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과 속임수의 세상은 끝내야- 박석무 다산연구소 명예이사장, 우석대 석좌교수
2025년 08월 11일(월) 00:00
내란 수사도 특검을 통해 비교적 올바르게 진행되고 김건희 특검과 채상병 특검 또한 제대로 진행되면서, 그처럼 큰 죄악들을 둘러싼 거짓과 속임수도 차츰 밝혀지고 있다. 이제 계엄령의 트라우마에서 조금씩 벗어나면서 차분하게 옛날의 책을 차근차근 읽을 수 있겠다. 18년이라는 모진 귀양살이 동안에도 고향에 두고 온 두 아들이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하기만 그렇게도 바라던 다산 정약용은 참으로 간절한 내용을 담은 수많은 편지들을 두 아들에게 보내고 또 보냈다.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에는 주옥같은 다산의 가르침이 가득 담겨 있다.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가장 귀하게 여길 것은 성실함이니 조금이라도 속임이 없어야 한다. 하늘을 속이는 것이 가장 나쁘고 임금과 어버이를 속이는 것부터 농부가 농부를 속이고 상인이 상인을 속이는데 이르기까지 모두 죄악에 빠지는 것이다(又示二子家誡).”라고 말하여 하늘 즉 자신의 양심을 속이는 일이 가장 나쁜 일임을 분명히 밝혔다. 그때의 임금은 지금으로 치면 나라이다. 나라를 속이고 부모를 속이는 일 또한 하늘을 속이는 일 못지않게 악한 죄이다. 동료를 속이고 타인을 속이는 일이라고 나쁘지 않을 이유는 없지만 양심이나 나라를 속이는 일에 비해서는 덜 하다고 여길 수 있다.

요즘 내란 재판에서 폭로되는 거짓과 속임수를 지켜보고 3대 특검을 통해 조사되는 과정의 거짓과 속임수를 들어보면, 국가의 최고 지도자의 반열에 있던 사람들이 저렇게 뻔한 거짓말을 서슴없이 지껄였던가를 생각해보면, 인간이라는 사람들이 저럴 수도 있다는 말인가라는 생각 때문에 우리 모두의 인간성에 대한 참담한 회의를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녹화된 육성으로 그런 일을 했노라고 온 국민들이 직접 들어서 알고 있는데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생떼를 쓰고 거짓말을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해대는 모습을 보면서 인간에 대한 한 없는 실망에 빠지지 않을 길이 없다.

얼마 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윤석열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한 배경을 설명하면서 검찰개혁을 확실히 해내겠다는 다짐을 받았기에 임명했는데 총장이 되자마자 그와는 반대되는 일만 하는 것을 보고 자기가 속았다는 죄책감을 면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대통령을 감쪽같이 속여먹고 검찰총장이라는 큰 직책에 올랐으니 속임수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알기에 어렵지 않다. 대통령이 되자마자 ‘바이든’이냐 ‘날리면’이냐의 궁색한 억지 변명으로 국민을 당혹스럽게 한 이래 얼마나 많은 거짓말과 속임수로 나라를 속이고 국민을 속여 아내를 보위하고 나라는 망가지게 하고 말았던가.

감옥에 갇힌 내란 수괴의 혐의자는 또 얼마나 많은 거짓과 속임수를 부리고 있는가. 몸이 아프다고 수사와 재판에는 나오지 않으면서 자신의 구속적부심 재판에는 멀쩡한 모습으로 출석하는 모습, 그 또한 얼마나 가당치 않은 거짓과 속임수인가. 체포영장의 구인에는 옷을 벗고 시위하며 병이 났다고 속이다가 변호인 접견에는 옷을 입고 나타나는 그 후안무치한 속임수, 이렇게 뻔한 속임수가 계속 통하는 오늘이니 이것이 법치주의 국가란 말인가. 어느 순간 잠깐 거짓과 속임은 통할 수 있다. 그런데 3년이 넘도록 시작부터 끝까지 계속 거짓과 속임수가 통할 수 있다면 이런 나라가 세상 어디에 또 있단 말인가.

지금은 내란 수괴의 문제만이 아니다. 아직도 반탄이 옳았고 부정선거는 사실이고 계엄령은 정당했다고 주장하는 친윤 세력들이 있다. 거짓과 속임수에 철저히 눈을 감고 자기 진영의 이익만을 위해 ‘윤석열 어게인!’을 외치고만 있는 세력들이 아직도 큰 세력으로 활동하고 있으니 이거야말로 진정한 국가적 위험요소이다. 내란도 좋고 거짓과 속임수도 옳기만 하다는 세력들, 이들이 온존하는 한 나라가 온전할 수 있겠는가. 이제는 정말로 거짓과 속임수의 세력은 깨끗이 청산해야 한다. 특검과 재판에서 많은 진실이 밝혀지고 있는데 철저한 수사와 정의로운 재판으로 거짓과 속임수를 완전하게 몰아내는 세상이 반드시 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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