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하룻밤 새 낙뢰 1642회, 한 달 수치 훌쩍
열대 기후 가까워질수록 낙뢰도 더 치나?
2025년 08월 04일(월) 19:20
4일 광주에서 317회 낙뢰가 관측됐다. <광주일보 자료사진>
광주·전남에 폭우와 함께 1600회 넘는 낙뢰가 비처럼 쏟아지면서 시민들은 ‘공포의 밤’을 보내야 했다.

기후 변화로 광주·전남의 기후가 대기 불안정성이 심하고 폭염과 폭우를 오가는 ‘아열대성 기후’로 변화하는 데 따라 낙뢰 발생 빈도가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4일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3일 광주에는 317번, 전남에는 1325번의 낙뢰가 쳤다. 4일 오전에도 전남에서만 17번의 낙뢰가 추가로 관측됐다.

광주의 경우, 하루 동안 친 낙뢰의 수가 지난 2024년 8월 한 달동안 쳤던 낙뢰(255번) 수를 뛰어넘었다.

전남은 지난해 8월 총 6505번의 낙뢰가 쳤는데, 지난 3일 하루에만 한 달 칠 낙뢰의 20%가 몰아 친 것으로 나타났다.

낙뢰 피해도 잇따랐다. 지난 3일 광주·전남에서 총 529건의 정전 신고가 접수됐고, 광주시 남구·무안·함평 등 일부 지역에서는 기상청이 운영하는 자동기상관측장비(AWS)가 낙뢰를 맞아 전원이 꺼지거나 통신이 불안정해지는 등 오작동을 일으켰다.

이날 친 낙뢰 수는 최근 5년 동안 8월 한 달 동안 친 낙뢰 횟수와 비교해도 이례적으로 많은 수치다. 광주 지역에서 8월 한 달 동안 낙뢰가 관측된 건수는 2019년 34번, 2020년 134번, 2021년 440번, 2022년 23번, 2023년 7번 등이다. 전남에서는 2019년 2031번, 2020년 2577번, 2021년 4609번, 2022년 1055번, 2023년 715번의 낙뢰가 기록됐다.

기상청은 이처럼 낙뢰가 이례적으로 ‘빗발친’ 원인으로 극도로 불안정한 대기를 꼽았다.

폭염 등으로 지표면이 달궈지면 따뜻한 공기가 강한 상승 기류를 만들어 대기가 불안정해지고 대기 중 수증기도 많아지면서 강한 비구름을 만들 가능성이 높아진다. 비가 내릴 때는 구름 내 양·음전하의 마찰이 잦아지면서 구름 내부의 전하 차이가 커지고 번개가 더 자주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기후가 열대성기후로 변할 수록 낙뢰도 늘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단기간, 특정 지역에서의 기록만으로 장기 추세를 논할 수는 없으나, 일정 부분 상관관계가 있을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우리나라가 아열대성 기후로 변하면서 폭염으로 대기가 불안정해지고 강한 비구름이 형성돼 폭우가 내리는 현상이 반복될수록, 낙뢰가 발생하기 쉬운 조건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번개는 다량의 수증기와 고온으로 인한 상승 기류를 바탕으로 생성되는 만큼, 이같은 현상이 잦은 열대지역에서 많이 나타나는데, 한반도를 비롯한 전 지구적인 온난화로 인해 열대가 아닌데도 열대와 유사한 기후를 보이는 지역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손석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낙뢰는 대부분 비구름이 크게 발달할 때 생긴다. 얼음 알갱이, 강한 상승기류, 불안정한 대기 등 여러 조건이 맞아야 한다”면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최근 광주·전남지역에 내린 비처럼 극단적인 집중호우가 강화된다면 낙뢰가 발생할 가능성이 증가할 수는 있다”고 밝혔다.

/서민경 기자 mink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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