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소천 수필가 “늘 깨어있는 삶으로 사색의 창 흐리지 않게 할 것”
광주출신 윤소천 수필가 ‘가슴만 남은 솟대’ 한국수필 문학상 수상
현대인들에 꿈 잃지 말라는 기원…“수필의 매력은 내면과 진실한 만남”
2025년 07월 14일(월) 19:50
붓 가는 대로 자신만의 단상을 글로 풀어내는 장르가 수필이다. 일반적으로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일상에 대한 사유와 세상살이에 대한 소회를 기록할 수 있다는 데 묘미가 있다.

작가들이나 문학애호가들이 나이가 들어갈수록 수필을 쓰는 것은 그런 형식적인 측면에서의 자유로움도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물론 오늘날에는 시적인 문장을 가미한 시문학적인 수필도 점차 각광을 받는 추세이기도 하다.

최근 광주 출신 윤소천<사진> 수필가가 ‘제44회 한국수필문학상’을 수상해 화제다. 수상작은 ‘가슴만 남은 솟대’.

광주고와 국민대를 졸업한 윤 수필가는 ‘한국수필’로 천료돼 문단에 나왔다. 하지만 글에 대한 엄격성, 완결성을 추구한 나머지 작품을 많이 발표하지는 않았다.

그는 최근 가진 인터뷰에서 “문학이 영혼의 상처를 사랑의 향기로 바꾸어 주는 행위라면 이 사랑의 향기가 곧 수필이라고 생각한다”며 “잊고 있었던 글을 다시 쓰면서 내 안에 움트는 사랑의 새싹은 나와의 새로운 만남이었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인생의 안팎을 더 살피며 삶의 의미를 되새기겠다”며 “늘 깨어 사색의 창을 흐리지 않게 하고 정서의 샘이 마르지 않는 글을 쓰고 싶다”고 덧붙였다.

윤 수필가는 지난 6월 광주 상무지구 라마다호텔 연회장에서 열린 ‘제44회 한국수필 국내 심포지엄’ 현장에서 한국수필문학상을 수상했다.

장호병·최원현·권남의 심사위원들은 “‘가슴만 남은 솟대’는 변하는 시대 속에서 옛것을 소중히 남기고 싶은 마음에서, 우리 것을 지키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득하다”며 “삭막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꿈을 잃지 말라는 기원으로 다가온다”고 평했다.

또한 “윤소천의 수필들은 다분히 자연적이고 동화적이다”며 “읽으면 맑은 맛이 나는 싱그러운 문장들이 읽는 이의 마음까지 밝힌다”고 언급했다.

윤 수필가의 문학 입문은 예상했던 것보다 늦다. 젊은 시절부터 글을 썼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회갑이 되어서야 글쓰기에 조금 눈을 뜬 것 같다”고 했다. 흔히 자신과의 만남을 개안(開眼)이라 한다면, 그는 인생 후반에 들어서야 글의 묘미를 조금 알았던 것이다.

스스로를 낮추는 겸손과 겸허의 말로 들린다. 표제작이자 작품집 제목이기도 한 ‘가슴만 남은 솟대’를 발간하면서 그는 “지나온 길 돌아보며 꿈결처럼 아득해 아직도 가슴이 먹먹해온다”며 “서리만 희끗한 머리카락, 어느새 반생을 훌쩍 넘어 종심(從心)에 서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흔히 우리나이 70세인 ‘종심’을 가리켜 인생의 연륜과 지혜가 정점에 다다른 시기라 한다. 윤 수필가가 70세에 그동안의 삶의 여정을 성찰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마음을 담은 작품집을 펴낸 데는 그러한 깊은 뜻이 내재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가 생각하는 수필의 매력은 ‘내면과의 진실한 만남’이다. “‘느낌과 깨달음 사이에 놓인 삶의 고백이다’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마치 수채화를 바라볼 때 부지불식간에 떠오르는 생각을 글로 옮기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주요 소재는 사유와 실존의 언저리에서 사물을 보며 느낀 생각과 깨달음이다. 글을 쓰다보면 막히거나 풀리지 않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자연스럽게 삶의 근본으로 돌아가려 시도한다”고 한다.

“중등교사로 잠시 교편을 잡기도 했고 이후에는 가업 등 사업이라고 하는 것도 해봤는데 금융위기로 고생도 했어요. 그러다 광주 근교의 시골 마을로 들어왔습니다. 어쩌면 전화위복 같은데 자유롭게 책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있어서 ‘사유의 갈등’을 많이 해소했던 것 같아요.”

그는 앞으로도 ‘오늘 글보다 내일 더 나은 글을 쓴다’는 생각으로 작품을 쓸 예정이다. ‘가슴만 남은 솟대’에 실린 ‘감사하는 마음으로’처럼 지나온 삶에 대한 감사와 겸허, 앞으로 살아갈 인생에 대한 다짐을 안고 ‘정행검덕’(精行儉德)의 자세를 견지하겠다고 말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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