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는 도구를 초월한 붓질이자 캔버스”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 15일부터 8월 31일까지
‘코드, 하나의 캔버스: AI시대의 창의적인 그래픽’전
‘코드, 하나의 캔버스: AI시대의 창의적인 그래픽’전
![]() 레나타 야니셰프스카 작 ‘당신은 영원히 디스코 리듬 안에 있어요’ |
![]() 카렌 다플뢰르 작 ‘별빛 삼부작’ |
![]() 피터 조 작 ‘한글스케이프’ |
오늘날 코드 기반의 알고리즘을 활용한 시각 언어와 감각적 표현이 예술로 각광을 받고 있다.
주제가 말해주듯 언어는 작품을 구현하는 ‘물감’이자 동시에 구현이 실현되는 ‘캔버스’라는 의미로 상정된다. 다시 말해 언어를 매개로 디지털 상에서 무궁무진한 창의적인 작품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아트센터나비와의 협력 전시로 펼쳐지며 코드를 토대로 한 세계적인 그래픽, 타이포그래피 전문가와 예술가가 참여한다. 피터 조를 비롯해 밥 파우스트, 잭 리버만, 오미드 네말하빕, 수잔 디토로이, 레나타 야니셰프스카, 카렌 라플뢰르 등 7명이다.
전시는 크게 두 주제로 펼쳐진다.
먼저 첫 번째 ‘형태로서의 코드’는 코드가 이미지 구조, 언어의 변환, 움직임의 법칙에 어떻게 관여하고 개입하는지 탐구한다. 작가들은 타이포그래피, 인터랙션, 알고리즘 반복 구조를 매개로 이미지와 언어의 리듬과 형태를 그들만의 감각과 방식으로 보여준다.
피터 조의 ‘한글스캐이프’는 한글과 영어를 모티브로 두 언어의 우연한 교차에 초점을 맞췄다. 영상에 흐르는 동작은 짧은 시처럼 구성되는데 두 언어의 유사성과 교차점이 흥미롭다. 인터랙티브 설치에서는 관객이 키보드로 두 언어를 입력하고 이중 문자 구조를 탐색할 수 있다.
피터 조의 관심은 언어가 지닌 보편적 생명력이다. 언어가 소통의 매개체이지만 경우에 따라 이해 또는 오해의 상황을 낳는다는 점에 착안했다. 특히 장면 가운데는 ‘삶’과 ‘life’가 무한 반복되는데, 연계와 존재의 움직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단면이m다.
잭 리버만의 ‘퓨처 스케치스 그룹의 타이포그래피 실험들’은 다양한 프로그래밍 언어로 구현된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일반적으로 컴퓨터 코드는 획일화된, 기술적 부분에만 활용되는 도구로 인식돼왔다. 하지만 MIT 미디어 랩의 퓨처 스케치스 그룹은 ‘예술가나 디자이너 등이 상상력의 도구로 활용한다면 어떨까’라는 질문을 이어왔고 이번 작품은 그러한 고민의 산물이다.
작품은 코드에 가한 사소한 수정만으로도 뜻밖의 결과를 도출해내는 양상에 주목한다. 목 학예사는 “아주 미세한 변화가 그것을 실현하는 예술가들조차 예상하지 못할 정도의 패턴을 만든다”며 “작품을 감상하는 이들은 코드를 도구적 개념이 아닌 시각적 언어를 풀어내는 붓질로 인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주제인 ‘시적인 기계’에서는 여성성 외에도 생태, 우주적 창의성과 같은 확장된 주제로 접근한 작품을 보여준다. 몰입형 공간, 미디어월에서 상영되는 작품은 스펙터클하면서도 역동적이다.
레나탸 야니셰프스키의 ‘당신은 영원히 디스코 리듬 안에 있어요’는 빠르게 전개되는 이미지와 음악적 요소, 서사적 구조 등이 결부된 작품이다. 디스코볼이 회전하는 동안 세련된 베네치아인들이 그들만의 방식으로 유희를 즐긴다. 관람객들은 자연스럽게 기묘하면서도 환상적인 클럽 세계로 초청되며 무빙 이미지 작품이 선사하는 시청각적 경험을 누릴 수 있다.
김허경 센터장은 “연구자이자 예술가의 경계를 오가는 작가들은 코드가 구현하는 다채로운 예술의 세계를 이색적이면서도 감성적으로 보여준다”며 “예술과 기술, 이성과 감성, 주관과 객관이 융합되고 변환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예술적 세계를 만끽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무료 관람이며 개막식은 15일 오후 5시. 작가 고 휘의 퍼포먼스가 예정돼 있다.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