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주스 안 팔아요”
극한 기후 속 수박가격 급등에 광주 영세 카페 업주들 판매 포기
2025년 08월 03일(일) 20:40
본격적인 여름에 ‘수박’이 제철을 맞았지만, 광주 지역 영세 카페 업주들은 오히려 인기 제품인 ‘수박 주스’를 메뉴판에서 내리고 있다.

광주·전남 지역에 폭염에 이어 폭우가 쏟아지는 등 극한 기후가 이어지면서 수박이 제대로 자라지 못해 가격이 한 통에 4만원에 육박할 만큼 급등하면서다. 자영업자들은 “수박주스 5000원 판매해도 그 중 3000원이 원가라 팔아서 도저히 수익을 낼 수 없는 상황”이라며 울며 겨자먹기로 수박 주스 판매를 포기하고 있다.

광주시의 ‘카페 거리’로 유명한 동명동, 양림동부터 주요 상권인 충장로 카페는 곳곳에서 수박주스를 메뉴판에서 내렸다.

남구 양림동에서 지씨디(GCD) 카페를 운영하는 업주 A(35)씨는 올해 수박 주스 판매를 포기하고 아예 메뉴판에 적어 두지 않았다. A씨는 “지난해 이맘때쯤에는 수박 가격이 2만원에서 2만 5000원 정도 했는데, 올해는 그보다 1만원이 더 올랐다”며 “수박이 맛있는 유통기한은 이틀이면 끝나버리는 터라 저장해 둘 수도 없다. 수박 주스를 팔려고 하면 품은 많이 드는데 적자를 낼 위험까지 안게 된다”고 말했다.

양림동 ‘암브로시아’카페 업주도 지난주 수박 주스를 메뉴판에서 빼버렸다. 수박이 조금만 커도 3만원을 넘어가는데, 정작 착즙하고 보면 몇 잔 만들 수도 없어서 아무리 인기 있는 제품이라도 다시 판매할 생각조차 안 든다는 것이다.

조선대 인근 카페 ‘먼데이홀리데이’ 업주 C(38)씨도 “7월 초부터 수박주스 판매를 시작했다가 가격이 올라서 몇 주만에 판매를 중단했다”며 “폭우가 온 이후로 수박들이 도통 당도가 오르질 않고 있고, 더구나 날이 너무 더워서 수박이 매장으로 오는 길에 익어버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영세 카페 업주들은 원가가 올라도 판매가를 높이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수박 가격이 떨어지기만 바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가격을 조금이라도 올렸다가는 손님 반발이 심해지기 때문에 이도저도 못 하고 적자를 감수하고 판매를 하고 있는 것이다.

동구 금남로 로머스카페 업주는 “2주 전 정도부터 납품가가 오르더니 지금은 4만원대다. 수박을 포함한 생과일주스를 전부 5000원에 팔고 있는데, 마진이 급격히 줄어든 것도 사실”이라며 “적자가 나더라도 손님들이 좋아하니 수박주스 판매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동구 동명동 카페 ‘아비오’ 업주는 “수박주스가 손님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아서 하루에 20잔 이상은 기본으로 나가다 보니 이윤이 안 남아도 메뉴에서 내리지 못하고 있다”며 “이보다 가격이 더 오르면 어쩔 수 없이 판매를 종료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호소했다.

한편 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수박 평균 소매가격은 상품 기준 1개당 3만 3337원으로 1년 전 같은 날(2만 7676원)에 비해 20.4% 높았다. 한 달 전인 7월 1일 소매가격(2만 3472원)보다는 42.0% 급등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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