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적인 감성과 메시지가 더위를 밀어내는 ‘Street of Summer’
광주신세계갤러리 광주신세계 30주년 기념전
작호 등 작가 7명·팀 스트리트 아트 선보여
2025년 07월 15일(화) 19:20
작호 작 ‘호작도’
모스플라이 작 ‘Serious Boys’
위제트 작 ‘Bomb the city’
올 여름은 유난히 무덥다. 여름은 더워야 “여름답다”라고 하지만 불볕더위는 사람을 지치게 한다.

무더위를 날려버릴 수 있는 전시를 찾아 갤러리를 방문해보는 것도 좋다. 특히 기존의 관념이나 상식의 범주를 벗어난 이색적인 주제의 전시나 상상력 가득한 작품을 보노라면 더위는 저만치 물러가기 마련이다.

광주신세계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기획전 ‘Street of Summer’. 지난 11일 개막해 오는 9월 1일까지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한창 무더운 시기에 관람객들을 향해 건네는 ‘시원한 예술 초청장’이다. 특히 이번 전시는 광주신세계 30주년을 기념해 열린다는 데 의미가 있으며 다양한 이벤트와 볼거리 또한 풍성하다.

주제가 말해주듯 ‘스트리트 아트’는 지난 1960년대 후반 뉴욕의 하위문화에서 태동했다. 시대에 대한 저항, 주류 문화와 제도권에 대한 반발이 예술과 상업 분야에까지 침투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디제잉, 브레이크댄스, 스케이트보드, 거리 패션 등과 ‘스크리트 컬처’라는 감성을 이끌어왔다.

스트리트 아트의 시작은 젊은 청춘들이 거리에 서명과 표식을 하는 라이팅(writing)에서 시작됐다. 이들에게 스프레이나 마커는 주요한 도구였다. 이 같은 행위는 이내 새로운 문화현상을 낳았고 ‘그래피티’(Graffiti)로 불렸다.

젊은이들은 서명이나 캐릭터를 브랜드화해 그들만의 개성적인 문화를 꽃피웠고 한 시대를 풍미했다. 80년대 대표 작가는 장 미쉘 바스키아와 키스 해링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아이콘을 매개로 거리 예술을 중심 무대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1990~2000년대에는 뱅크시 등이 ‘스트리트 아트’라는 이름으로 화제를 몰았으며 2010년대에는 도시적 환경과 스트리트 감성을 접목한 ‘어반 아트’라는 트렌드를 낳았다. 나아가 전통적인 명품 브랜드들 또한 다채로운 컬래버레이션을 시도하기에 이르렀고 거리의 하위문화는 주류의 경계를 넘어서기도 했다.

역설적이게도 저항이 제도로 편입되는 현상은 또 다른 방식의 저항과 표현을 낳음으로써 새로운 세대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기획전은 지역작가들과 수도권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고루 참여했다. 광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팀 COMBO(골드원, 헤그)를 비롯해 조선대를 졸업하고 전주에서 활동하는 ZAKHO(작호), 그리고 수도권에서 활약 중인 김홍식, 모스플라이, 위제트, 제이플로우, 지알원 작가들이 그들이다.

모스플라이의 ‘Serious Boys’는 그림인 듯 낙서인 듯 자유롭게 그린 작품이다. 그림 속에는 사람도 등장하지만 닭이나 다른 동물들도 사람의 형상으로 분장해 있다. 만화 같기도 하고 작가의 상상 속에 드리워진 환상적인 장면 같기도 한데, 이를 모두 일련의 소년들로 치환했다는 사실이 유머러스하다.

작호의 ‘Bomb the city’는 위험한 상황을 희극적으로 표현했다. ‘도시를 폭파하다’라는 의미는 도시 자체가 아닌 도시가 환기하는 부조리, 불의, 복잡성 등을 상징하는 것으로 다가온다.

익숙한 이미지를 차용해 장난스럽고 위트의 방식으로 메시지를 선보이는 작호의 작품도 눈길을 끈다. 그래피티를 토대로 회화,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를 횡단한다. ‘호작도’에는 까치와 호랑이가 나오는데, 두 동물의 모습은 가까운 듯 멀기도 먼 듯 가까워 보이기도 한다. 작품 곳곳에 투영된 작가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새로운 해석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백지홍 큐레이터는 “기존의 회화들과는 결이 다른 스트리트 아트 작품들은 보는 이에게 신선한 감성과 상상력을 선사한다”며 “전시장에 들러 다양한 작품이 전하는 생동감과 개성적인 사유, 메시지 등을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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