방식으로 양곡을 공급하기로 했다는 데 대한 비판이다.

농민단체는 “정부가 쌀값 안정을 내세웠지만 현재 쌀값도 농민들이 요구한 밥 한공기(100g) 300원에 미치지 못하는 불공정 가격이며 2018년 쌀목표가격 214,000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이라고 비판했다.

시장에서는 민주당이 야당일 때와 달리, 여당이 된 뒤 양곡관리법에서 공정가격을 폐기한 것도 무관하지 많다며 반발하고 있다

농민단체는 “수확기에 정부양곡을 방출하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역대 급 폭염과 폭우를 이기고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에게 내놓는 게 정부양곡 방출이라니 배신감에 치를 떤다”고 분노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에 공급하는 정부 양곡은 벼로 재판매하는 것을 제한하고, 다음 달 말까지 쌀로 판매하도록 했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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